푸바오에게 받은 행복 동물에게 전해줄래요···‘푸덕이’들이 서명운동 나선 이유
‘판다 방사장 개선’ 요구
“에버랜드 번 돈 동물에게”
한국에서 태어난 첫 판다 ‘용인 푸씨’ 푸바오가 중국으로 반환된 3일 어떤 ‘푸덕이’들은 에버랜드에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푸바오를 중국으로 보내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었다. “푸바오 열풍으로 번 돈을 동물에게 돌리라”는 요구였다.
동물복지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에버랜드에 ‘판다 방사장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총 3600여 명이 참여했다. 서명운동의 단초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푸바오갤러리 이용자(푸갤러)들의 자문 요청이었다. 푸바오갤러리 운영자와 이용자들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푸바오가 겪은 고통을 다른 동물들은 겪지 않게 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푸갤러들은 ‘푸바오 열성팬’이다. 푸바오갤러리 부매니저인 이선화씨(53)는 남편이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뒤 푸바오에 빠지면서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잠도 편히 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푸바오가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날짜를 알게 된 지난 1월에는 사찰에 가서 ‘푸바오가 중국에서 좋은 사육사를 만나기를 바라며’라고 새긴 연등을 달고 기도했다.
하지만 푸바오와 만나며 느낀 불편함도 있었다. 관람객들이 가장 귀여워하는 모습 중 하나인 ‘푸질머리’(푸바오+성질머리)는 내실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푸바오가 문이 잠겨 있을 때 몸을 굴리는 행동이었다. 이씨는 “푸바오에 대한 애정이 커지다 보니 푸바오 입장에서 더 생각하게 됐다”며 “가끔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숨을 곳도 필요하고, 원할 때 야외방사장·실내방사장·내실을 오가고 싶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푸바오에 대한 애정이 푸바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했고 이것이 서명운동으로까지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일 이후 검역을 위해 한 달 동안 햇빛 없는 내실에 푸바오가 머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명운동은 더 입소문을 탔다. 이들은 ‘해외 판다들이 반환될 때 검역은 어떻게 했는지’ ‘판다가 좁은 공간에서 고통을 적게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일본 우에노 동물원에서 태어난 자이언트판다 샹샹은 실내방사장 두 칸과 내실을 별도로 사용해 스트레스를 줄였다고 했다. 푸갤러 우모씨(43)는 “에버랜드가 약속했던 인리치먼트(행동풍부화 장치)를 요청했는데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특별한 고민 없이 푸바오를 방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푸갤러들은 푸바오가 에버랜드 동물들에게 ‘행복을 주는 보물(푸바오 이름의 의미)’이 되기를 바랐다. 갤러리 부매니저 나경민씨는 “푸바오 굿즈는 푸바오에게 사과 한 조각이라도 더 주라고 샀던 것”이라며 “우리의 목소리가 다른 동물들의 처우 개선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친다면 그건 푸바오가 에버랜드에 남기고 간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씨도 “여태껏 ‘동물 복지에 무관심하게 살았구나’라고 느껴 동물단체에 후원을 시작했다”며 “동물을 향한 사랑이, 인간이 무엇을 잘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이져 ‘진정한 공존’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바오를 향한 시민들의 사랑이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의사인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푸바오 열풍을 일으킨 ‘귀여움에 대한 관심’이 동물의 입장을 고려하고 동물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까지 고민하는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031634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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