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성동갑·을, 마용성의 최전선 [데이터로 본 총선 ③]

김동인 기자 2024. 4. 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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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선거구(지역구)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구·자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요 선거구를 심층 분석했다.

([데이터로 미리 보는 2024 총선 - ③ 서울 중구성동갑·을]

때로는 특정 선거구(지역구)가 한 사회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곤 한다. 〈시사IN〉은 도시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지역구를 선정해 심층 분석했다. 각 선거구를 행정동 단위뿐만 아니라 투표구 단위로 분석하며, 개별 선거구의 개표 결과가 향후 한국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홍익대 인근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상권이 되었다. ⓒ시사IN 이명익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종종 ‘벨트’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는 ‘한강 벨트’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강 수변을 접한 서울 주요 선거구가 부동산 상승기에 자산 가격이 올랐고,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보수화된 표심을 보이며 격전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총선의 주요 스윙보터 지역이기도 하다. 서쪽의 영등포·마포구부터 동쪽의 광진·강동구까지 각 정당이 사활을 걸고 선거전을 치른다.

이 중에서도 강북 지역에 위치한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한강변’이라는 지리 조건이 부각된 이후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2017년 언론에 처음 등장한 마용성이라는 표현은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겪으며 일종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 중 마포구와 성동구는 본래 민주당 계열 지지세가 강했으나, 2010년대 이후 부각된 신흥 부촌이 넓게 형성되면서 누구의 텃밭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동네가 되었다. 실제로 마포구·성동구는 현역 국회의원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지만,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보다 높았다. 이 중에서도 거대 양당의 공천 이슈로 시끌시끌했던 중구성동갑·을 선거구를 심층 분석해봤다.

강남화? 여전히 ‘오래된 서울’?

중구와 성동구는 제20대 총선부터 한동네로 묶였다. 기존 중구 권역에 한강변 옥수·금호동이 더해져 ‘을’ 선거구로 묶였고, 나머지 성동구 지역이 ‘갑’ 선거구가 되었다. 두 선거구 모두 ‘한강변 주택지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마포부터 광진까지 이어지는 ‘강북 지역 한강변 표심’을 반영한다.

중구성동갑·을 선거구는 ‘마용성’의 최전선이다. 특히 성동구는 서울에서 가장 오랫동안 점진적으로 재개발된 지역이다. 한국전쟁 이후 ‘언덕배기 달동네’가 형성되었지만 최근 30년 동안 재개발 등으로 지역의 성격이 바뀌었다. 성동구 성수동은 마포구 홍익대 인근을 위협하는 상권으로 성장했고, 성동구 왕십리 인근은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대규모 뉴타운 재개발’을 경험했다. 강을 건너면 곧바로 강남과 이어지는 이 지역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자산 가격도 급격히 상승했다. ‘계층에 따른 보수화’를 떠올려도 이상할 게 없는 동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강남과의 동질화’를 쉽게 긍정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청계천과 중랑천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여전히 ‘오래된 서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대선 직후 치른 2022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서울 지역 구청장에 당선되며 전국적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제19대 총선 이래로 보수정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국민의힘)은 번번이 성동구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강남 3구’라는 울타리를 넘어 확장성을 고심할 때마다 관심을 모으는 곳이 바로 중구성동갑·을 지역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곳을 넘어서야 서울 강북 지역에서 확장을 노릴 수 있고,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반드시 사수하고 싶은 지역이다.

중량급 정치인들의 격전지

중구성동갑·을은 경선 과정부터 시끌시끌했다. 서울에서 이 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양당 모두에게도 박빙 지역으로 인식되면서 중량급 인사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의힘은 ‘을’ 지역에서 내홍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지역 현역의원인 박성준 의원이 일찌감치 공천을 받았지만 국민의힘은 이혜훈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삼파전을 치렀다. 결국 이혜훈 전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하태경 의원이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며 당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결국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하 의원의 이의 신청을 기각한 뒤에야 상황이 수습됐다.

‘갑’ 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두고 뉴스가 쏟아졌다. 이 지역에서 두 차례(제16·17대) 당선된 적 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6년 만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당에서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후보로 낙점했다. 이후 임 전 실장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결국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희숙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섰다. 전현희·윤희숙 두 후보는 각각 강남·서초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양당 모두 성동구 선거 최전선에 강남 정서를 가진 인사를 배치했다. 이는 뒤에서 설명할, 이 지역의 인구·계층의 변화와 유관한 결정으로 보인다.

