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정고시 응시생 급증, 공교육 문제 짚어봐야

경기일보 2024. 4.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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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실시되는 올해 1회차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10대 청소년 수가 1만6천332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1회차(1만4천308명), 2회차(1만5천737명) 대비 최대 2천명 이상 늘었다. 검정고시는 4월과 8월 연 2회 치러지는데, 현 추세라면 한 해 3만명을 넘었던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역에서도 검정고시에 지원한 학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최근 4년간(2021~2024년) 초·중·고 졸업학력 검정고시 응시 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4월 7천533명에서 올해 9천49명으로 4년간 20% 늘어났다. 총 지원자 수는 2021년 1만4천633명, 2022년 1만5천29명, 2023년 1만7천8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특히 초졸 검정고시 지원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1년 4월 663명에서 올해 916명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교육계에선 코로나19 이후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검정고시 지원자 수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장기간 비대면 수업을 했던 학생들이 정상 등교가 재개된 이후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자퇴를 한 경우가 많았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학업 중단 현황을 보면 2020년 4천528명, 2021년 5천570명, 2022년 6천866명이 학교를 떠났다. 초등학교의 경우 대안교육 등 정규교육 외 진로 선택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사례가 많다. 학교에 적응을 못해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대안교육기관으로 가면서 초졸 검정고시 지원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고졸 검정고시는 수능을 위주로 하는 정시 전형 확대 흐름 속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응시생 증가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검정고시가 내신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한 대학입시 우회로로 활용되는 것은 문제다. 성인학습자들의 재교육이라는 검정고시 취지에도 맞지 않고, 이탈자 증가로 공교육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10대 검정고시생 증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당국도 공감하지만 해법이 마땅찮다. 10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검정고시 트랙을 따로 만들거나, 검정고시 응시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예산·법률적인 문제들로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자퇴생이 급증한 이유를 면밀히 살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와의 단절 이후 학업도 문제지만 청소년들이 은둔, 고립에 빠지지 않도록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고교 내신 성적 관리의 어려움으로 자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교육의 위상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검정고시 응시생이 늘어나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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