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갑·도봉을, 먼저 찾아온 서울의 미래 [데이터로 본 총선 ⑤]

이은기 기자 2024. 4. 4.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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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선거구(지역구)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구·자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요 선거구를 심층 분석했다.

[데이터로 미리 보는 2024 총선 - ⑤ 강북갑·도봉을]

때로는 특정 선거구(지역구)가 한 사회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곤 한다. 〈시사IN〉은 도시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지역구를 선정해 심층 분석했다. 각 선거구를 행정동 단위뿐만 아니라 투표구 단위로 분석하며, 개별 선거구의 개표 결과가 향후 한국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3월5일 서울 도봉구 도봉고등학교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서울 강북갑과 도봉을은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의 여파를 맞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도봉고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3월1일 폐교했다. 서울 일반계 고등학교 중에서는 처음이다. 도봉고등학교가 포함된 서울 도봉을 선거구의 미성년(19세 이하) 인구는 전체의 11.76%에 불과하다(2024년 1월 기준). 그에 비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4.8%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다. 1위는 서울 강북갑 선거구(24.83%)다. 수도권에서 두 곳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높은 선거구는 경기 여주·양주, 동두천·양주·연천을, 포천·가평 세 곳뿐이다. 모두 북한과의 접경지이거나 군 단위 지역이 포함된 선거구다.

제22대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김 아무개씨(18)는 서울 도봉을 소재 고등학교에 다닌다. 3월1일 폐교된 도봉고등학교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학교다. 김씨에게 ‘고령화’는 일상이 된 풍경이다. 김씨의 말이다. “거리를 걷거나 버스만 타도 노인 인구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은 걸 알 수 있다. 교육기관이 모여 있는 방학동을 제외한 곳에서는 학생을 보기 힘들다.” 서울 강북구 수유2동에 사는 박 아무개씨(40)는 강북갑 선거구에 산 지 10여 년째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박씨는 “그래도 미아동에는 아이들 병원이 있는데, 여긴 아이들을 보낼 병원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도시 서민’ 품은 선거구

서울 강북갑과 도봉을 주민들은 한국 사회가 고령화로 맞닥뜨릴 문제를 서울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 전체가 고령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먼저 온 미래’인 셈이다. 서울 동북부에 자리 잡은 강북갑은 서울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낮은 선거구이기도 하다. 서울 전체 선거구 중 유일하게 평균 주택공시가격(1.9억원)이 2억원을 넘지 않는다(아래 〈그림 1〉 참조). 두 번째로 낮은 지역 역시 강북갑과 맞닿은 도봉을(2.46억원)이다. 두 지역 모두 서울 주택공시가격 중위값(3.6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먼저 온 미래’ ‘도시 서민’이라는 키워드를 품은 서울 도봉을과 강북갑에 사는 유권자들은 어떤 대표자를 바랄까? 이 선거구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요구에 충분히 응답하고 있을까?

<그림 1> 서울 강북갑·도봉을 지역 투표구별 평균 주택공시가격(단위:억원, 색이 진할수록 가격이 높음).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서민 주거 지역이다.

서울 강북갑·도봉을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우호적인 선거구로 분류된다. 현역의원으로 이번 선거에도 출마한 오기형(도봉을)·천준호(강북갑) 의원의 소속 정당 역시 민주당이다. 두 지역 모두 현재의 선거구로 분류된 제15대 총선(1996년) 이후 제21대 총선까지 일곱 차례 선거에서 다섯 차례 민주당 계열 정당의 후보가 승리했다. 다만 제18대 총선(2008년)과 제20대 총선(2016년)에서는 판세가 엇갈렸다. 보수정당 소속인 김선동 후보(도봉을)와 정양석 후보(서울 강북갑)가 각각 승리했다. 제18대 총선에서는 서울 전역에 ‘뉴타운 열풍’이 불었고,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서울 지역구 48곳 중 40석을 가져갔다. 제20대 총선에서는 두 선거구 모두 20% 안팎을 득표한 국민의당 후보와 3파전을 벌였다.

누가 그곳에 살고 있나

〈시사IN〉은 각 선거구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구 구간을 5단계로 나누었다. 각각 ①미성년(0~19세) ②미·비혼 특성이 강한 청년(20~34세) ③청·중년(35~49세) ④인구가 많은 장·노년(50~64세) ⑤점차 증가하는 은퇴 고령층(65세 이상)이다. 두 선거구에서 ④번과 ⑤번을 합한 50대 이상 인구는 전체의 52.01%(도봉을), 51.1%(강북갑)로 절반이 넘는다. 서울에서 전체 1, 2위를 다툰다.