‘쪼그라드는 서울’의 전형

서울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역동적인 대도시다. 비수도권 전역에서 젊은 인구가 몰려들며 비수도권 지역은 지역 청년 유출의 원흉으로 서울을 지목한다. 직관적으로 ‘서울은 젊은 인구가 몰리고 고령층은 지방에 남는 구도’를 그리기 쉽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는 다소 기묘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 ‘천만 도시’이던 서울의 인구가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서울 인구는 2016년 처음으로 1000만명 선이 무너진 뒤(993만여 명) 줄곧 줄어드는 추세다. 제21대 총선 때인 2020년 966만여 명이었다가, 2023년에는 938만여 명으로 감소했다. 총선 주기(4년)마다 30만명씩 줄어드는 셈이다.

누구나 서울에 살고 싶어 하고 청년 인구가 계속해서 유입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20대 청년 인구는 여전히 전국에서 서울로 몰려든다. 그런데 그런 ‘청년’마저 줄어들고 있다. 아래 〈그림〉은 지난 10년간 서울 인구의 20~40대 구성비다. 2014년 30대와 40대 인구의 비중은 각각 16.96%, 17.12%였지만, 2023년 그 비율은 15.21%, 15.13%까지 떨어진다. 20대는 증가세가 꺾였다. 2014년 14.43%였다가 2020년 15.1%까지 늘었으나 다시 2023년 10년 전 비율인 14.44%까지 떨어졌다. 절대 수는 더 떨어졌다. 2014년 20대 인구는 145만여 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35만여 명으로 줄었다. 20대 청년까지 서울에서 비중이 감소하고, 그보다 많은 30~40대 인구가 사라지는 현상이 서울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울은 전국의 ‘미래 자원’인 청년을 홀로 독식하며 전 세계적 메트로폴리탄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흡수할 만한 청년 자원’마저 고갈되는 중이다.

2014~2023년 서울시 20~40대 인구 비율. (자료:통계청)

자연히 50대 이상 고령층 비율은 늘어난다. 〈시사IN〉은 이번 선거구 분석 시리즈에서 각 선거구의 인구통계 특성을 크게 다섯 구간으로 쪼개 살펴보고 있다. 각각 ①미성년(0~19세) ②청년(20~34세) ③청·중년(35~49세) ④장·노년(50~65세) ⑤은퇴 고령층(65세 이상)이다. 이 다섯 구간(세대 그룹)의 구성비는 투표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구성동갑·을은 ‘서울시 전역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 바로 ‘늙어가고 쪼그라드는 서울’이다.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서울시 전체 인구 가운데 50세 이상 인구는 2014년만 해도 33.29%였다(50~64세 21.25%, 65세 이상 12.04%). 그러나 10년 사이 이 비율은 41.93%로 늘어난다. 특히 2014년 12.04%였던 65세 이상 비율은 2023년 18.47%로 약 6.4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이 5분할 인구 그래프에서는 미성년 인구(0~19세)의 비중도 중요하다. 이들 중 유권자는 일부(만 18세 이상)에 불과하지만, 이들과 함께 사는 ③번(35~49세) 유권자의 변동을 함께 살펴야 한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동시에, 이들 35~49세 인구도 함께 줄어든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가족 단위 유권자들이 서울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른바 ‘학부모 유권자’의 감소다.

인구 구간별 구성비 변화. 왼쪽은 서울시 전체, 오른쪽은 중구와 성동구 합산. (자료:통계청)

중구성동갑·을 선거구는 이런 서울의 변화, 서울 인구의 평균적 특성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20대 인구가 유독 밀집한 관악구나 50대 이상 인구가 서울 평균보다 많은 강북구·도봉구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투표구별로 인구구성의 특징도 제각각이다. 아래 〈그림〉은 각 투표구의 인구 조합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표기했다. ㉠회색은 20~34세 인구가 많은 투표구, ㉡초록색은 미성년 인구와 35~49세 인구가 함께 많아 ‘학부모 표심이 드러나는’ 투표구, ㉢흰색은 34~64세 인구가 주축이 되는 지역, ㉣베이지색은 50대 이상 인구 위주인 투표구다. 중구성동갑·을 선거구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투표구가 서로 뒤엉켜 있다.

㉠회색은 20~34세 인구가 많은 투표구, ㉡초록색은 미성년 인구와 35~49세 인구가 함께 많아 ‘학부모 표심이 드러나는’ 투표구, ㉢흰색은 34~64세 인구가 주축이 되는 지역, ㉣베이지색은 50대 이상 인구 위주인 투표구다.

