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료는 손님 맘대로 내세요" 했더니 '돈 더 낸' 관객들

박민식 2024. 4.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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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은 손님 내고 싶은 만큼 내세요."

당첨된 일반 관객(1,709명)에게 관람료를 1,000원, 3,000원, 5,000원, 1만 원 중에 하나를 고르는 방식(관람료선택제)이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000원보다 관람료를 더 낸 관객의 비율은 성동구가 32.0%(25명 중 8명)로 가장 높았고, 중구(25.0%, 28명 중 7명), 강동구(23.4%, 47명 중 11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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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관객이 관람료 선택' 실험
1,709명 중 230명이 최저가보다 더 내
"미안해서" "양심적으로 내" "가치 높아"
세종문화회관 올해 4차례 더 공연 예정
지난달 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누구나 클래식' 공연에서 해설자로 나선 이금희 아나운서가 연주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값은 손님 내고 싶은 만큼 내세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경제에서, 공급자가 가격 책정을 포기한다면 아마 모든 소비자는 최저 금액을 낼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예측이다. 정말 그럴까?

지난달 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클래식 공연 '누구나 클래식'에서 바로 이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이 공연은 영화, 광고, 드라마 등에 삽입돼 대중의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선정·연주해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낮추려 마련된 행사. 2007년부터 선보인 1,000원으로 오페라, 마당놀이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천원의 행복’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번 공연에선 이금희 아나운서가 해설을 맡아 곡 이해를 돕고, MBC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음악을 맡았던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림스키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등을 연주했다.

관객은 온라인 신청자(경쟁률 3.3 대 1) 중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했다. 당첨된 일반 관객(1,709명)에게 관람료를 1,000원, 3,000원, 5,000원, 1만 원 중에 하나를 고르는 방식(관람료선택제)이었다. 통상 10만 원대(VIP석 기준) 정도의 공연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최저가인 1,000원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한 관객은 230명(13.5%)에 달했다. 5,000원을 지불한 관객이 106명(6.2%)으로 가장 많았고, 3,000원 82명(4.8%),1만 원 42명(2.5%)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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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돈 1000원에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 보세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0110170002578)

최저가보다 돈을 더 지불한 이들이 설명한 이유는 다양했다. 1만 원을 내고 관람한 박아영(43)씨는 "자녀 2명과 매년 최소 한 차례 함께 공연을 보는데, 보통 최소 3만 원이었다"며 "세종문화회관이 부담 없이 클래식 공연을 즐길 기회를 제공해준 데 대한 고마움과 이런 공연이 지속 가능했으면 하는 마음에 1만 원을 냈다"고 말했다. 역시 1만 원을 냈다는 황혜림(37)씨는 "1,000원도 있어 고민했는데 1만 원 내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 양심적으로 선택했다"며 웃었다.

3,000원을 낸 박모(78)씨는 "1,000원은 너무 싸고, 그렇다고 5,000원 내기도 좀 그래서, 당첨된 친구도 나도 3,000원을 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김모(58)씨는 "수시로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 공연 일정을 확인하는 딸이 당첨돼 5,000원 내고 예매했다"며 "이렇게 좋은 공연을 어떻게 1,000원 내고 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안호상 사장 "1000원보다 더 낸 관객 230명이나 돼 놀라"

그래도 대다수 관객은 1,000원을 선택했다. 전체 평균 관람료는 1,565원이었다. 서울 관객의 평균 관람료는 1,604원이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000원보다 관람료를 더 낸 관객의 비율은 성동구가 32.0%(25명 중 8명)로 가장 높았고, 중구(25.0%, 28명 중 7명), 강동구(23.4%, 47명 중 11명) 순이었다. 강북구(16명), 금천구(11명), 서초구(40명)는 관람객 전원 모두 1,000원을 냈다.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관람료선택제를 도입한 세종문화회관 측은 이번 결과에 만족해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혹시라도 '(1,000원보다) 값을 더 올리려나'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1,000원을 초과한 관람료를 낸 분이 230명이나 돼 놀랐다"며 "공연 입문자와 서민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관람료를 선택할 수 있는 '누구나 클래식' 공연을 올해 4차례 더 개최한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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