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보다 여행지출 줄었다…식도락마저 포기하고 있다 [여행가중계]

김혜성 여행플러스 기자(mgs07175@naver.com) 2024. 4.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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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사진=PEXELS
거리에서 망울이 터진 꽃을 쉽게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날이 풀리며 자연스레 옷차림도 얇아지는데요. 환절기 감기 걸리지 않게 더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이번 여행가중계에서는 따뜻한 날씨와는 사뭇 다른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담고 있는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K-관광 보다 K-의료’와 ‘여행, 긴축 기조로 접어드나’ 두 소식 전합니다.
외래 관광객 여행 말고 진료 보러 한국 오나?
성형외과 / 사진=FLICKR
최근 한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 사이에서 ‘K-의료’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성·피·치·안’ 때문이다. 실제로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안과’를 찾는 외국인이 부쩍 늘었다.

외국인 국내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자사 의료 관광 상품 예약 서비스 거래 통계를 공개했다. 그 결과 ‘성형외과’가 가장 인기 있는 의료 서비스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계에 따르면 해당 기간 서비스한 의료 관광 상품 중 성형외과가 병의원 중 거래 건수와 거래액에서 전부 1위를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거래 건수는 220%, 거래액은 270%가량 증가했다.

(좌) 보톡스 (우) 대만 국기 / 사진=FLCIKR
방한 관광객 대부분은 필러·보톡스·피부 탄력 시술(리프팅) 등 빠른 시술 후 단기간 회복이 이뤄지는 이른바 ‘쁘띠(Petit)시술’을 찾았다. 특히 대만 관광객은 성형외과 전체 예약률의 77%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요를 보였다.
(좌) 피부과 (우) 일본 국기 / 사진=FLCIKR
올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급증한 곳은 ‘피부과’다. 크리에이트립 앱을 거친 피부과 진료와 시술 예약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830% 증가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피부과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주로 여드름 치료, 제모 등 시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과 예약자 중 일본인의 비중은 약 40%로 다른 의료 관광 상품에 비해 일본인 관광객의 선호가 두드러졌다.
(좌) 치과 (우) 건강한 치아 / 사진=PEXELS
다음으로 떠오르는 의료 관광 분야 신흥 강자는 ‘치과’다. 2024년 1월부터 2월까지 치과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50% 증가했고 거래액 역시 400%가량 늘었다. 치과는 아시아권 관광객 이용률이 높은 타 진료 과목과는 다르게 미국·유럽 등 서양권 관광객 예약 건수가 눈에 띄게 높았다.

서양권 관광객은 올해 전체 치과 예약 건수 중 약 35%를 차지했다. 이는 서양권에서 치아 건강을 중요한 미의 기준으로 인식하는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캐나다 통계 조사 기관 프리세덴스 리서치(PrecedenceResearch)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치아교정 산업 규모만 연간 약 57억달러(약 7조6921억원)에 이른다.

크리에이트립 인기 의료 관광 상품 / 사진=크리에이트립
‘안과’ 진료 및 시술에 관한 수요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시력 교정술 등은 비교적 회복이 빨라 다음날부터 바로 정상적으로 관광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내 안과에서는 수술 후 관리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크리에이트립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안과 예약 관련 문의에 따라 작년 1월 국내 외국인 대상 여행 플랫폼 중 최초로 시력 교정술을 연계한 안과 의원 예약 서비스를 확대했다. 증가하는 수요에 따라 지난 8일에는 강남조은눈안과와 함께 대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실시간 설명회를 개최해 약 1시간 동안 시력교정술 과정 및 예후 설명과 기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지금까지 한국 의료 관광 시장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중심으로 이뤄져 오고 있었지만 올해는 치과나 안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예년에 비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접근성을 높이고 추세와 전문성을 겸비한 의료 관광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경상도는 뜨고, 제주도는 지고
국내 여행 감소세…긴축여행까지
돈 / 사진=pexels
코로나 이후 타올랐던 ‘여행비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여행비가 코로나 전보다 감소했다.

특히 국내 여행 소비가 눈에 띄게 꺾였다. 일명 ‘긴축 여행’ 기조로 접어드는 모양새에 업계서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와중에 국내에서는 여행 선호 지역 편차도 커 더 문제가 크다.

국내 여론조사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여행 1회당 지출한 평균 비용은 국내 22.4만 원, 해외 175.9만 원이다. 1일 평균 지출 비용으로 따지면 국내 7.4만 원, 해외 26.5만 원이다. 해외여행 1일 지출이 2박 3일 국내여행 총비용의 약 1.18배라는 말.

예상보다 관광 회복세가 더딘 와중에 2022년 10월 ‘입국 후 PCR 검사 전면 해제’ 조치 이후부터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쏠린 해외여행 증가세만 1년 반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좌) 한국 (우) 일본 / 사진=pexels
올해 2월에 조사한 1일 평균 여행비를 2019년 2월과 비교한 코로나여행지수(TCI)는 국내 104, 해외 113이다. TCI는 코로나 전후 증감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보다 크면 그만큼 증가했고 100보다 작으면 그만큼 감소했음을 뜻한다.

다른 말로 하면 올해 1일 평균 여행 총비용은 2019년 대비 국내 4%, 해외 13% 상승한 것이다. 다만 그동안 급격한 물가 상승이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1년 전인 2023년 2월의 1일당 여행비 TCI(국내 115, 해외 113)과 비교하면 국내는 크게 낮아진 수치고, 해외는 제자리 수준이다. 지난 1년 사이 여행비 지출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

앞으로 여행비 지출 심리도 위축하고 있어 국내 여행 침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여행비 지출 의향 설문조사에서 ‘더 쓸 것’이라 응답한 비율은 2019년 33.9%에서 작년 44.3%로 크게 늘었다가 올해는 35.9%로 외려 하락했다.