지역 내 자산 차이로 표심 분화

인구 측면만큼이나 이 지역 선거의 특성을 결정짓는 것은 자산 격차다. 성동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수변이 가장 많은 구’로 꼽힌다. 한강변뿐만 아니라 중랑천과 청계천이 구의 경계를 만들고 있다. 중구는 과거 별개 선거구이던 시절, 종로구 표심과 유사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성동구 금호·옥수동이 중구와 함께 ‘중구성동을’ 지역구가 되면서 갑과 을 모두 유사한 지형 특성과 자산 가격 분포를 보이게 됐다. 핵심은 ‘한강변일수록 자산 가격이 상승하며, 보수화된 표심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래 두 〈그림〉을 교차시키며 살펴보자. 첫 번째 그림은 투표구별 평균 주택공시가격을 나타냈다. 색이 진할수록 비싼 주거지란 의미다. 두 번째 그림은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의 득표율 차를 투표구별로 표시했다. 자산 가격이 높은 옥수·금호·성수동 일대, 그리고 신규 아파트가 들어선 왕십리도선동 일부 지역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색이 진할수록 주택공시가격이 높은 투표구다.
투표구별 2022년 제21대 대선 득표율 차(단위:%포인트). 색이 진할수록 당시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던 투표구다(단, 투표구별 개표 데이터에는 사전선거 개표 결과가 빠져 있다).

반면 북쪽인 중구 장충·신당동, 성동구 마장·용답동 권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선전한 것으로 나타난다. 노후 주거지가 남아 있는 지역이나 대학가 근처(동국대·한양대)에서 그나마 버틴 셈이다. 자산 계층에 따른 표 분화가 투표소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중구성동갑·을 선거구를 어떤 이들은 ‘넥스트 강남’으로 여기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지역은 ‘작은 서울’에 가깝다. 다양한 시민들이 골목마다, 투표소 권역마다 다른 성격을 보이고 있어서다.

‘강남화’ 못지 않은 다양성 눈여겨봐야

다층적 성격을 지닌 선거구이지만 양대 정당은 이 지역의 ‘강남화’에 조금 더 무게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갑 선거구 전현희·윤희숙 의원뿐만 아니라 을 선거구 이혜훈 후보 역시 서초갑 선거구에서 3선을 했던 인물이다. 인물만 놓고 보면 이 지역 선거에서 ‘토박이’의 개념은 무의미해진다. 을 선거구 현역 박성준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지역 기반이 부재한 상황에서 선거전을 치른다.

양대 정당이 이 지역을 ‘부자 동네’로 상정하고 선거전을 치르는 것은 나름 타당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신흥 부유층 수가 꽤 된다. 1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 12억원’을 넘는 주택의 비율이 ‘갑’ 지역은 6.1%, ‘을’ 지역은 4.4% 정도다. 비슷한 지형 조건인 마포구나 광진구보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더 많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디올 팝업스토어 인근에서 방문객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성수동은 유동인구 증가와 상권 확대에 힘입어 고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등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평균 주택공시가격도 높은 편이다. ‘갑’ 선거구는 약 6억7300만원으로 수도권 11위, ‘을’ 선거구는 약 5억8700만원으로 15위다. 여의도가 포함된 영등포을(6억3300만원), 목동 아파트 단지가 들어간 양천갑(6억3000만원)과 비슷하다. 게다가 이 평균 가격에는 비아파트 주택의 공시가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이 지역 ‘아파트 시장가격’은 더 높다고 봐야 한다. 자산 지표만 놓고 보면, 이 지역 선거는 ‘잠실, 목동, 여의도, 분당, 과천에 준하는’ 대응이 필요한 선거구가 맞다. ‘강남 인사 전면 배치’는 이 점에서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구와 성동구 유권자의 또 다른 한 축은 ‘자산가’에서 동떨어진 사람들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방산시장부터 황학동 벼룩시장까지 줄지어 선 구도심 상권, 통근·통학을 위해 도심과 강남 가까이 거주하는 1인 가구들, 아직 재개발되지 않은 지역에서 저층 주거지에 거주 중인 토박이들 역시 여전히 이 선거구에서 자산가들과 섞여 살고 있다. 결국 선거의 성패는 이 선거구의 다양성을 얼마나 포용하며, 이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 다음 선거구 분석은 ④ 서울 용산으로 이어집니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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