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뻔뻔한 괴수 대잔치…환호하거나 하품하거나[시네프리뷰]

2024. 4. 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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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vs. 콩>의 속편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는 10주년을 맞은 몬스터버스 다섯 번째 작품임과 동시에 고지라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만큼 더욱 거대해진 규모와 화려한 볼거리로 완성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현재의 할리우드 대형 상업 영화 시장을 이야기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다시 언급해야만 한다. <아이언맨>(2008)을 시작으로 <토르: 천둥의 신>(2011), <퍼스트 어벤져>(캡틴 아메리카·2011)를 차곡차곡 쌓아 뭉쳐 <어벤져스>(2012)를 출격시켰다. 이후에도 계속해 솔로 영화들과 ‘어셈블(집합) 영화’를 교차해 가며 발표하다가 사실상 이전 작품들을 정리하는 의미까지 지닌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으로 마블 흥행 신화의 정점을 찍었다. 이런 기발한 전략은 원작이 된 만화책에서 먼저 시도된 것이었다.

마블의 성공은 경쟁자들에게 저렴한 영감을 안겼다. 너도나도 소위 ‘유니버스’ 계획을 발표하며 자신들이 가진 인기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핑계를 찾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마블’의 맞수인 ‘DC 필름스’는 야심차게 <저스티스 리그>(2017)로 맞불을 놨지만, 조급한 준비만큼이나 빈약한 흥행과 냉소적 반응에 무릎을 꿇었다. 원조인 만화책은 <저스티스 리그>(1960)가 먼저 세상에 선보였고, 이에 자극을 받아 탄생한 것이 <어벤져스>(1963)란 점은 아이러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인기를 얻은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등을 차례대로 리메이크해 한데 모으는 ‘다크 유니버스’를 기획했다. 그러나 첫 작품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미이라>(2017)가 (톰 크루즈를 출연시키고 제작비 1억2500만달러를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하자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괴수들의 맞대결

소니 픽처스가 마블 스튜디오와 별개로 진행하고 있는 <스파이더맨> 관련 영화들도 개별영화의 주인공들을 하나의 작품 안에 모은다는 큰 그림으로 시작됐다.

워너 브러더스도 미국을 대표하는 괴수 <킹콩>과 일본의 대표 괴수 <고질라>의 리메이크를 시작하면서 일명 ‘몬스터버스(Monsterverse)’를 계획했다.

<고질라>(2014)를 시작으로 <콩: 스컬 아일랜드>(2017), 고질라의 두 번째 솔로 영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를 발표했고, 2021년 마침내 <고질라 vs. 콩>을 통해 두 괴수의 조우라는 계획을 성사시켰다.

여담이지만 사실 고질라와 킹콩의 맞대결은 이미 한참 전에도 있었다. 일본 원조 <고지라>(일본에서는 ‘고질라’가 아닌 ‘고지라’란 발음에 상당히 집착한단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토호의 3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킹콩 대 고지라>(キングコング 対 ゴジラ·1962)였다. 몬스터버스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원조 <고지라>에 등장했던 다양한 괴수가 재활용될 공산이 크다.

<고질라 vs. 콩>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속편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는 10주년을 맞은 몬스터버스 다섯 번째 작품임과 동시에 고지라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만큼 더욱 거대해진 규모와 화려한 볼거리로 완성됐다.

화려하고 거대해진 만큼 더 황당해진 상상력

전편의 주요 인물 중 다수가 퇴장했고, 대신 새로운 괴수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특히 ‘베이비 콩’의 등장은 제작진이 필살의 카드로 꺼내 들었다는 계산이 읽힌다.

아쉽게도 전편의 단점들 역시 크게 확장된 느낌이다. 전작이 관객의 상상을 크게 앞서가는 뻔뻔함으로 승부했음을 돌이켜보면, 이번 작품에서도 반복되는 황당무계함을 새삼스레 탓할 수만은 없겠다. 관객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동화되어 환호하거나, 끝내 소외돼 하품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속편을 대할 때마다 떠오르는 궁금증이 이번에도 반복된다. 과연 전작들을 보지 않고 이번 영화를 봐도 괜찮을까? 당연히 온전히 즐기려면 앞서 공개된 4편의 몬스터버스 영화를 모두 섭렵하는 것이 최선이다. 크고 작은 설정이나 주요 인물들이 전작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정성으로 마중해야 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여유가 된다면 바로 앞서 공개된 <고질라 vs. 콩> 정도는 복습하고 보는 것이 영화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제목: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Godzilla x Kong: The New Empire)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15분

장르: 액션, SF

감독: 아담 윈가드

출연: 레베카 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댄 스티븐스, 케일리 하틀

개봉: 2024년 3월 2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의외로 속이 알찬 ‘할로 어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전편 <고질라 vs. 콩>에 이어 이번 속편에서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무대가 일명 ‘할로 어스(Hollow Earth)’로 명명되는 가상 공간이다. 다시 말해 지구 내부의 세계다. 이름대로라면 ‘속이 빈 지구’여야 할 텐데, 영화 속에서는 원시시대를 연상케 하는 별의별 것이 들어차 있는 풍경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머리 위에는 반대로 작용하는 중력으로 인해 존재하는 또 다른 지반이 거꾸로 매달려 있어 공간 활용의 효율성 면에서도 알차기(?) 그지없다.

지구 내부 세계에 대한 언급은 그리스신화에서부터 등장한다. 하데스(Hades)는 죽음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이다. 당시 지하세계에 대한 개념은 지옥(地獄)의 다른 명칭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지구공동설(地球空洞說)’이라고도 불리는 ‘할로 어스’ 이론의 현대적 형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이후 19세기를 거쳐 20세기 초까지 큰 각광을 받았다.

이 가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구의 내부가 단순히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빈 곳 안에 지상과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월등히 앞선 과학기술을 지닌 인류가 살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에 입각하면 영화 속에 묘사된 의외로 속이 알찬 ‘할로 어스’의 풍경은 왜곡이나 사기가 아니다.

1864년에 출간된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도 대중이 땅속 세계에 대한 상상을 넓히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다른 대표작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리>와 함께 TV 드라마와 영화, 게임 등으로 끊임없이 영상화되고 있다.

실제 목격담도 적잖은데, 미 해군 소속의 비행사이자 탐험가인 리처드 에벌린 버드가 1947년 북극 탐사 중 겪었다는 땅속 체험담이 가장 유명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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