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총선 결과는 직전 여론조사와 얼마나 일치했을까 [총선 D-7]

구민주 기자 2024. 4. 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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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은 예측 대실패, 21대선 성공…높아진 적중률
공표 금지 전 갤럽 민주 29% 국힘 37%…리얼미터는 43.1% 對 35.4%
늘어난 ‘초박빙 지역’, 넓어진 ‘제3지대’는 변수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

4.10 총선이 단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는 4일부터 총선 전까지 6일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된다. 부정확한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따라서 남은 기간, 공표 금지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총선 판세를 가늠할 수밖에 없다. 과거 총선에선 직전 여론조사들과 얼마나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을까.

8년 전 20대 총선에서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결과 예측에 '참패'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총선 직전까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열세했다. 당시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 기록을 보면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40%에 육박하는 반면, 민주당은 20%대 초반을 머물렀다. 이를 바탕으로 대부분 새누리당 약 150석, 민주당 120석, 그리고 국민의당 20석 정도를 예측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이 개헌선(180석)에 도달할 거라고 예상하는 전망도 있었다. 여론조사만 봤을 때 민주당의 참패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투표함을 연 결과는 정반대였다.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대패했고, 국민의당과의 야권 분열로 패배가 예상되던 민주당은 1당이 됐다.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그리고 국민의당은 38석이라는 돌풍을 일으켰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의석수 차는 1석에 불과했지만 여론조사 기관들은 체면을 구겼다.

당시 여론조사가 얼마나 최종 결과와 이질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서울 종로에 출마했던 정세균 민주당 후보는 총선 몇 주 전인 2016년 3월24일 자신의 SNS에 "KBS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45.8%, 제가 28.5%로 17.3%포인트(p) 격차를 보였다. 이 숫자를 기억해 달라. 왜곡인지 아닌지 증명해 보이겠다"고 적었다. 그가 체감하던 바닥 민심과 크게 다른 조사 결과가 나온 데 대한 반박이었다. 그리고 이후 총선에서 정 후보는 52.6%를 득표하며 39.7%를 득표한 오세훈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당선됐다. 둘 사이 격차는 12.9%p였다.

그로부터 4년 후 21대 총선에선 조사 기관 대부분 무리 없이 민주당의 승리를 일찍이 예측해냈다. 당시 민주당은 180석(지역구 163석, 더불어시민당 비례 17석)을 얻었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103석(지역구 84석, 미래한국당 19석)에 그쳤다.

한국갤럽이 당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2020년 4월10일 발표한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4%, 통합당 23%였다. 비례대표 지지율은 미래한국당(통합당 비례정당) 30%, 더불어시민당(민주당 비례정당) 28%이었다. 최종 결과와 비교해보면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다.

당시엔 코로나19 방역 등 이유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지지가 높았던 점이 '민주당 승리' 예측을 한층 용이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사방법을 4년 전과 달리했다. 업계는 20대 총선 예측 실패 이후 '안심번호'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금 가장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방식 중 하나다. 안심번호는 조사 대상자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지 않는 일회용 가상번호를 말한다. 조사업체에서 통신사에 돈을 내고 성별·연령별·지역별 번호를 제공 받는다. 앞서 20대 총선에선 조사업체가 휴대전화 사용자의 지역 정보를 알 수 없었다. 따라서 가구 전화(유선전화)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져 정확도가 떨어졌는데 이 점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이다.

물론 21대 총선 당시에도 승패의 규모까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과반 넘는 민주당의 승리는 다수가 장담했지만 180석 '압승'까진 쉽게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한 자릿수 격차의 초접전 지역이 막판까지 수십 곳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일 경기도 안양의 한 인쇄소에서 직원들이 인쇄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를 검수 및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4년이 지나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러 기관들이 공표 금지 전 다양한 조사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은 점, '정부·여당 견제' 여론이 '정부·여당 지원' 여론보다 앞서는 점은 발표되는 조사들마다 일관된 흐름이다.

다만 정당 지지도 면에선 조사에 따라 양당 간 결과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총선 전 마지막으로 실시해 지난달 29일 공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37%, 민주당 29%로 국민의힘이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조국혁신당 12%,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 각 1%로 나타났다.(지난달 26일~28일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미래 34%, 더불어민주연합 22%, 조국혁신당 22%,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자유통일당 각각 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1일 발표) 국민의힘 35.4%, 민주당 43.1%로 집계됐다. 여기에선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했다.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미래 30.2%였으며 그 뒤를 조국혁신당(29.5%)이 바짝 추격했다. 이어 더불어민주연합은 19.0%를 기록했다. 자유통일당 5.0%, 새로운미래 4.4%, 개혁신당 4.0%, 녹색정의당 0.9% 순이었다.

과거에 비해 여론조사의 적중률은 높아졌지만, 의석수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도 수도권·영남 등에서 4년 전 못지않게 개표 막판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초박빙 지역'이 수십 곳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개혁신당·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에 다양한 정당들이 탄생해 다자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총선 당일 오후 각 방송사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전까진 어느 곳도 쉽사리 정확히 승부를 가늠할 수 없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지난달 29일 발표)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5.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리얼미터 조사(1일 발표)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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