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와~ 이 영화를 상영하네"… 작은 공간이라 더 좋다

최문혁 기자 2024. 4. 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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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영화 산업의 위기 속에서 작은 영화관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무비랜드 3층 상영관 내부. /사진=최문혁 기자
"OTT가 편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게 더 좋아요."
"영화관이라고? 놀이동산인줄."

최근 영화 산업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불황을 겪고 있다는 기사가 잇따라 보도됐다. 인구가 빠르게 줄어든 지방에서는 벌써 폐관을 걱정하는 극장이 생겼다. 과연 영화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매출액은 1조2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으며 관객 수는 1억2514만명을 기록, 전년 대비 10.9% 늘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매출액의 65.9%, 관객 수의 55.2%에 불과하다.

영화관의 본질은 영화다. 시대 흐름과 무관하게 영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여러 우려에도 특색있는 작은 영화관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들이 어떤 매력으로 관객을 모으는지 머니S가 작은 영화관을 찾았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 싸게 본다… 취향 확고한 젊은층에 인기


작은 예술영화관에서는 영화제 시상식에 오른 영화나 작은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사진은 씨네큐브 광화문에 놓인 '씨네큐브 2024 아카데미 화제작 열전' 팸플릿. /사진=최문혁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씨(남·34세)는 여자친구와 함께 지난달 6일 국내 개봉한 영화 '가여운 것들'을 보기 위해 '씨네큐브 광화문'을 찾았다. 씨네큐브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표적인 예술영화관이다.

평소에도 예술영화관을 자주 찾냐고 묻자 김씨는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대형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에 자주 찾는다"고 답했다.

현재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에서 '가여운 것들'은 비슷한 시기 개봉한 '파묘'나 '듄: 파트2' 등에 비해 상영 횟수가 적다. 대중성은 부족하지만 비평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은 씨네필(Cinephile·영화 애호가를 뜻하는 프랑스어)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씨네큐브는 지난 2월9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씨네큐브 2024 아카데미 화제작 열전'을 진행해 '오펜하이머', '추락의 해부', '패스트 라이브즈' 등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론된 화제작들을 상영했다. 오는 16일까지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전'을 진행한다. 페촐트는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이번 감독전에서는 대표작을 포함해 초기작들을 국내 최초 프리미어 상영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과 비교해 영상이나 음향 등 시설에서 큰 차이가 없어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김씨는 "이런 영화들은 대형 영화관에서 상영하더라도 가장 작은 관에서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영관이 조금 작지만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은 영화관은 마니아층을 공략해 영화 포스터를 나눠주기도 한다. 사진은 라이카시네마에서 관객들에게 나눠준 영화 포스터. /사진=최문혁 기자
최근 젊은층 사이에는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차례 관람하는 'N차 관람'이 유행하고 있다. 문화생활을 즐길 때도 확고한 취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에서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19)을 관람한 조모씨(여·27세)는 이날 퇴근한 후 홀로 영화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조씨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세 번째 관람한다고 밝혔다.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최근 '듄: 파트2' 개봉에 맞춰 일부 극장에서 재개봉됐다.

그는 예술영화관에서는 최근 개봉작이 아닌 영화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물론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처럼 개봉 후 시간이 지난 영화는 OTT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데도 굳이 영화관을 찾는 이유는 뭘까.

조씨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오면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모여 문화생활을 누리는 기분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은 포스터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며 극장에서 받은 영화 포스터를 보여줬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보는 조씨에게 대형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은 종류나 스타일이 제한적이다.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며 자신의 영화 취향을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 개봉한 영화 위주로 상영하는 대형영화관에서는 취향에 맞는 영화가 없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복합문화공간 무비랜드…"영화관 아니고 놀이동산"


무비랜드는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무비랜드 전경. /사진=최문혁 기자
"무비랜드는 영화관이 아니라 놀이동산이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작은 극장 '무비랜드'의 기획 담당자 권지우씨와 이대현씨는 무비랜드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영화 산업이 위기를 맞이한 시기에 개관한 무비랜드는 지난 2월29일 첫 상영을 시작했다. 무비랜드는 디자이너 브랜드 '모베러웍스'가 직접 기획·운영하는 3층짜리 단관 극장이다.

무비랜드는 영화관보다 복합문화공간에 가깝다. 권씨는 "놀이공원에 놀이기구를 타러 가기도 하지만 츄러스, 퍼레이드, 기념품 등 놀이공원 자체를 즐기러 가기도 한다"며 "무비랜드에서 영화는 매개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무비랜드를 만든 이유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메시지를 판다'는 브랜드의 기조를 전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다. 권씨는 영화관을 '영화'라는 이야기의 총체를 전달하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해석했다. 그는 "우리 브랜드의 오프라인 공간을 만든다면 영화관의 형태였을 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무비랜드는 직접 제작한 여러 기념품을 판매한다. 사진은 무비랜드 한켠에 마련된 티셔츠 프린팅 기계. /사진=최문혁 기자
무비랜드 1층에서는 핫도그, 팝콘 등과 함께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한다. 티셔츠에 직접 원하는 그림을 새길 수 있는 프린팅 기계와 모베러웍스가 디자인한 특별한 팸플릿 등이 시선을 끈다. 영화 감상 전후로 즐길 수 있는 '무비랜드 라디오'를 진행하기도 한다.

라디오를 진행하거나 특색있는 기념품을 직접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권씨는 "여행을 가면 기념품을 사와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추억하듯이 영화와 함께 무비랜드에서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도록 특별한 기념품을 제작했다"고 답했다.

무비랜드는 현재 '대부', '백투더퓨처', '개들의 섬' 등 구작 영화들을 상영한다. 이는 극장주인 모춘씨(가명)가 이달의 큐레이터로서 개관을 기념해 선정한 작품들이다.

무비랜드는 매달 1명의 큐레이터를 선정해 큐레이터가 고른 4편의 영화를 한 달간 상영한다. 이를 통해 그 영화를 선정한 큐레이터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영작 선정 방식에 대해 권씨는 "다른 큐레이터가 같은 영화를 중복으로 선정하더라도 두 번 다 상영할 것"이라며 "같은 영화라도 그 영화가 그 사람에게 가지는 의미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개할 네 편의 영화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기 인생과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며 "선정된 영화들은 그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는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4월에는 유튜브 '빠더너스'의 배우 문상훈이 큐레이터로 나서 코미디 영화 네 편을 선정한다.

무비랜드는 매달 선정된 큐레이터가 고른 영화 네 편을 상영한다. 사진은 무비랜드 정문에 마련된 매표소. /사진=최문혁 기자
영화관의 위기를 논할 때 거론되는 첫 번째 원인은 OTT 시장의 성장이다. 그러나 복합문화공간인 무비랜드의 경쟁자는 다른 영화관도, OTT 서비스도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무비랜드와 국내 OTT 플랫폼 '왓챠'와의 협업이 이목을 끈다. 무비랜드가 왓챠와 협업한 계기는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서다. 권씨는 "왓챠는 오래된 영화나 독립영화까지 찾아볼 수 있어 모든 취향을 담은 비디오방 같다"며 "큐레이터만의 취향을 소개하는 무비랜드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왓챠는 그동안 자사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시간으로 호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영화를 보는 '왓챠 파티'를 진행했다. 무비랜드는 매달 셋째주 수요일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오프라인 왓챠 파티를 진행한다.

이처럼 작은 영화관은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영화계에 기여하고 있다. 영화팬이라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문혁 기자 moonh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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