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구' 끌어들여 지방소멸 위기 극복

김재근 선임기자 2024. 4. 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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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희망이다] 지방 살리기 정책 '생활인구'
하루 3시간 이상 월 1회 왕래… 소비·지역경제 등 도움
두 지역 살아보기·농촌유학·은퇴자 공동체 마을 지원
충북 단양군은 주민등록인구보다 생활인구보다 훨씬 많은 지역이다. 농촌체험프로그램의 하나인 된장 만들기 체험. 사진=단양군

생활인구를 잡아라!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생활인구'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주민등록은 두고 있지 않지만 직장이나 관광, 공부, 휴양 등을 위해 우리동네에 일정 기간 머무르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주소를 둔 사람 못지않게 자주 왕래하는 인구도 소비를 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관광도시는 물론 전시와 공연, 회의가 많은 도시들은 생활인구가 기여하는 몫이 매우 크다. 이들 덕분에 식당과 숙박업소가 먹고 살고, 기념품가게도 돈벌이를 한다. 공장과 산업단지가 많은 도시, 학교가 많은 도시도 타지에서 오고 가는 생활인구가 많다.

생활인구는 기존의 주민등록 인구를 비롯하여 하루 3시간 이상 월 1회 이상 머무르는 내국인과 출입국관리법 제31조에 따라 등록한 외국인 등을 포함한다. 특정 지역을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교류 등의 목적으로 방문하여 일정 기간 체류하는 사람을 '생활인구'로 규정하고, 그 지역의 인구로 여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리적 장벽을 넘어 왕래하는 생활인구가 많아졌고 이들을 대상으로 지방 살리기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 하루 3시간, 월 1회 이상 머무르면 생활인구

지난해 7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고, 전국 7개 시·군의 생활인구 시범 산정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다.

충청권에서는 충남 보령과 충북 단양이 포함됐다. 관광지인 이들 2곳은 주민등록인구보다 왕래하는 인구가 훨씬 많은 곳이다. 정부의 생활인구 조사 결과 2023년 6월 기준으로 보령시는 주민등록인구가 9만9600명인데 비해 체류인구는 42만8200명으로 4.3배나 됐고, 단양군도 주민등록인구 2만8천명에 체류인구는 24만1700명으로 8.6배나 됐다.

보령시는 이러한 생활인구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접목시킨다는 전략이다. 생활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보령시 원산도 등 5개 섬에 2030년까지 해양레포츠센터와 복합 마리나항, 헬스케어 복합단지, 리조트 관광단지, 해양관광 케이블카 등을 설치하는 글로벌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워케이션도 주목받는 사업의 하나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직장인이 원하는 곳(휴가지)에서 동시에 업무를 보고 휴가도 즐기는 것을 말한다. 보령시는 지난해 머드테마파크 2층에 공유 오피스를 만들어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에서 온 젊은 직장인들은 평일에도 이곳에서 업무를 보고 일이 끝나면 바로 가족이나 연인들과 해수욕장을 거닐고 바다낚시, 맛집과 양조장 탐방 등의 휴가를 즐겼다.

이처럼 업무+숙박+관광+체험 등이 어우러진 워케이션은 부여, 예산, 태안에서도 운영됐다.

공주시는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문화체혐 여행 등 다양한 '5도2촌' 정책을 펴고 있다. 사진=공주시

□ 공주 보령 단양 등 다양한 인구 유인책 운영

금산군도 남이면 건천리와 군북면 상곡리에 일과 휴식을 병행하고 힐링과 치유를 할 수 있는 힐링치유형 워케이션 공간을 조성하고, 서천군도 장항읍 창선1리에 가족휴가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살아봐요 워케이션 in 장항'을 추진하고 있다.

단양군은 지난 2월 '생활인구 늘리기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위는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행·재정적 지원 방법도 마련하게 된다. 단양은 연간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달성하기 우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양군은 귀농귀촌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귀농인 정착장려금과 소형농기계 및 농가주택 수리비 지원, 귀농인 영농 멘토제를 운영하고, '단양 느껴보기(1박 2일)'와 '단양에서 살아보기(3개월)', '귀농인의 집(6∼12개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966세대 1,200명을 유치했다.

오래 전부터 적극적으로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온 곳이 공주시이다.

공주시는 역대 시장이 5도2촌 정책을 펼쳐왔다. 5도2촌은 말 그대로 1주일 중에서 5일은 도시에서 일하고, 2일은 시골에서 머무르는 것이다. 공주는 백제의 수도로서 역사문화, 관광, 교육도시 등 자원이 풍부하다. 이런 자원을 활용하여 인접한 대전, 세종, 천안, 아산의 도시민이 찾아오게 하자는 것이다. '공주시 5도2촌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추진위원회도 발족했다.

농촌체험휴양마을 사업은 도시민들이 대장이랜드마을(계룡면), 예하지마을(의당면), 꽃내미풀꽃이랑마을(정안면) 등을 찾아 체험과 숙박, 휴양 등을 즐기는 것으로 지난해 5만9013명이 참가했다.

2008년부터 '온누리공주시민제'도 운영 중이다. 외지인이 온누리공주시민으로 가입하면 모바일시민증을 받아, 관광지 입장료 할인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다. 현재 온누리공주시민은 11만여명이고, 2026년까지 50만 명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도시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가 체험학습을 하는 농촌체험 팸투어, 공주시 읍면동과 기관단체가 외지의 마을이나 기업과 교류하는 자매결연사업 등도 벌이고 있다. 농촌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공동 소유의 세컨하우스로 활용하는 공유별장 '휴-가(休家)'사업도 추진한다.

2023년 충남도와 충남관광문화재단이 주관한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백마강에서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즐기고 있다. 사진=충남도

□ 인구감소시대 지방살리기 대안 주목

충남 청양군은 청년들을 위해 창업과 업무, 주거 기능을 담은 청양 블루쉽(Blue Sheep)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도 하고 24시간 재택근무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충북 제천시도 외지인들에게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 관광지 입장료와 시설 이용료, 관광택시비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주민 1인당 연간 세출예산액이 충남의 청양, 부여, 서천, 금산과 충북의 괴산, 단양, 영동, 보은, 옥천은 1000만 원을 넘었다. 인구는 적은데 비해 고령화가 심화돼 사회복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인구는 매우 유력한 대안이다. 주민등록 인구를 부양하려면 많은 복지비용이 들어가지만, 생활인구는 이런 부담이 거의 없고 오히려 숙박료나 입장료, 식사비 등 돈을 뿌리고 간다. 외국의 유명한 관광휴양도시 주민들의 소득이 높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생활인구 개념을 널리 활용할 방침이다. 향후 89개 인구감소지역 전체의 생활인구를 산정하여, 이를 토대로 행재정적 특례를 부여하고 재정지원에도 반영하는 한편, 지역 실정에 맞는 활성화 정책을 펼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농촌의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해 도시 거주자가 지방에서 순환, 체류하는 '두 지역 살아보기', 도시지역 초중학생이 농촌학교에서 일정 기간(6개월) 전학하여 공부하는 농촌유학프로그램, 퇴직자들이 2~3개월 전원생활을 즐기는 은퇴자 공동체 마을 등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생활인구가 인구감소시대 지방 살리기에 어떤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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