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달음식 1위 마라탕, 진짜 원조는 어딜까?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4.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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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 ③] 중국 음식의 숨은 고수(高手) 도시 - 러샨(樂山), 메이샨(眉山), 슌더(順德) (글 : 한재혁 전 주광저우 총영사)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하였던가? 장자(莊子)의 큰 새(鵬)는 아홉 개의 만 리(萬里)를 날아올랐다.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가장 많이 쓴 두 자(字) 시어(詩語)는 '만리(萬里)'였다. 만리길은 무한한 상상(想像)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이자 생활이었다. 20여 년간 중국 땅 위에서 일하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들어가고 나옴 중에서 마주했던 같음과 다름을 지역과 사람, 문화로 쪼개고 다듬어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해외에서 우리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얼마 전에는 라면 수출액이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였으며 올해 1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수출 대상국은 미국과 중국이 1, 2위를 차지했다. 라면 외에 중국 내에서 비빔밥, 삼계탕, 떡볶이 같은 한식과 과자, 식품류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마라탕(麻辣燙)과 탕후루(糖葫蘆) 같은 새로운 중국 음식을 많이 찾고 있다. 위생 문제 같은 지적에도 매콤한 중독성 맛에 인기가 계속되는 마라탕, 중국에서도 인기 음식일까? 바이두(百度)의 중국 내 배달음식 검색량 분석에 의하면, 마라탕이 3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식 찜닭덮밥(黃燜鷄米飯)이 23%로 2위, 농촌식 고기볶음(農家小炒肉)이 9%로 3위, 어향 고기요리(魚香肉絲)가 6%로 그 뒤를 잇는다.

어메이샨(峨眉山)과 러샨 대불(乐山大佛대불) (사진 출처=바이두)


마라탕의 고향은 짐작할 수 있듯이 매운맛의 본고장 쓰촨(四川)이다. 쓰촨 중에서도 중심지인 청뚜(成都)에서 140km 남쪽에 있는 도시 러샨(樂山)이다. 러샨시는 불교 성지인 어메이샨(峨眉山)과 71미터 높이의 러샨대불(樂山大佛)로 유명하다. 한때 고도 성장에 따른 오염 문제가 있었지만 원래 물 좋고 산 좋은 지역이다. 쓰촨은 파촉(巴蜀) 문화의 지역으로 이곳 사람들은 낙관적 인생관으로 술과 담배, 차를 즐기며, 수려한 풍광과 문학과 예술, 역사의 고장이기도 하다. 당초 마라탕은 강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에 매운 향신료를 넣고 먹는 마오차이(冒菜)에서 비롯되었는데 한기(寒氣)나 습기(濕氣)를 없애는 효능과 더불어 민강(岷江)을 따라 주변으로 퍼지게 되었으며, 이후 동북(東北) 지역에서의 변형을 거쳐 오늘날의 마라탕으로 진화하게 되었다고 한다.

러샨(乐山) 의 꼬치식 마라탕(串串香) (사진 출처=바이두)


마(麻)는 얼얼하다, 라(辣)는 맵다는 뜻이며, 탕(燙)은 국물 탕(湯)이 아닌 뜨겁다 혹은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가 익힌다는 의미이다. 화초(花椒), 정향(丁香), 팔각(八角), 계피(桂皮) 등 10가지 향신료가 들어간다. 러샨시에는 원조 마라탕 집이 많은데, 우리가 먹는 마라탕과는 조금 다르게 꼬치에 끼운 고기나 두부 등을 매운 국물에 데쳐 먹는 형태(串串香)다. 순서대로 보자면 원조 마라탕에서 훠궈(火鍋)로 파생되었다 하겠다. 매운맛은 원래 그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남부 지역에서도 유행이었다. 10여 년 전 홍콩 근무할 때 한식 떡볶이와 치맥이 한류 드라마 바람을 타고 현지 젊은 층에게 갑자기 인기를 얻었는데,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니 후텁지근한 날 퇴근해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내면 직장 스트레스가 다 해소된다고 하였다.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의 우리 매운맛 라면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러샨 바로 옆에는 러샨시에서 분리되어 나온 메이샨(眉山) 시가 있다. '천하의 쓰촨요리, 맛의 중심은 메이샨(天下川菜, 味在眉山)'이라고 한다. 옛 이름이 메이저우(眉州)인 이곳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 삼부자(三父子)의 고향이자, 송(宋) 나라 때 880여 명의 진사를 배출했다 하여 '팔백진사(八百進士)'의 고을, '인문제일의 고장(人文第一州)'으로도 불린다. 메이저우 시민들의 소식(소동파, 蘇東坡)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유별나서 그가 살던 지역의 구 명칭을 동파구(東坡區)로 하였고 시 홍보 로고에도 그의 초상화를 쓰고 있다.

