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눈물 거둔 4·3추념식…대통령·여당 대표 ‘2년 연속 불참’

허호준 기자 2024. 4. 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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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버지 얼굴을 모릅니다. 그래도 매년 제물을 만들고 추념식에 옵니다. 젊은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는 얼마나 억울하셨을까요."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에서 만난 양두남(76, 제주시 연동)씨가 말했다.

4·3 당시 남원면 신례리에 살았던 양씨는 "내가 7월생인데 아버지는 10월에 끌려가셨다. 지금의 제주공항 자리에서 행방불명됐는데, 하늘의 도움으로 2011년 3월 유해를 찾아 유해봉안관에 모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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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위원장 추도식 불참
한덕수 총리, 본인 명의 추념사 읽어
궂은 날씨에도 평화공원 찾은 유족들
“아버지 목숨값으로 보상…좋을 리 있나”
제주시 연동 양두남씨 부부가 3일 제76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열린 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아 아버지의 표석 앞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저는 아버지 얼굴을 모릅니다. 그래도 매년 제물을 만들고 추념식에 옵니다. 젊은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는 얼마나 억울하셨을까요.”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에서 만난 양두남(76, 제주시 연동)씨가 말했다. 양씨는 이날 아내와 함께 매(밥)와 갱(국), 고기적, 과일 등을 아버지(양석호) 표석 앞에 차려놓고 절을 했다. 4·3 당시 남원면 신례리에 살았던 양씨는 “내가 7월생인데 아버지는 10월에 끌려가셨다. 지금의 제주공항 자리에서 행방불명됐는데, 하늘의 도움으로 2011년 3월 유해를 찾아 유해봉안관에 모셨다”고 말했다.

제주4·3희생자 유족들과 도민들이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4·3희생자추념식장에서 헌화·분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이날 오전 10시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유족과 도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지난해 행사에도 불참했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제주도 전역에 1분간 울려 퍼진 추모사이렌을 시작으로 4·3 경과보고와 추념사 낭독, 유족 사연,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제주4·3 유족들이 3일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찾고 있다. 허호준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4·3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기나긴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받지 못한 채 숨죽이며 살아왔다”며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한 총리는 이어 “정부는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여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를 빈틈없이 마무리하겠다. 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과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한 총리가 대독했지만, 올해는 한 총리가 자기 명의로 된 추념사를 읽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인사말에서 “내년 4·3 역사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국가폭력에 의한 통한의 역사를 화해와 상생, 해원으로 극복해 낸 제주인들의 고귀한 평화정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표석에서 그동안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채혈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추념식에는 야당 쪽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선 윤재옥 원내대표가 나왔다.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선 김동연 경기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이 참석했다. 전국 13개 시·도 교육감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과 행방불명인 표석에는 궂은 날씨에도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위패봉안실에서 만난 안덕면 서광리 조금옥(76)씨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희생됐다. 집에 있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운동장으로 끌고가 세워놓고 총을 쐈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보상은 받았지만 아버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대가로 받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안 좋고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원면 수망리 출신으로 당시 5살이던 고춘자(81)씨는 “가시덤불 속에 피해있었는데 군인 2명에게 들켜 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갔다. 나는 아버지 등에 업혀 갔다. 다음날 집에 돌려보내 준다고 했는데 아버지를 죽였다”며 “아버지의 목숨 값으로 받은 보상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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