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국내 초연

임석규 기자 2024. 4. 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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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여러모로 이채롭다.

지휘를 맡은 펠릭스 크리거는 "브리튼은 셰익스피어의 원문 대사를 소중히 여겨 음악이 대사에 하나하나 병행되도록 섬세하게 작곡했다"며 "멜로디 중심인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영어 대사에 신경을 쓰며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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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동완의 첫 오페라 무대
카운터테너가 남성 주인공
국내 초연되는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영어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무대 모형. 국립오페라단 제공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여러모로 이채롭다.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영어 오페라다. 1960년 초연한 현대 오페라인데,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소재로 브리튼과 그의 동성 연인인 테너 피터 피어스(1910~1986)가 대본을 썼다. 요정의 왕 오베른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 마음에 없는 사랑을 피하려는 젊은 커플, 눈을 뜬 직후 처음 본 생물과 사랑에 빠지는 마법의 ‘사랑꽃’을 둘러싼 좌충우돌이 흥미롭다.

아이돌 그룹 신화 출신 가수이자 배우 김동완(44)이 출연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제작 발표회에서 “엉망진창, 혼돈, 모자람 자체인데 무척 적절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가 연기하는 퍽은 실수로 사랑꽃을 잘못 전달해 엉뚱한 커플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말썽꾸러기 요정이다. 노래 없이 대사만 있는 배역이다. 영화와 드라마,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한 김동완에게도 오페라 무대는 처음이다.

벤저민 브리튼의 영어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 제작설명회. 국립오페라단 제공

남자 주인공 역을 테너, 바리톤, 베이스가 아니라 카운터테너에게 맡겼다는 점도 독특하다. 알토나 소프라노를 소화하는 남성 성악가인 카운터테너와 여성 소프라노의 고음 맞대결도 이 오페라를 재미있게 관전하는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이번 공연에서 요정의 왕 오베론 역은 카운터테너 제임스 랭과 장정권, 아내 티타니아 역은 소프라노 이혜정과 이혜지가 맡는다.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 온 제임스 랭은 오베론 역으로 영국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장정권은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 활발하게 서 왔다.

브리튼은 이 작품에서 불협화음이나 조성이 없는 무조(無調)기법을 피해 그리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지휘를 맡은 펠릭스 크리거는 “브리튼은 셰익스피어의 원문 대사를 소중히 여겨 음악이 대사에 하나하나 병행되도록 섬세하게 작곡했다”며 “멜로디 중심인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영어 대사에 신경을 쓰며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다양한 장르로 변주됐는데, ‘축혼행진곡’이 나오는 멘델스존의 극음악이 대표적이다. 연출을 맡은 볼프강 네겔레는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오래된 부부의 모습으로 설정했다”며 “오랜 결혼생활을 하면 벌어지는, 부엌이나 침대에서 싸우는 작은 다툼과 사랑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네겔레는 연출노트에서 “오페라를 보고 나면 결국 하나의 질문만이 남을 것”이라며 “결혼이란 질서와 한여름 밤의 마법과도 같은 자유 중에서 무엇을 더 열망할까”라고 물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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