(좌) 소동파를 넣은 메이샨시 홍보 로고, (우) 소순, 소동파, 소철이 태어난 곳이자 그들을 기념하는 삼소사(三苏祠) (사진 출처=바이두)


중국 전역에 100여 개의 체인점을 거느린 대형 사천요리 음식점인 '메이저우동포(眉州東坡酒樓)' 식당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파육(東坡肉) 등 소동파가 발명했거나 그와 관련 있는 요리 메뉴 여러 가지에 그의 이름을 붙여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소동파는 대문호(大文豪)였지만 관료이자 서예가, 화가, 미식가(吃貨, 츠훠)이자 음식발명가로도 유명한데, 중국에서 동파육 못지않게 인기 있는 요리인 양고기탕 - '양셰즈(羊蝎子)'도 그의 발명품이다.

양시에즈(羊蝎子) (사진 출처=바이두)


이는 그가 음식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이유도 있지만, 지방 관리나 유배 시절 주변의 빈궁한 주민들을 보고 그들을 위해 못 먹고 버리던 식재료를 먹기 쉽게 조리법을 연구 개발했기 때문이다. 음식뿐 아니라 뤄푸춘(羅富春, 구이지우(桂酒) 등 4종의 술을 직접 양조하기도 했다.

중국 음식은 대개 4대 요리, 8대 요리로 분류된다. 오래전에는 쌀과 밀의 산지를 기준으로 남(南)과 북(北)의 차이만 있었으나 경제가 발전하고 물산이 풍부해지는 송나라 때부터 원, 명, 청과 민국을 지나며 소위 음식 계보(菜系)가 형성되어 4대 요리는 쓰촨요리(川菜), 산둥요리(魯菜), 광둥요리(粵菜), 장쑤요리(蘇菜 또는 淮陽菜), 8대 요리는 4대 요리에 푸젠요리(閩菜), 저쟝요리(浙菜), 후난요리(湘菜), 안훼이요리(徽菜)를 덧붙인다. 그중 중국 사람들에게 가장 선호하는 요리 1, 2위를 꼽으라면 쓰촨요리와 광둥요리일 것이다.

웨차이(粵菜)라고도 불리는 광둥요리는 하나의 음식 계파 같지만 사실 워낙 지역도 넓고 물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같은 광둥요리라도 다시 4가지로 나뉜다.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정통적 광푸(廣府) 요리, 해산물이 풍부한 동남부 해변가의 챠오샨(潮汕) 요리, 동북부 이주정착민 중심의 커쟈(客家) 요리, 서부 지역의 웨시(粵西) 요리 등으로 나뉜다. 실제로 접해보면 같은 광둥요리라 하더라도 주요 요리나 맛 면에서 독특한 개성들을 갖고 있다.

광둥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지역이 있다. 슌더(順德)이다. 슌더는 포샨시(佛山市)의 구(區)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포샨보다 더 알려져 있다. 28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인데, 광둥과 중국 전역은 물론 홍콩과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에까지 진출해 활동하는 다수의 실력파 셰프들이 이곳 출신이다. '광저우에서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 조리사는 펑청(슌더의 별칭)에서 온 사람이다'라는 말(食在廣州, 廚出鳳城)이 오래전부터 회자되기도 한다. 슌더에는 8천 개의 식음료 관련 업체가 있고, 직업 조리사가 8만 명이나 된다. 전체 주민 30명 중에 1명꼴로 전문 직업 요리사가 있는 셈이다. 시내에는 곳곳에 요리사 양성 학원이 보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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