해외여행 지출 의향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기간 40.7%→48.9%→42.9%로 추이는 비슷했으나 등락 폭은 국내 여행보다 작았다.

“이게 무슨 일?” 여행의 상징 ‘현지 음식 소비’가 줄고 있다

한국 음식 / 사진=flickr
주목할 점은 국내는 여행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식도락’ 부문에서 지출과 지출 의향이 모두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여행 일정 중 식도락 비중이 TCI 76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 이상 떨어진 수치다.

반면 돈이 들지 않는 친지나 지인과의 만남은 TCI 136, 휴식은 TCI 118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즉 여행자들이 의도적으로 여행에서 비지출성 활동은 늘리고, 식비 등 지출성 활동은 줄이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국내 여행 음식값 거품 논란’과 ‘물가 상승에 따른 여가 활동 지출 삭감’ 등이 있다. 지출로 따졌을 때 국내 여행에서 식도락 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숙박 바로 다음인 2위다. 또 여행자가 여행 후 총체적으로 지역을 평가할 때 만족도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인이다. 고로 여행에서 ‘식비’를 줄인다는 것은 여행 자체를 줄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소래포구 상인이 1억원어치에 달하는 분량의 무료 회를 썰고 있다 / 사진=매경 DB
심상치 않은 기류에 업계서는 상인들이 직접 나서서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례로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인천 소래포구종합어시장에서는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사이 하루 300㎏ 분량의 무료 광어회를 1인분씩 나눠 제공했다. 하지만 무료 광어회 제공 수량이 너무 적다는 지적에 하루에 100kg을 더 늘렸다. 400kg은 성인 1000명 분이다.

이런 움직임은 앞서 소래포구 어시장의 덤터기 요금과 과한 호객행위로 인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김종례 소래포구종합어시장 상인회장은 “수산물을 담는 바구니의 무게까지 안내판에 공개하는 등 어시장 이미지 개선을 위해 상인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분이 어시장을 안심하고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상은 잘 나가네~” 반면 제주 여행 감소세는 걷잡을 수 없어

경상북도 경주시 / 사진=FLICKR
이제 심상치 않은 ‘국내 선호 여행지 편차’를 짚어볼 차례다. 2월 기준 국내 숙박 여행지 점유율은 ‘경상권(28.6%)’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도(21.4%)가 다음으로 높았고 그밖에 수도권(20.1%) 지역 역시 숙박 여행 점유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4·5·6위에는 전라권(11.9%)·충청권(10.6%)·제주도(7.4%)가 올랐다. 상위 3개 권역은 전월 대비 숙박 점유율이 모두 상승했으나, 하위 3개 권역은 모두 감소해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제주도 / 사진=FLICKR
코로나 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떠오른 여행지는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TCI 122)이었다. 반면 2019년 대비 숙박 점유율이 가장 낮아진 곳은 제주도(TCI 77)였다.

이러한 수치는 앞으로도 비슷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3개월 이내 국내 숙박 예정 지역을 조사해 권역별로 따져본 결과 ‘제주도’ 숙박률은 13.3%로 충청권 다음으로 낮았다.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해 보면 제주도 TCI는 82로 모든 권역 중 제일 낮았다. 전국 권역 중 코로나 이후 숙박 여행지로서 가장 매력이 떨어진 지역이 제주라는 뜻이다.

향후 3개월 이내 국내 숙박 예정 지역 상위 3개 권역은 2월 점유율 순위와 같은 경상권(26.4%)·강원도(21.1%)·수도권(15.4%) 순이었다.

국외로 눈 돌리는 여행자들, 업계서는 “바뀌어야 산다”

2023년 1~10월 3박 4일 기준 1인당 여행 평균 경비 비교 / 그래프=컨슈머인사이트
현재 국내 여행자들은 단 한 번 해외여행에 국내 여행 8번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여행 경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며 ‘그 돈이면 해외를 가고도 남는다’는 식의 얘기를 우스갯소리처럼 하고 있다.

이런 인식과 달리 컨슈머인사이트가 공개한 작년 1~10월 3박4일 기준 여행자 1인당 평균 지출 금액은 제주도 52만9000원, 해외 115만7000원이었다. 국내에서 여행 경비가 가장 비싼 ‘제주도’와 비교해도 해외여행에는 2.2배 많은 경비가 필요한 게 실상이다.

일본 먹거리와 체험거리 / 사진=FLICKR
특히 식을 줄 모르는 일본 여행 열풍은 국내 여행 산업에 있어서 대악재다. 국내 여행객에게 일본은 최고의 국내 여행 대체재로 여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맛있는 ‘먹거리’와 엔저로 인한 다양한 ‘살 거리’가 가득한 명소며 세계 최고 수준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기후 특성으로 지역 특색이 살아있는 여행지가 가득하다.

여기에 엔저 현상은 풍부한 여행자원을 만끽하게 해주는 최고의 혜택이다. 특히 작년 컨슈머인사이트 자체 조사 결과 일본을 다녀온 여행자의 여행 만족도는 아시아 1위(767점)로 국내 여행지 그 어느 곳보다 높았다.

이런 흐름이라면 국내 여행 산업 위기로 인한 1차 피해 직격탄은 요식업이 맞는다. 현재로써는 국내 여행 경쟁력과 여행심리 회복을 위해 여행의 핵심 ‘먹거리’ 질과 가격 등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떠나간 마음이 돌아올 수 있도록 기대어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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