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분증 2만원, 청소년 환영”...SNS서 대놓고 홍보하다니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4. 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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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신분증 한 건 당 2만원에 제작해 드립니다. 청소년 환영."

청소년들이 이같은 위조 신분증을 활용해 술이나 담배를 사는 등 일탈행위를 부추기는 한편 사기 등에 악용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7년에는 10대 청소년 2명이 SNS에서 구입한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중고거래에서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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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위조 광고 SNS에 만연
청소년 사이에서도 인기
싼값에 실물·온라인 모두 만들어
술·담배 구입하고 일탈 빠지기도
학위·성적 등 문서위조 업체도
위조 신분증을 제작 및 판매하는 SNS 계정이 많아지고 있다. ‘청소년 환영’이라며 미성년자의 위조 신분증 구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위조 신분증 한 건 당 2만원에 제작해 드립니다. 청소년 환영.”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주겠다는 업체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청소년들이 이같은 위조 신분증을 활용해 술이나 담배를 사는 등 일탈행위를 부추기는 한편 사기 등에 악용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일 매일경제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표적인 SNS인 X(옛 트위터)에 ‘위조 민증’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250개가 넘는 계정이 검색됐다. 이들 위조업자들은 단속망을 비웃듯 SNS에 “청소년 환영”이라고 대놓고 홍보하며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들은 신분증뿐만 아니라 학위증명서, 성적증명서, 어학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공문서와 사문서를 위조하고 있었다. 위조를 의뢰하는 가격도 제각각이었다. 제작이 복잡하면 가격이 올라갔다.

예컨대 한 업자는 “06쯩을 00으로 위조해 주겠다”고 소개했다. 쯩은 인터넷에서 민증을 줄여서 부르는 은어로 2006년생 민증의 생년월일 숫자를 위조해 2000년생 주민등록증으로 바꿔주겠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미성년자가 성년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금액은 3만원을 제시했다.

실물 신분증 위조가 적발될까 우려하는 이들을 위해 눈속임이 더 쉬운 임시 신분증을 위조해 주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주민센터에서는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는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종이로 된 ‘임시 신분증’을 발급해 주는데, 이것을 위조하는 것이다. 이 또한 엄연히 공문서 위조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다.

취재 과정에서 접한 업자는 “임시 민증은 10분이면 만든다”며 “지금까지 최소 30명에게 위조 임시 민증을 만들어줬고, 한 번도 걸렸다는 사례를 들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임시 주민등록증임을 인증해 주는 주민센터의 붉은 도장은 포토샵으로 만들었다. 임시 주민등록증 사용법을 정리한 자료를 넘겨주면서 “유효기간 30일 짜리 임시 민증은 한장에 2만원, 다섯장에 8만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자는 아예 얼굴, 주소, 생년월일까지 정교하게 위조한 정부24의 온라인 신분증까지 만들어주고 있었다. 주민등록증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신분증은 핸드폰만 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든지 신분을 인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현행법상 주민등록증을 포함해 각종 증명서를 위·변조하는 행위는 ‘공문서 위·변조죄’에 해당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타인의 신분증을 훔칠 경우 절도에 해당하고 습득해 판매할 경우 점유이탈물 횡령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지난해 12월 개정된 주민등록법을 시행해 다른 사람의 주민증록증 이미지를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SNS에서는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위조 제작을 홍보하는 유령 계정을 만들어 놓고, 실제 제작 문의는 카카오톡 혹은 텔레그램에서 1대1 대화를 통해 받는 경우가 많았다. 위조 신분증 제작 과정을 확인시켜 준다든지 결과물을 확인하고 입금해도 된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신분증을 구매하는 방법에 대한 글까지 심심치 않게 공유되고 있다. ‘임시 민증’ 구매를 고려했다는 최 모씨(17)는 “친구들과 술집에 가고 싶어 미성년자가 술집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위조 민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위조 민증이 청소년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17년에는 10대 청소년 2명이 SNS에서 구입한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중고거래에서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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