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드래곤볼>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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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천재 만화가, 향년 68세로 별세
고인은 만화 관계자들이 꼽는 ‘타고난 천재 만화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만화가의 정석 코스를 밟지 않았다. 1955년에 출생한 도리야마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광고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년 반 만에 퇴사했다. 돈에 쪼들리며 방황하던 중 우연히 본 만화 잡지가 그의 운명을 바꿨다. 우승 상금이 무려 50만 엔이라는 ‘신인상 공모 안내문’이었다. 23살에 처음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소년 점프> 편집자의 눈에 띄어 만화계에 입문한다. “그림체가 개성 있고 효과음을 영어로 표현한 센스가 신선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일본 만화의 지평을 연 도리야마 아키라
TV 애니메이션 버전은 세계 80개 이상의 나라와 지역에서 방영돼 아이들의 유년 시절을 채워줬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을 포함한 <드래곤볼> 시리즈의 총매출은 230억 달러(약 30조 5,000억원). 이는 일본 만화 중 독보적인 1위다. 일본 만화 시장은 1980년대 급성장했다. 1980년에 <닥터슬럼프>, 1984년에 <드래곤볼> 연재를 시작한 도리야마 아키라의 공적은 헤아릴 수 없다. 만화 평론가 나쓰메 후사노스케는 “당시 일본에서 만화란 아이들이나 읽는 것이라는 가치관이 팽배했다. 그 틀을 걷어내고 만화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문화로 키운 주역 중 한 명이다”라고 평가했다.
<드래곤볼>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만화가가 되면서 일본 만화 시장은 더욱 세계로 뻗어나갔다. 인기 만화 <원피스>의 작가이자 ‘드래곤볼 칠드런’으로 알려진 오다 에이치로는 “만화 따위를 읽으면 바보가 된다던 시대에서 어른도 아이도 만화를 읽고 즐기는 시대를 만든 사람. 만화로 세계에 진출할 수 있구나 하고 꿈을 보여줬다. 히어로를 보는 것 같았다”고 도리야마 아키라를 기렸다.
인세만 1,000억원… 현실은 소탈한 아저씨
납세액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세금 때문에 도리야마의 거주 지자체인 아이치현에서 이사를 못 가게 한다”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도리야마 집 앞에서 공항까지 직통 도로를 깔아줬다”는 그럴듯한 소문이 나돌았으나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유명해져도 캡과 청바지 차림을 즐기는 소탈한 아저씨였다고 한다. 명품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프라모델 만들기와 밀리터리 헬멧 수집이 몇 안 되는 취미였다.
또 스마트폰이 없어 연락은 PC 메일을 통해서나 가능했던 미니멀리스트이기도 했다. <드래곤볼>에 얽힌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작품 속에 나오는 피콜로 대마왕, 프리저, 마인 부우 등 역대 악역들의 외형이 연재 당시 담당 편집자들과 비슷해 화제를 모았다. 생전 도리야마는 자신에 대해 “세상만사가 귀찮은 ‘귀차니스트’ 성격”이라고 종종 말한 바 있다. 가령 <드래곤볼> 주인공이 초사이언이 됐을 때 머리가 금발로 염색되는 건 먹칠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가장 바빴던 시절에는 연필 밑선조차 귀찮아 건너뛰고 바로 선화 단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팬들의 가슴에 전설이 된 <드래곤불>
글 : 강윤화(해외정보작가) | 사진 : 신동훈, 서울미디어코믹스, 일요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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