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모자란데?" 이유 있었다…대게·킹크랩 빼돌린 일당 송치

조승현 기자 2024. 4. 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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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를 활어차에 싣는 모습(이번 사건과는 무관)〈사진=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러시아 대게와 킹크랩이 실린 활어차가 도착합니다. 기다리고 있던 거래처에서 물건을 내려 무게를 답니다. 주문한 만큼 무게가 나옵니다. 그런데 거래처는 조금 더 달라고 합니다. 덤을 달라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 업계에서는 누구나 그 이유를 압니다.

대게와 킹크랩 같은 생물은 잴 때마다 무게가 달라집니다. 측정 당시 물을 얼마나 머금고 있느냐에 따라서 오차가 생기는 겁니다. 이를 고려해 납품업체는 거래처에 무게를 조금 더 얹어줍니다. 1톤을 납품하면 10kg, 그러니까 납품 물량의 1% 정도를 더 준다고 합니다.

이런 관행을 돈벌이에 악용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은 납품업체 소속으로 활어차를 운전한 40대 기사 3명입니다. 이들은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을 주 무대로 범행했습니다. 거래처에 더 주라고 한 대게와 킹크랩을 주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반납하지도 않았습니다. 몰래 빼돌려 수산물 도매업자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유통하는 것이다 보니 제값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시세의 절반 이하로 팔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오랜 기간 범행이 이어지다 보니 챙긴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납품업체에 입사한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년 가까운 기간 동안, 세 사람이 각자 가로챈 돈을 합하면 2억 원이나 됩니다.

노력 없이 번 돈은 허투루 쓰게 마련입니다. 인터넷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했습니다. 특히 인터넷 도박에는 사비까지 탈탈 털어 넣었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도박액 규모는 4억 7000만 원에 달했습니다.

킹크랩 무게를 측정하는 모습(이번 사건과는 무관)〈사진=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납품업체와 거래처를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였습니다. 한 거래처는 받은 물건을 따로 빼놨다가 무게를 다시 쟀습니다. 너무 적었습니다. 그래서 납품업체에 항의 전화를 걸었습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도 억울한 노릇이었습니다. 이런 하소연을 듣고 경찰이 확인한 끝에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회사 소유의 러시아 대게와 킹크랩을 빼돌려 자기 배를 불린 활어차 기사 3명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입건됐습니다. 범죄를 시인하고 경찰 조사에도 협조적이라서 구속은 면했습니다. 경찰은 지난주에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활어차 기사들로부터 대게와 킹크랩을 싼값에 사 판매한 수산물 도매업자 등 5명도 함께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이들은 장물인 걸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돈만 좇다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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