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지연 불가피”…임박한 총선, 고심 깊은 선관위

강윤서 기자 2024. 4. 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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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검표 도입으로 인력 확대했지만…공무원 노조 “아직 부족”
각 광역시 선관위, 인력 40% 일반인 투입…별도 검증 절차 없어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4일 앞둔 3월27일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비례대표 모의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역대 가장 긴 51.7㎝에 달하는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를 받는다. ⓒ연합뉴스

4·10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투표와 개표 진행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수(手)검표 도입에 따른 개표 결과 발표 지연이 예상되는 데다 인력 충원, 투표소 보안을 둘러싼 우려 불식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3일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는 부정투표 의혹 불식을 위해 사무원이 투표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手)검표 절차가 도입된다. '투표지분류기'로 1차 분류한 뒤 '심사계수기'에서 2차 확인하는 작업 사이에 '개표사무원'이 손으로 직접 투표지 분류 상태와 무효표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수검표로 선거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결과 발표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관위는 개표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 확대에 나섰고, 최근까지 구인 작업을 벌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개표사무원 인력은 총 7만6000명이 필요하며 현재 모집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및 전국 6대 광역시 선관위는 인력 확대 기조에 따라 지난 총선보다 더 많은 개표사무원을 확보했다. 각 광역시 선관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확보한 총 개표사무원은 ▲부산 4853명(21대 총선 대비 663명 증가) ▲대구 3340명(232명 증가) ▲광주 1942명(460명 증가), ▲인천 4799명(1302명 증가) ▲울산 1672명(280명 증가) 수준이다. 3일 기준 집계 결과가 나오지 않은 대전은 약 2300명으로 추산되며, 서울은 지난달 11일 기준 개표사무원 약 1만3700명을 확보해 지난 총선 대비 2000여 명이 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준 공무원 노조 위원장은 "수검표 절차 도입에 비해 공무원 투입 인력은 지난 총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증원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서울, 부산, 대구 등 투표 인구가 많은 지역은 사실상 수검표를 하루 만에 끝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보통 (오후) 6시에 투표가 끝나고 개표 장소로 이동하면 7시부터 개표가 시작된다"며 "(공무원 개표 인력이) 지금보다 배로 늘지 않는 이상 결과 발표는 (지난 총선보다) 훨씬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개표 작업에 총 9시간26분이 소요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수검표 도입과 역대 최장 길이인 비례대표 투표용지 등으로 필요한 총 투·개표 인력은 33만 명이다. 33만 명 가운데 개표사무원(7만6000명) 외 나머지 인력은 투표 과정 전반에 투입된다. 

이는 지난 총선 인력(32만744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투·개표 사무원 중 지자체 공무원은 16만 명 투입되지만 현재 필요인력에서 1만 명 내외로 미확보 된 상태다. 

조동진 선관위 대변인은 "초반에 지자체 등에서 공무원 인력 협조가 원만하지 않았다"며 "공무원 인력 확보가 안 될 경우 일반인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공무원 노조) 대변인은 "기계가 분류한 투표지를 확인하는 수검표 작업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재확인 과정'이 추가된 셈"이라며 "가령 개표사무원이 투표지 백 장 묶음을 한 장씩 다시 넘기면서 두세 번 더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수개표 과정이 추가되는 점을 고려해 "투표함을 열어 투표지를 쏟아내는 개표사무원 등 다른 역할의 인력을 수검표 인력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산 사전투표소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 ⓒ연합뉴스

일반인 개표 인력 40%대…'내국인', '비당원' 검증만

개표에 참여하는 일반인의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표사무원은 크게 공무원(국가·지방·교직원·금융기관·공공기관 직원 등)과 일반인(공정·중립 인사 등)으로 충원된다. 일반인은 공무원과 달리 별도 신원 확인을 하지 않는다.

선관위는 공무원 개표 인력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인도 개표에 투입되지만 이번 총선은 최대한 공무원으로 개표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전체 개표사무원 중 일반인 비율은 지난 총선 대비 줄어든 추세다. 이번 총선에서 각 광역시 선관위가 확보한 개표사무원 중 일반인 비율은 ▲부산 50.2%(21대 총선 대비 14.3%p 감소) ▲대구 31.7%(22.6%p 감소) ▲광주 41.5%(3.2%p 감소) ▲인천 41.2%(10.5%p 감소) ▲울산 42%(1.8%p 증가)다.

다만,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인에 대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선관위는 이들에게 '본인확인 및 비당원 확인서'를 받는 것 외 추가 확인 작업을 하지 않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반인 개표 인력을 위촉할 때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한다'는 문구와 '특정 정당의 당원이 아니다'라는 두 가지 내용이 담긴 확인서를 받는다"면서 "이들에 대한 신원 조회 등을 별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 일반인 개표사무원은 대부분 단순·보조 업무에 투입된다"며 "가령 접힌 투표지를 펼치거나 가지런히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사·집계 등 중요한 절차를 담당하는 사무원은 대부분은 공무원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사전투표소에서 불법 카메라가 적발된 사건이 늘어난 가운데 투표소가 '무방비 상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앞서 전국 각지 행정복지센터와 체육관 등 사전투표소 40여 곳에서 불법 카메라가 설치된 정황이 드러났다.

조 대변인은 "아직 사전투표소가 설치되기 전이라 각 장소는 사실상 빈 공간"이라며 "이에 중앙선관위는 투표소 설치 전에도 각 지방자치단체, 학교, 공공기관 등 시설 관리 주체에 출입문 폐쇄, 잠금장치 철저 등 보안 강화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개표소 설치 당일에도 전국 투·개표소의 불법 시설물 설치 여부를 정밀 점검하고 사전투표기간 및 투표일에도 수시로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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