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노시스 “음성 분석기술 고도화로 치매 예측”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4. 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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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스타트업]
신정은 보이노시스 대표 인터뷰
AI로 음성 분석해 뇌 기능 확인
AI 알츠하이머 판별 세계대회 우승
스타트업 월드컵서 2위 등 기술력 인정
“건강한 뇌 유지하는 데 도움 줄 것”

“수많은 데이터가 뇌에서 처리된 뒤 나오는 결과물이 바로 ‘음성’입니다. 음성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면 치매와 같이 뇌 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을 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보이노시스는 사람의 음성을 분석해 인지 기능의 대표적인 질병인 치매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년 넘게 난청 환자를 돌봐왔던 신정은 보이노시스 대표(건국대병원 교수)는 “음성의 변화를 기반으로 치매를 예측하려는 스타트업은 해외에 있었지만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라며 “환자를 돌보면서 얻은 지식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창업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난청 환자 돌보다 창엄 결심 … “뇌 기능 떨어지면 음성에 이상 발생”
보이노시스는 올해 2월, 알츠하이머 AI 판별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보이노시스]
신 대표는 난청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다. 난청을 경험하게 되면 주변 사람과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게 되고, 이는 스트레스는 물론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뇌의 인지 기능은 빠르게 떨어진다. 신 대표는 “보통 난청 환자들은 5~7년을 주기로 병원을 찾는데, 뇌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의 음성에는 변화가 감지된다”라며 “실제 그러한 환자 중에 치매 판정을 받은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매는 적절한 치료제가 현재 없는만큼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발견하고 치매 확진을 지연시키는 게 최선”이라며 “음성을 정교하게 분석한다면 이러한 변화를 사전에 찾아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가 이러한 생각을 처음 한 것은 지난 2011년이었다. 해외 여러 스타트업이 신 대표와 같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치매를 예측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미국, 이스라엘 기업들이 관련 분야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2019년 이들이 음성을 분석하는 것을 보고 아쉬운 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음성은 상당히 복잡한 만큼 이를 분석하려면 여러 요인을 통제해야 한다. 마이크 제품에 따라, 장소에 따라 녹음되는 음성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향이 가진 특성이 관련 기술 개발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신 대표는 “결국 제대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9년 창업했다”라며 “이후 다양한 실험을 기반으로 간단하게 뇌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나갔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치매, 파킨슨 등을 연구하는 여러 전문의가 함께 참여했다.

수많은 연구 끝에 몇 가지 테스트로 난청과 인지 장애 환자를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보이노시스의 AI를 활용하면 집에서 1~2분 투자로 난청, 뇌의 피로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뜨는 몇 문단의 글을 소리 내 읽고, 그림을 보고 이를 묘사하는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이어 AI는 난청, 인지 장애 정도를 점수로 평가해준다. 신 대표는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난청의 경우는 90%에 달하는 진단 정확도를 보였고 인지 장애 역시 87%가량의 정확도를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치매는 예방이 최선 … 치매 검사 대체하는 기술 확보할 것”
신정은 보이노시스 대표
보이노시스는 지난해 ‘국제 음향음성 신호처리 학술대회’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 질환 AI 판별 세계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데 이어 미국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로 참가, 2위를 차지하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아왔다.

보이노시스는 이러한 AI를 기반으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먼저 올해는 일반인이 앱을 내려받으면 하루에 1~2분 투자로 현재의 뇌 피로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앱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 대표는 “다이어트를 할 때 매일 체중계 위에 올라가듯이 뇌의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의 앱을 먼저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를 했을 때 낮은 점수가 나오면 뇌가 피로한 상태이니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는 방식을 통해 뇌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보이노시스는 궁극적으로는 치매 인지 검사에 활용되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음성으로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신 대표는 “의료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치매와 같은 질병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라며 “음성을 기반으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뇌 상태를 확인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환자를 만났는데, 매일 옆에서 환자를 돌볼 수는 없는 만큼 잔소리를 하는 기술을 만들어 환자들이 건강해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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