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라" 격려에도…'보수 아성' 강남갑 서명옥 "당연한 승리 없어"
"내가 그냥 찍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허허."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3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성당 앞에서 백발이 성성한 70대 남성이 서명옥 국민의힘 강남구갑 후보에게 한 말이다. 그는 짐짓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아주 어차피 (당선) 된다고 인사도 열심히 안 도는 것 같아"라고 한 뒤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 후보는 "앞으로 더 열심히 인사드리겠다"고 답했다.
서 후보는 이날 수요 오전 미사를 위해 성당을 찾는 신자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복된 하루 되세요. 마리아입니다"하고 인사했다. 많은 신자들이 그에게 살갑게 화답했다.
한 60대 여성은 서 후보를 보고 멀리서부터 머리 위로 두 손을 흔들더니 가까이 와서는 고개를 같이 숙이며 인사했다. 그는 "(명함을) 안 받아도 된다. 이미 다 아는데 뭐"라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여성은 서 후보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나는 무조건 2번이야, 2번"이라고 했다. 서 후보를 와락 끌어 안으며 "열심히 하시라"고 격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강남구는 서울시 지역구 가운데 평균 소득과 연령대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강남구갑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출마가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보수의 아성'이다.
강남구갑은 1990년대 이후 단 한 차례도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전례가 없다. 지난 총선에서는 태영호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6만324표(58.4%)를 얻어 4만935표(39.63%)에 그친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그 이전 총선들에서는 두 배 이상의 표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서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 후보는 "최근 유권자들을 만나다 보면 '잘 좀 하라'며 혼내시는 분들, '이번에는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후보 선거사무소에 따르면 강남구에 거주 중인 의사의 수만 1만명이 넘는다. 서 후보 역시 강남구 보건소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평생을 공공의료 분야에 몸 담아 온 의사다.
서 후보는 "의대 증원의 방향성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대화를 위해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만큼 조만간 전향적인 타협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서 후보는 또 "저는 강남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누구보다 강남을 사랑하는 진짜 강남주민"이라며 "당연히 당선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강남 주민들의 정치의식과 수준이 아주 높은 만큼 저의 비전과 헌신을 보여드리면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서 후보는 재개발·재건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강남의 최우선 과제는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의 신속한 이행"이라며 "해당 사업은 서울시의 절대적 협조가 필요한데 지난달 말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시의 적극적 협조와 함께 주민들의 의지를 최대한 반영한, 합리적 개발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서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재산세를 줄이고 △위례신사선 조기착공과 청담사거리역 신설 등으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보육과 교육을 촘촘히 연계한 정책으로 맞벌이 가정이 아이 키우기 좋은 강남을 만들고 △도시정비 프로젝트를 가동해 쾌적한 강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서 후보는 마지막으로 '국회에 입성하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의료인으로서 평생을 봉사와 헌신의 마음으로 살았다. 이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사심 없는 의정활동을 하겠다"며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 저의 전문성과 역량을 사회 공동체를 위해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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