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 기획] 제2의 뉴스공장? 언론사 '시사유튜브' 전쟁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박재령, 금준경 기자 2024. 4. 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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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유튜브 명과 암 (2)] 익숙한 포맷 회귀한 언론사 유튜브
우상호·김준일 '막말' 논란 모두 언론사 유튜브… 저널리즘은?
현장 기자 5인이 바라보는 시사유튜브 시장 '이대로 괜찮을까'

[미디어오늘 박재령, 금준경 기자]

▲ 경향티비 '구교형의 정치비상구'에 출연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다양한 장르의 변주를 시도하며 혁신을 고민하던 언론사들이 익숙한 '시사 라디오' 문법으로 회귀하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수년간 구독자 10만을 넘지 못하던 경향신문 유튜브(경향티비)는 시사 유튜브 시작 후 3개월 만에 17만 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했다. 시사IN 역시 유사한 포맷으로 3개월 만에 15만 명이 늘었다. 이쯤 되면 하나의 답이 정해진 '방정식'처럼 느껴진다.

현장을 뛰고 있는 기자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영상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온 것은 맞지만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하냐는 의문이다. 유튜브 시장은 정책 경쟁보다 서로를 향한 '막말'이 주목받기 쉬운 환경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지X이야'라고 한 것과 국민의힘 언론 대응에 김준일 시사평론가가 '병X같다'고 한 것 모두 언론사 유튜브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언론은 '저널리즘'을 지킬 수 있을까. 현장 기자 5인에게 '시사유튜브의 명과 암'을 물었다.

다른 플랫폼보다 뚜렷한 반응… '정치' 주제 한정인 건 고민

유튜브를 통해 기자로서 '효능감'을 느끼는 건 좋은 일이다. 뉴스 트래픽이 줄어든 대부분 플랫폼과 달리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는 이들은 매년 늘고 있다.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이은기 시사IN 기자는 “포털을 제외하면 트위터, 페이스북 정도에서 기사를 유통했는데 최근엔 잘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유튜브 커뮤니티에 기사를 올리면 '좋아요'가 몇천 개씩 달리기도 한다. 그런 기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경제지 B기자는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데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사실 기사만 보고선 '이 기자가 이런 걸 썼구나' 인식하고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며 “유튜브에선 실시간 소통 댓글도 있어 어떤 기자들은 팬층이 생기기도 한다. 일의 보람을 더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지난 6일 시사IN 유튜브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다만 이러한 열렬한 반응이 '정치'에만 국한된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6일 시사IN 유튜브에 배우 정우성이 출연해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한 10년'에 대해 논한 영상은 조회수가 2일 기준 4만4000회에 불과했다. 반면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과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 평론한 지난 19일 영상은 조회수가 74만 회가 넘었다.

B기자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데 '조회수'와 직결되니 회사 입장에선 정치 유튜브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 주제가 비슷하고 출연하는 패널도 거기서 거기다. 같은 콘텐츠가 양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은기 기자도 “우리가 이걸 똑같이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 생각할 때가 있다”며 “전문가를 찾기보단 그저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스피커를 찾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저널리즘은 어디로… “유튜브가 추락한 언론 신뢰도에 도움 될까”

'정치 유튜브' 경쟁이 저널리즘을 약화하진 않을까. 실제 현장 기자들은 이런 점을 고민하고 있다. 유튜브로 영상이 나간다 하더라도 결국 지면과 같은 '언론 브랜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이 새로 시작한 '구교형의 정치비상구'(경향티비)에는 유튜브에서 주로 활동하던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이 반복 출연한다. 지면 기사에선 잘 보이지 않는 이름들이다.

경향신문 C기자는 “기본적으로 취재를 해서 전달한다는 원칙이 있지 않나. 최소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기반이 언론엔 있다고 생각하는데 유튜브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이런 유튜브 콘텐츠들이 유행한다고 추락한 언론 신뢰도가 오를까. 도움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D기자는 “왜 자극적인 얘기를 하는 패널이 나오는지는 알 것 같다. 나오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도 않으니 나오겠다는 사람을 어떻게든 끌어오는 걸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그 사람들이 저널리즘을 위해 어떤 유익한 조언을 해주며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 있는 정치적 비평을 하는지는 볼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 2일 시사저널 유튜브에 출연하고 있는 진중권 교수.

