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겪던 늘봄… 학생·학부모 피드백으로 ‘맞춤형’ 안착중

인지현 기자 2024. 4. 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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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초등학교 2741곳서 시행 한달
초기엔 사전 조사 부족해 혼선
별도의 공간·인력 마련도 난항
다양한 의견 반영 맞춤형 전환
학부모 “안전하고 알찬 배움터”
교육부 “2학기 준비 적극 도움”
여전히 부족한 인프라 해결을
늘봄학교가 운영을 시작한 지난달 4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방과 후에 책을 읽는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이야 학교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니 좋아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학부모들도 숫자로 말하고 있습니다. 늘봄학교 시행 3주 만에 신청자가 30% 늘었다는 건 그만큼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고 주변에도 추천했다는 의미죠.”

지난달 4일부터 늘봄학교의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경기 A초교. 늘봄학교 시행으로 1학년 모든 희망 학생에게 정규 수업 뒤 2시간씩 놀이체육, 우쿨렐레 수업 등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A초교 교감은 “3주 만에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신청 학생이 33명에서 42명으로 9명 늘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학교가 운영하기 편한 위주로 구성했다면 3주간의 시범 운영을 마친 이번 주부터는 학부모 수요를 반영해 변화를 주고 있는 중이다. 교감은 “학생·학부모 의견을 물어 맞춤형 프로그램에 놀이체육과 공예수업 비중을 늘렸다”고 소개했다.

A초교 같은 늘봄학교 모범 사례에도 시행 초기 혼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학교에 돌봄과 방과 후 학교 시간표 및 참여 인원이 정해진 상태에서 새 학기 맞춤형 프로그램 시행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사전 수요 조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참여 학생 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웠고, 기존 프로그램 외에 신규 맞춤형 프로그램을 소화할 별도 공간, 인력 마련도 서둘러야 했다.

학부모들도 사전에 맞춤형 프로그램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여서 결정이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참여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데 비해 1학년 학생 120여 명 중 상당수가 맞춤형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시간대 이뤄지는 돌봄·방과 후 학교 참여 학생들이 중복으로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2학기에는 기존 돌봄·방과 후 학교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흡수되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여 저출생 문제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늘봄학교가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첫발을 뗀 지 한 달을 맞은 가운데, 현장은 시행 초기 혼선 가운데서도 나름의 해법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었다. 부산 연포초의 경우 새 학기 늘봄학교 시행에 따라 기존 돌봄·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 더해 무료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3가지 유형으로 신설했다. 초1 학습형·미래형·맞춤형 프로그램으로, 1학년 학생 189명 중 돌봄교실 참여를 제외한 인원 중 64명이 참여하고 있다. 학습형 프로그램은 영어노래·연극·미술 등으로 구성됐고, 미래형은 코딩·스마트 창의공작 등으로, 맞춤형은 탁구교실이나 캘리그래피 등으로 짜여 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상태다.

이곳 역시 시행 초기 새롭게 프로그램을 구성해 인력·공간을 배치하고 학생이 중복 참여를 희망할 경우 가능한지 등 세부 사항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서도 권영민 연포초 교장은 “교사들 가운데도 일부 혼선이 있었기 때문에 연수를 통해서 용어와 개념을 정리했고, 학부모에게도 학부모 총회 때 안내한 후 가정통신문도 발송했다”며 한 달간의 조율을 거쳐 현재는 시스템이 상당 부분 안착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존 돌봄·방과 후 학교가 짜인 상태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것이다 보니 뒤늦게 방과 후 학교를 취소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싶다는 학부모가 생겨, 희망대로 안내하는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늘봄학교를 시행 중인 학교들의 초기 혼란은 대부분 사전 준비 시간 부족 등에 기인한 것이 많아 교육부는 2학기 시행에 앞서서는 학교가 충분한 준비를 거치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학기 전국 시행 전에는 학교가 학부모 수요 조사와 안내를 거쳐 맞춤형 프로그램을 세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5월부터는 교사들을 대상으로도 늘봄학교 연수와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는 지난달 시작된 후 참여 학교가 점차 늘어나 현재 전체의 46% 수준인 2838개교에서 시행 중이고, 이들 학교의 초등학교 1학년 74%가 혜택을 보고 있다.

당장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청별로 마련된 늘봄학교 콜센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접수하거나 교육지원팀의 현장점검팀을 주축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장의 초기 혼란에도 한 달간 확인된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 2학기 전국 확대를 추진할 동력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학부모 가운데서는 “아이들이 검증되지 않은 사교육 기관이 아닌 안전한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어 좋다” 등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전국 시행을 앞두고 공간·인력 부족은 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해결되는 문제로 꼽힌다. 늘봄학교를 시행 중인 경남 지역 한 초교 교장은 “내년 2학년에게도 무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면 공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청·교육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분명히 해결해 줘야 될 부분”이라며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교사들이 정규 수업 후 해당 교실에서 수업 준비 등을 하던 것을 내려놓고 늘봄교실로 이용 가능하도록 내주는 경우가 있는데 상호 협의나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늘봄학교 인력과 관련해서 교원단체는 행정 인력 구인난으로 일부에서 교원이 관련 업무를 하거나 기간제 교사가 프로그램 진행과 행정업무를 모두 맡는 일이 빚어지는가 하면, 교감이 늘봄실장 업무를 겸임하면서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학기에는 늘봄학교 시행 학교가 전국 6175개 초등학교 전부로 확대되면서 인력난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사전 대비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인지현·이소현 기자

■ 미래교육돌봄연구회 정재훈 교수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학원에서 접하기 힘든 예체능 프로그램이나 심리 정서 발달을 돕는 프로그램 위주로 마련되고 있어서 사교육과는 방향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공교육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늘봄학교 중장기 정책 추진 방안을 마련한 미래교육돌봄연구회 좌장인 정재훈(사진)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사교육)과 교육 프로그램의 다양화(공교육) 사이에서 학부모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교육청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하다 보면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주관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램 준비의 어려움, 강사 구인난 등 지역에 따른 격차 문제를 보완 내지 해결하는 차원의 사업을 재단 일부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그 조직과 기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관련 법 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가칭 ‘늘봄학교 지원 특별법’이 마련돼야 관련 기관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적재적소에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을 법에 규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지원 체계로서 교육청 늘봄지원센터와 학교 늘봄지원실이 서둘러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인력 보충을 통해 늘봄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교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저출생 상황이 지속된다면 해외 노동력 활용이 필수적인데, 노동자 개인을 아이들까지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키워내야 할 과제가 생긴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선 계층 간 교육 격차에 대응해야 하고, 늘봄학교가 그 기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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