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씌우고 "생존권" "어쩔 수 없다"…이런 식당 피하려면 어떻게?

유동주 기자 2024. 4. 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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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행사장에서 장돌뱅이식 바가지 영업을 하는 업주들이 즐겨 쓰는 '차림표'. 대체로 통돼지바베큐와 홍어삼합 등을 팔면서 위와 같은 차림표 메뉴 형식과 비슷한 경우에는 바가지 식당인 경우가 많다./사진= 유동주


최근 봄 축제 시즌을 맞아 전국에서 열린 벚꽃축제 등에서 '바가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축제 바가지 상술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공분을 산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도 높은 대책이 실행에도 들어갔지만 올해도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축제에서 '바가지 음식'이 일시에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국 축제와 행사장을 돌며 '장돌뱅이'식 영업을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한참 바가지 논란이 커지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뉴스페이지를 장식할 때도 오히려 '생존권'을 주장하며 공중파 인터뷰에 나서는 등 그간의 영업행태를 바꿀 의지가 별로 없단 점을 분명히 했다.
장돌뱅이 업주들 "'바가지 장사', 어쩔 수 없다"
관광객 입장에선 '바가지 장사'를 멈출 생각이 없다는 이들의 항변을 요약하면 "짧은 축제 기간 동안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업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브로커에게 내고 비싼 자릿세로 들어왔기 때문에 인근 식당보다 비싸거나 부실한 메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악천후로 비라도 내리면 축제가 망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축제 식당 매장 특성상 비싸게 받아야 한단 주장이다.

이런 '자릿세' 문제에서 파생되는 '바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축제 주최 측인 지자체 등은 축제 용역을 공고하면서 문체부와 관광공사, 행안부 행정지도에 따라 부스 재판매 등을 금지하고 음식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바가지 음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 행사장 바로 옆에 주최 측과는 무관한 사유지나 상가를 빌린 장돌뱅이 음식마당이 버젓이 들어오는 것까지 관에서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새 문제되는 대부분의 축제 바가지 음식은 실제로 주최 측 관리 하에 있는 게 아니다. 최근 폐막한 '진해군항제'가 대표적이다. 군항제에선 올해도 '바가지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렇게 문제가 된 음식들은 대부분 벚꽃이 줄지어 있는 여좌천이나 경화역의 빈터 및 상가에 장돌뱅이 업자들이 사적으로 만들어 놓은 임시 식당이다. 축제 주최 측 관리 하에 있지 않은 식당들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축제 지역에 여러 곳에 먹거리 마당이 열려 있어 어떤 곳이 메뉴와 가격이 관리되는 곳인지 어느 곳이 장돌뱅이 식당인지 분별하기 쉽지 않다. 해당 축제에 1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일반 관광객 입장에선 구별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지난해 '1박2일 시즌4' 멤버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전통 과자를 판매해 바가지 논란이 불거진 경북 영양군의 한 재래시장. 축제 기간 시장 한 켠을 빌려 영업하는 외부 상인들이다. /사진=KBS 2TV '1박2일 시즌4' 방송화면 캡처

여행 전문가처럼 '장돌뱅이 식당' 피하는 4가지 팁
전국을 돌며 장돌뱅이식 영업을 하는 식당들의 대표 메뉴인 통돼지바베큐. 바베큐 기구 뿐 아니라 식탁보와 차림표 등도 전국 축제를 돌며 같은 것들을 써서 한 번 기억해놓으면 구분하기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사진= 유동주 기자

하지만 축제 기획자들과 지역 전문 여행사 등 전문가들의 경험에 따른 구분법은 그나마 있다.

첫째 식당 앞에 '통돼지바베큐' 기구가 있는지를 보면 된다. 지난해 군항제를 시작으로 여러 축제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문제됐던 메뉴가 통돼지바베큐다. 보통 한 접시에 4만원이나 5만원에 파는 통돼지 바베큐는 장돌뱅이 식당의 '시그니처'다. 이들은 수십년 전부터 축제 분위기를 내는 '통돼지바베큐' 기구를 식당 앞에 놓고 장사를 해왔다. 관광객들이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라 그들의 눈길을 끌기에 좋은 아웃테리어 장식인 셈이다. 이런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홍어삼합, 홍어회무침, 메추리구이 등이다. 해당 축제 지역 특산물이 아닌데 이 메뉴들을 취급한다면 피하는 게 좋다.

둘째 운영주체를 확인하면 된다. 최근 축제 음식이 문제가 되면서 장돌뱅이 식당이 아닌 지역 주민 공동체, 부녀회, 새마을회 등이 여는 식당엔 해당 주체가 텐트나 메뉴표 혹은 유니폼 등에 명확히 써 있다. 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엔 대부분 장돌뱅이 식당이다. 지난해 바가지 식당 논란이 커지면서 최근엔 '착한 인증', '착한 식당'이라는 표기를 새로 크게 써 놓은 장돌뱅이 식당도 생겨났다. 문체부와 관광공사가 전국 문화관광축제를 대상으로 '착한 가격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장돌뱅이 업주들은 오히려 이를 베껴 '착한'이라는 단어까지 앞에 써 붙인 게 현실이다.

경기 모 지역 축제에서 새마을회가 운영하는 식당 메뉴표. 메뉴가 간소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다./사진= 유동주 기자


셋째 메뉴를 확인하면 된다. 특히 멀리서 보일 정도로 큰 글씨로 메뉴를 현수막에 적은 식당은 대부분 장돌뱅이 식당이다. 메뉴표도 중요한 단서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장돌뱅이 식당 메뉴표는 똑같이 생겼다. 업자들이 팀을 구성해 같은 메뉴표로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보통 '향토음식관' 혹은 '차림표'라고 써 있고, 메뉴 구성도 가장 비싼 통돼지바베큐부터 홍어삼합 그리고 가장 싼 꼬치어묵까지 순서도 거의 비슷하다. 아울러 메뉴 종류도 20개가 넘어가고 체계적으로 보이면 오히려 바가지 식당이다. 새마을회 등 지역 공동체가 하는 임시 식당은 대체로 메뉴 종류가 간소하다. 전문 업자가 아니면 많은 메뉴를 준비한단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축제 브로셔를 확인하자. 주최 측에서 메뉴와 가격까지 관리 중인 제대로 된 식당은 대부분 축제 브로셔에 소개돼 있다. 관광객이라면 행사장 입구나 안내소에서 이런 브로셔를 확인한 뒤 식당과 메뉴를 고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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