이은기 기자는 “보통 기사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 때는 그 주제에 대한 전문가를 찾는다. 정확히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유튜브에선 그걸 쉽고 재미있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비전문가가 전문가인 것처럼 여러 주제를 다룰 때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전달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D기자는 “아예 유튜브와 지면을 다른 느낌으로 가려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 것이라면 굳이 유튜브에 언론사 브랜드 이름을 넣을 필요가 있나”라며 “우리의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하는 팬이 그 브랜드로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좋아할까. 유튜브는 아무래도 뉴스룸 밖에 있으니 내부 비평이 자유롭지도 않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언론 유튜브엔 패널뿐 아니라 기자들의 출연도 잦다. 존경하던 기자 선배가 유튜브에서 논평을 해 충격받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종합일간지 정치부 소속 E기자는 “날고 기던 펜기자 선배들이 유튜브 나와서 논평하는 걸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며 “좀 충격이었던 건 평소 좋아하던 선배가 본인이 취재했다며 논평처럼 뱉은 워딩을 누군가 이상한 의미로 편집해 유튜브 쇼츠로 만들 때였다. 의미가 완전 달라진 채 유통됐다”고 말했다.

E기자는 “기자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이 더욱 반영되는 느낌이다. 과거엔 애써 중립을 지키려 했는데 유튜브엔 대놓고 특정 진영에 발을 딛고 선 듯한 기자들이 많다”며 “정치부만 놓고 봐도 좋은 기사는 생각보다 많다. 각 정당의 공약을 보고 이 정당의 시대정신이 뭔지 역추적하거나 공천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문제가 됐는지, 국고보조금을 어떻게 썼는지 등등 기사는 많다. 단지 유튜브보다 재미가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5060 회귀? 새로운 독자층 형성하려던 언론사 도전은 '표류중'

언론사의 뉴미디어 도전이 '방향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미디어 초기 보였던 다양성이 사라지고 '정치 유튜브'가 반복되자 새로운 독자 세대에 어필하려던 초심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경향신문 C기자는 “지금 10대·20대가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언론사가 잘 알고 있을까. 새로운 독자층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일인데 결국 원래의 5060세대에 다시 주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언론사 시사 유튜브 전용 콘텐츠 운영 현황 2024년 3월26일 기준. 디자인=안혜나 기자

C기자는 “솔직히 말하면 뉴미디어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전략 부재로 언론사가 익숙한 방식에 투자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미 수많은 정치 유튜브가 있는데, 거기에 우리가 하나 더 얹는다고 해서 뭐가 그렇게 달라지나.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우선순위가 새로운 독자층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숙한 정치 문법으로 유튜브 판을 키워 놓고 각 언론사만의 특이점을 살려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이은기 기자는 “이 체제로 돌아선 이상 정치 라이브는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 팔리는 것을 매체가 확인했는데 어떻게 바꾸겠나”면서도 “구독자를 확보해 놓은 상황에선 이것저것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락적인 요소가 있어도 결국 언론은 저널리즘 원칙을 따르는 기관이고 그런 가치를 위한 노력이 사라질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시장이다. 지난 1월 '김은지의 뉴스IN'으로 유튜브 포맷을 바꾼 시사IN은 지난달 30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공개방송을 열었는데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반응이다. 이은기 기자는 “총 좌석이 132석이었는데 참여자가 많아서 의자를 더 깔았다”며 “오시는 분들이 연령대, 성별도 다양했다. 유튜브 구독층이 편중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프라인 행사는 다른 양상이었다”고 설명했다.

B기자는 “'유튜브는 이렇게 해야 먹혀'라는 생각이 있어 패널 섭외부터 조금은 편향적으로 꾸려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일반적인 정치 유튜브보다는 언론사가 하는 채널들이 선정성 측면에선 한 발 떨어져 있다. 소재 다양성 측면에서도 과감한 시도를 하는 채널이 하나만 성공해도 변화의 바람이 세게 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론사엔 정치부만 있는 것이 아니니 다양한 주제로 관성에 빠지지 않게 경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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