이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서울 도봉을과 강북갑의 각 투표구는 연령대별 인구 비율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4개의 집합으로 분류된다(아래 〈그림 2〉 참조). 각각 50대 이상 인구가 많은 지역(베이지색), 미성년 인구와 35~49세 인구가 많은 지역(녹색), 35~64세 중장년 인구가 많은 지역(흰색), 청년(20~34세) 인구가 많은 지역(회색)이다.

<그림 2> 연령대별 인구 비율에 따라 구분한 도봉을·강북갑 81개 투표구. 각 투표구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4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도봉을·강북갑 모두 베이지색으로 표기된 지역이 다수다. 50대 이상의 노년 유권자가 많은 동네(투표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런 투표구가 도봉을에 38개(전체 42개), 강북갑에 35개(전체 39개)에 달한다. 반면 도봉을·강북갑은 서울에 총 122개 있는 청년 인구 위주의 투표구(회색)가 단 하나도 없다.

도봉을에서 일부 발견되는 녹색 지역은 미성년 인구와 청·중년 인구(35~49세)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이 밀집한 지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도봉을 42개 투표구 중 방학1동 1개 투표구, 쌍문4동, 방학3동에 나란히 걸쳐 있는 3개 투표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방학동을 제외한 곳에서는 학생을 보기 힘들다”라던 고등학생 김씨가 언급한 ‘방학동’은 이 3개 투표구 인근을 가리킨다.

반면 강북갑은 녹색 지역을 ‘그마저도 찾기 어려운’ 선거구다. 서울에서 학부모 중심의 투표구(녹색)가 없는 선거구는 강북갑이 유일하다. 흰색으로 표시된 투표구가 네 곳 있지만, 이곳은 미성년 인구보다 35~64세 인구가 주축을 이룬다. 성인이 된 자녀들과 함께 사는 부모 세대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권심판론’ 앞세우는 민주당

서울 도봉을에서는 현역인 오기형 민주당 후보와 이 지역에서 재선을 했던 김선동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제20대 총선부터 내리 세 번째 대결이다. 두 후보의 사무실은 방학1동에 있는 대형마트 건너편에 나란히 자리 잡았다. 도봉을에서도 유독 차량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오기형 후보는 사무실 바깥 플래카드에 ‘윤석열 정권 심판, 민생 회복, 도봉 발전’을 내걸었다. 그에 맞서 김선동 후보는 ‘힘 있는 도봉시대’를 내세웠다. 오기형 후보의 정권심판론에 일꾼론으로 맞붙겠다는 의도다.

3월24일 오후 4시 ‘방학동 도깨비시장’ 앞 건널목에서는 오기형 캠프와 김선동 캠프가 마주 보고 한창 유세를 펼치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건 오기형 후보는 〈시사IN〉에 “이 선거구는 교통과 일자리가 중요하다. 다만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 심판이 포인트이고, 저변에 (정권 심판 의지가) 강하다”라고 강조했다. 오기형 캠프의 한 관계자는 남은 선거 기간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걸 잊지 않게 계속 얘기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갑에서는 현역인 천준호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판사 출신 전상범 후보가 겨룬다. 두 후보 모두 단수 공천되며 2월23일 일찍 양자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천준호 후보는 도시철도 신강북선·강북 시립 어린이전문병원 추진 등에 초점을 맞췄다. 전상범 후보도 GTX-C 노선 연장, 어린이 병동을 포함한 시립종합병원 유치를 공약했다.

다만 천준호 강북갑 후보 측은 도봉을의 오기형 캠프와 마찬가지로 선거 최전선에 정권심판론을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천준호 후보는 정양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18.3%포인트 차이로 크게 이겼다. 천준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 선거다. (또 다른) 쟁점을 되도록 만들지 않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3월5일 서울 도봉구 도봉고등학교 앞에서 노인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서울 도봉고는 학생 수 감소로 지난 3월1일 폐교했다. ⓒ시사IN 박미소

오기형 캠프 관계자는 “2016년(제20대 선거)에는 ‘아파트는 우리 표, 아파트가 아닌 저층 주거지는 국민의힘 표’라는 결과가 보였는데, 지금은 골고루 지지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선동 후보는 〈시사IN〉과 만나 “이종섭 전 대사 등 악재가 거둬지면서 분위기가 돌아오는 추세다”라고 했다. 김 후보는 1호 정책으로 서울 대학 공공기숙사 설립 등 ‘청년 타운’을 내세워 “고령사회를 탈피하겠다”라고 했다.

오기형 캠프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 지역은 50~60대가 많고 청년 인구 자체가 적어서 청년 공약을 내세우기 어렵고, 청년 공약은 허상이다. 취업, 주거 정책 없이 개별 후보의 공약만으로는 청년에게 도움을 주기 힘들다. 오히려 (유권자들은)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크다(오기형 캠프 관계자).” 두 후보 측의 접근법이 달라 보인다. 4월10일에 누가 웃을까.

※ 다음 선거구 분석은 ⑥ 서울 강동을로 이어집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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