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언-최재형-금태섭 ‘삼자대결’…‘정치 1번지’ 종로 민심은? [총선 빅매치]

변문우·정윤성 기자 2024. 4. 3. 07: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靑 품은 중심지로 ‘단골 격전지’…최근 6번의 총선서 여야 무승부
郭 “다시 종로답게”…崔 “구민 눈높이 맞춤”…琴 “종로를 파리처럼”

(시사저널=변문우·정윤성 기자)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서울 종로는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다. 청와대, 정부중앙청사, 경복궁이 이곳에 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하기 전까지 '원조 정치 1번지' 역할을 해왔다. 정치권에서도 종로의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총선마다 중량급 후보들을 등판시켰다. 종로 출신 의원 중 대통령이 된 인사들만 총 3명(윤보선·노무현·이명박)에 이른다.

종로의 표심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2000년 이후 역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접전을 펼치며 번갈아 이겼다. 16~18대 총선에선 보수 정당이, 19~21대에서는 진보 정당이 승리했다. 지난 총선에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명운을 걸고 자웅을 겨뤘다. 당시 이 전 대표(58.38%)가 황 대표(39.97%)에게 18.41%포인트 차로 압승을 거뒀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감사원장 출신인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가 2022년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현역인 최재형 의원은 이번에도 재선을 노리며 같은 지역구로 출마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곽상언 변호사가 후보로 나섰다. 여기에 20대 국회의원 출신인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등판하며 '3자구도'가 형성됐다. 이외 총 7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지역구가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곽 후보와 최 후보의 양자구도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한국리서치에서 KBS의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종로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무선전화 면접 100% 방식의 지지율,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에서 곽 후보는 44%, 최 후보는 38%, 금 후보는 4%를 기록했다. 총선까지 남은 한 주간 민심 바람에 따라 결과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시사저널 양선영

"尹정부 3년 남았는데 힘 실어야" "대통령 때문에 여당에 손 안 가"

시사저널은 총선을 8일 앞둔 2일, 종로구 관할 내 광화문과 종로, 혜화동 대학로, 동대문시장 일대를 찾았다. 세대·직업별 다양한 유권자들로 구성된 서울 민심의 축소판답게 플래카드도 다양했다. 문화예술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대학로 인근엔 '문화예술인을 응원합니다(곽상언)', '역사문화보존지역 규제 완화(최재형)' 등의 내용이, 창신동과 경복궁역 인근엔 '다시 종로답게!(곽상언)', '초등학생 학습지원비 지급(최재형)'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플래카드처럼 시민들이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지지 후보 선택에도 영향을 준 분위기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사직동 주민 김아무개씨(70)는 "윤석열 정권을 당연히 지지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아직 3년의 기간이 남았는데 또 못한다고 갈아치우거나 탄핵한다면 우리나라는 탄핵 공화국으로 오명이 남을 것이다"며 "결국 종로에선 국민의힘의 최재형 의원이 당선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혜화역 인근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김아무개씨(60)는 "여기가 민주당이 10년 넘게 했던 곳이라 지난 보궐 선거에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서 최 의원을 뽑았다"며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여당에 손이 안 간다"고 토로했다.

동대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후보 선택의 기준점으로 '경제 공약'을 강조했다. 시장에서 15년째 의류부자재를 판매하고 있는 최아무개씨(60대)는 "감사원장 출신이 민생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느냐"며 "창신동에 오래 살았는데 최재형 의원은 갑자기 보궐로 들어온 게 꼭 '바지사장' 같아서 나아진 게 없다.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민주당 후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장에서 작은 커피 가판대를 운영하는 이아무개씨(77)는 "이 당이나 저 당이나 어떤 놈이 서민 도둑질을 덜 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도 "동대문시장 사람들도 물가가 올라서 힘들다고 난리인데, 물가가 오르는 게 대통령 탓은 아니다. 여당이 국회에서 힘이 없어서 대통령도 경제 문제를 해결을 못하는 것"이라며 여당에 힘을 실었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도 정당보다 공약 내용을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안아무개씨(21)는 "학교 근처에서 취업을 하기 전까진 살 계획이다. 그래서 더 잘 알아보고 투표를 하고 싶다"며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청년 관련 공약이나 문제에 신경을 쓰는 후보를 중점적으로 볼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시사저널은 서울 종로구 관할구역인 광화문-종로 일대에서 시민들을 만나 총선 민심을 들었다. ⓒ시사저널 박정훈

최재형·금태섭 "규제완화 방점"…곽상언 "권역별 맞춤 접근"

종로구의 과제를 확인한 총선 후보들도 각자 '교통 개선'을 비롯한 '맞춤형 공약'들을 내세우며 총력전에 나섰다. 종로를 2년간 지킨 최재형 후보는 '규제완화'와 '지역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새롭게 내세웠다. 우선 경관지구 고도 제한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재개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재 보존 탓에 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도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GTX-E 평창역'이나 서울 내부순환 급행전용 철도망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고, 지역 뿌리산업 발전을 위한 전통시장 현대화 등을 통해 지역 경제 발전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최 후보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종로구민들은 정치1번지 주민들답게 매우 뛰어난 정치적 식견을 가지고 있다"며 "그 눈높이에 맞는 의원이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가 유세 중인 모습이다. ⓒ최재형 후보 캠프 제공

곽상언 후보는 '다시, 종로답게·다시 나라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종로구가 가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곽 후보는 지난달 28일 총선 출정식 연설을 통해 "인구 문제, 주거문제, 교통문제도 어느 것 하나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종로는 발전할 수 없다"고 종로구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곽 후보는 문제 해결을 위해 '종로 서·중·동부' 권역별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서부 권역에선 최 후보와 마찬가지로 강북횡단선 경전철과 GTX-E 평창역에 대한 조기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부 권역에선 문화지구·예술인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송현동 숲 문화공원과 이건희 미술관의 조기 건립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동부 권역에선 소상공인 지원과 주거환경 개선에 매진하기로 했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민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이다. ⓒ곽상언 후보 캠프 제공

금태섭 후보도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청와대 인근의 고도 제한을 완화해 주거 환경을 개선시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기에 종로에 지하철이 없어서 불편한 지역을 중심으로 역을 신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역 신설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5분 콜버스'를 도입해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전했다. 금 후보는 시사저널에 "종로를 프랑스 파리처럼 바꾸겠다"며 "문화재와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주민들의 불편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금 후보는 이번 총선을 임하는 각오로 "정치1번지 종로에서 양당정치 개혁의 돌풍을 일으켜보겠다"며 "윤석열 정부 심판이 범죄자 정치인의 복수가 아니라 민생으로 이어지도록 정치개혁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유세 중인 모습이다. ⓒ금태섭 후보 캠프 제공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