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웅동학원 사회 환원” 약속한 조국… 공식 협의 한번도 없었다

최훈민 기자 2024. 4. 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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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 허위소송 의혹 제기에
“가족 모두 손 떼겠다”고 공언
법원서 의혹 유죄에도
조국 모친, 이사장 중임까지
2019년 8월 웅동학원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조국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 /YTN

“웅동학원 이사장이신 어머니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 저희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왔다. 웅동학원은 개인이 아닌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되도록 관계기관 협의, 이사회 개최 등 필요 조치를 다 하겠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법무장관 후보이던 2019년 8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조 대표의 동생 조권씨와 그의 아내가 2006년 부친이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법인 웅동학원을 상대로 52억원 규모 공사비 지급 소송을 냈는데, 가족끼리 짜고 학교 돈을 가로채려 허위 소송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셀프 소송’ 의혹 등이 제기돼서였다.

하지만 취재 결과, 웅동학원은 여지껏 웅동학원 사회 환원 관련 공식적인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이사회 논의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 모친은 재작년 이사장 중임이 의결되면서 2027년까지 자리를 지키게 됐다.

2020년 7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모친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 대표 동생 조권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조선닷컴 취재에 따르면 웅동학원은 2022년 7월6일 조 대표 모친 박정숙씨의 이사장 중임(重任)을 의결했다. 2009년 이사로 취임하고 2010년 이사장 자리에 오른 뒤 이사장직을 14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지 5년이 돼 가고, 그 사이 법원 판단까지 유죄로 확정됐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1년 간 회의록을 확인 결과, 이사장 사퇴와 사회 환원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웅동학원은 지난해 2월부터 이사회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웅동학원 관계자는 ‘공개된 회의록 외 이사장 사퇴와 사회 환원 관련 안건이 과거 이사회에서 상정됐거나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있었던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간 적은 없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추진하고 있다”며 “내부에서 결론이 나야 이사회 개최든 관계기관 협의든 가능하다”고 했다.

2019년 조 대표가 공언했지만 5년이 다 되도록 실체적으론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박 이사장은 “학교를 인수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이 나이 먹도록 어쩔 수 없이 운영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들 조직이 아빠 조직을 상대로 건 이상한 소송전

사건의 시작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닷컴 취재와 판결문 등에 따르면 조 대표 부친인 조변현씨는 1985년 웅동중을 인수했다. 이때부터 학교를 운영해 온 부친 조씨는 1996년 학교를 도심인 경남 창원 진해구 마천동 한복판에서 약 2㎞ 떨어진 두동(頭洞) 인근 야산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린다.

부친 조씨는 고려종합건설이란 회사에 학교 신축공사를 맡겼다. 계약금액은 16억원. 고려종합건설은 고려시티개발이란 회사에 하도급 공사를 맡겼다. 그런데 고려종합건설과 고려시티개발은 1997년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

그로부터 10년쯤 지난 2006년 ‘코바씨앤디’란 회사와 30대 여성 조모씨는 웅동학원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가 고려시티개발의 웅동중 신축 공사 대금 채권을 인수했다”며 웅동학원을 상대로 1996년 당시 공사대금을 내놓으라고 나선 것이었다.

웅동학원은 이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패소했다. 코바씨앤디와 조씨는 1996년 당시 공사대금 16억원과 10년 간의 지연이자 35억원을 합쳐 웅동학원으로부터 총 51억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채권)를 갖게 됐다.

2020년 9월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 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짜고 치는 고스톱? 소송 당사자 봤더니 “다 아는 사람이네”

겉으로 보면 보통의 대금 지급 소송이지만 실상을 보면 괴이한 소송이었다. 소송 당사자인 웅동학원 이사장과 사업을 수주한 고려종합건설, 하도급 고려시티개발, 그 채권을 받아간 코바씨앤디, 30대 여성 조씨 모두 조 대표의 일가였기 때문이었다.

웅동학원 이사장과 고려종합건설 대표는 조 대표의 부친이었고, 하도급인 고려시티개발 대표는 조 대표 동생이었다. 동생 조씨는 대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코바씨앤디 대표이기도 했는데, 코바씨앤디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30대 여성 조씨는 조 대표 동생의 당시 아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당시 조 대표는 웅동학원 이사였다. 법원은 이 소송이 원고와 피고 모두 한패인 셀프 소송이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동생 조씨가 소송으로 얻어낸 51억원 채권을 2008년 담보로 걸고 사업자금 14억원을 연이자 100%인 사채로 빌린 뒤 갚지 못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이 채권에 연결돼 담보가 된 건 웅동학원 소유의 땅이었고, 동생 조씨에게 보증을 선 건 웅동학원이었다. 법원은 이를 배임 행위로 판단했다.

결국 2021년 12월 대법원은 조 대표 동생 조씨에게 배임미수죄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들어 징역 3년 추징금 1억4700만원을 확정했다. 법원은 “동생 조씨는 부친 조씨와 함께 웅동학원을 상대로 51억원 상당의 채권이 있는 것처럼 소송을 제기해 웅동학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배임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업무상 배임미수죄를 적용했다.

당시 동생 조씨가 웅동학원 산하 웅동중학교에 지원한 교사 측으로부터 1억8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이때 유죄로 확정됐다.

◇조 대표 모친 “오늘이라도 정부가 받아주면 내려놓는다”

조 대표의 모친인 웅동학원 박 이사장은 3일 입장문을 내 “사회환원 약속대로 웅동학원을 국·공립화하기 위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책없이 이사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기에 아직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이라도 정부가 국·공립화 요청을 전향적으로 받아 주거나 웅동학원을 잘 이끌어줄 공익재단이 나타난다면 즉시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참고로 웅동학원 이사회에는 본인 외에 가족이 전혀 없다. 또한 웅동학원 채무는 학교 이전 과정에서 발생된 것으로 저희 가족의 개인적 이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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