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등생 대상 룸카페 성범죄도 집행유예?… 1심 절반 이상이 집유

윤준호 2024. 4. 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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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신의 나이를 속인 채 초등학생을 일명 '룸카페'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2일 세계일보가 지난해 룸카페에서 발생한 성범죄 1심 판결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피고인 절반 이상은 형 집행이 유예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단순히 커튼이나 블라인드 등 룸카페 내부 가림막을 없애는 것만으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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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룸카페 성범죄 1심 판결문 47건 분석
피해자 93.6% 미성년자…16세 미만 대상 18건, 16∼18세 26건
44.7%는 착취물 촬영·소지·배포까지

최근 자신의 나이를 속인 채 초등학생을 일명 ‘룸카페’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룸카페가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세계일보가 지난해 룸카페에서 발생한 성범죄 1심 판결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피고인 절반 이상은 형 집행이 유예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평균연령은 14세였는데, 선고된 징역 형량은 평균 3년에 그쳤다.
사진=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제공
2023년 한 해 동안 선고된 룸카페 성범죄 사건 1심 판결문을 모두 분석했더니 47건 중 44건(93.6%)이 미성년자 대상 범죄로 나타났다. 18건은 미성년자의제강간 등으로 16세 미만, 26건은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16세 이상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였다.

룸카페는 밀실과 유사한 구조인 단독 방 형태로 외부와 분리된 카페를 말한다. 여성가족부는 룸카페에 잠금장치와 벽면을 가릴 수 있는 커튼, 블라인드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를 지난해 개정했다. 또한 통로 쪽 벽면과 출입문 일부를 투명하게 하도록 규정했다. 룸카페는 청소년 이용이 가능한데 밀폐된 공간이라는 특성 탓에 각종 범죄가 일어나기 쉽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지자체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룸카페에서 성범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28일 룸카페에서 여자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40대 남성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를 경기도 한 룸카페로 데려가 성관계한 것으로 보고, 미성년자의제강간치상과 강제추행,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47건의 판결문 분석 결과 피해자 연령은 10세부터 20세까지 분포해 있었다. 평균연령은 14.1세였다. 가장 어린 피해자였던 A(10)양은 2022년 12월 서울 노원구 한 룸카페에서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가해자로부터 유사성행위 등 성적 학대 행위를 당했다. 가해자는 심지어 룸카페에서 A양의 나체 모습을 촬영했는데, 검거 당시에도 해당 동영상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만난 초등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40대 남성이 피해 아동과 찍은 사진.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갈무리
신체적 정신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가 대다수였지만, 평균 형량은 징역 3년에 그쳤다. 게다가 47건 중 30건(63.8%)에서 재판부는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21건(44.7%)의 사건에서 가해자가 단순 성범죄를 넘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하는 성착취물 제작, 배포, 소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형량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룸카페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의 가해자 연령대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판결문 47건 중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5건에서 피고인의 평균연령은 18세였다.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지만 피고인의 연령대를 ‘고등학생’으로 기재한 판결문이 1건 있었고, 피고인이 19세 미만으로 소년법에 적용을 받은 사건도 3건 있었다.
한편 단순히 커튼이나 블라인드 등 룸카페 내부 가림막을 없애는 것만으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피해자 대다수가 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가해자로부터 ‘온라인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을 당한 뒤 룸카페로 유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온라인 그루밍 범죄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룸카페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얼마든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는 셈이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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