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총선 '교통·규제완화' vs '기본주택 100만호'
여 "철도지하화·GTX로 교통 개선‥재건축 완화도”
야 "적정임대료 기본주택 100만가구 공급"
'표심잡기' 쏠린 공약에 '실현가능성 있나' 지적도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부동산 관련 정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집값, 주택공급, 지역개발, 교통 등 부동산 관련 현안들이 주거안정과 생활에 밀접한 만큼 국민에게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지 않은 '총선용' 공약들도 부지기수다. 지역구마다 내걸린 총선 현수막에는 현실화하기까지 드는 시간이나 행정절차 등을 고려하지 않은 '뻥튀기 공약'도 허다하다. 주요 정당의 부동산 관련 공약 기조를 살펴봤다.
교통·주거격차 해소 vs 기본주택 확보
여당인 국민의힘의 주거, 부동산 관련 공약 키워드는'교통 및 주거안정 격차 해소'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4·10 총선 '10대 공약'에는 철도 지하화,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사업과 교통불편 해소를 통한 거점도시 경쟁력 제고, 메가시티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철도 지하화와 통합개발을 통한 거점도시 경쟁력 제고 △광역급행열차(GTX) 등 광역교통망 확대를 통한 출퇴근 30분 시대 △수도권 고속도로망 확충을 통한 메가시티 구축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노후화된 구도심 개발 등이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철도 지하화, 역세권 복합개발을 위해 '규제 프리존'을 적용하고 개발이익은 청년·신혼·출산 가구를 위한 공공분양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기 신도시 등 구도심 개발과 함께 김포·구리·고양 등 서울 편입을 통한 메가시티 구축 추진도 주요 공약 내용이다.
이 같은 공약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이어오고 있는 대국민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정책들과 대부분 일맥상통한다. 특히 철도 지하화 관련해서는 지난 1월 윤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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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대못 뺀다(1월10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를 찾아 "영등포역 때문에 남북이 분할됐다. 지하화로 분할된 상권과 주거권, 생활권이 합쳐지게 될 것"이라며 "철도 지하화 첫 삽을 영등포구에서 뜨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지방의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지자체 수요조사를 통해 내년까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지하화에 필요한 사업비용은 상부 개발 수익 등으로 충당하고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개발부담금을 낮추는 지원책도 내놨다.
철도지하화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함께 도심 내 대규모 개발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키워드인 만큼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교통 관련 정책 구상은 여야 구분없이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철도 지하화' 방안을 내놓으며 응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0대 공약 발표에 앞서 지난 2월 철도와 GTX를 포함한 도시철도의 도심구간을 예외 없이 전부 지하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지하화를 통한 상부 공간에는 건폐율, 용적률 특례를 적용해 친환경 주거복합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주거복합시설은 주거·상업·의료·녹지·공원·문화·일자리 등 자족기능을 갖추도록 해 지역 내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1일 신도림역을 찾아 "철도는 한때 발전과 편의의 상징이었지만 도시가 발전하면서 국민에게 소음, 분진 피해와 도시를 절단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철도 지하화와 역사 지하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경부선 △호남선 △경인선 △경원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광주선 △전라선 등 일반, 광역철도 지하화와 서울지하철 △2호선 △3호선 △4호선 △7호선 △8호선의 지상철 구간, 그리고 △GTX-A와 △B노선 △C노선을 모두 지하화 추진 대상에 포함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여당의 '개발' 중심 주요 공약들을 '민생안정'으로 맞받고 있다. 민주당은 10대 공약중 첫번째로'기본주택 100만가구'규모 주거복합플랫폼 조성 계획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는 이재명 대표의 '기본시리즈' 일환이다. 전 국민의 기본주거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게 목표다.
주거와 상업, 돌봄 등 자족기능을 갖춘 고층 건축물을 지어 적정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 공급 로드맵을 법정화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에 50만가구, 지방특화형 40만가구, 어르신 복지주택으로 10만가구를 공급하고 '2040, 4050, 6080' 등 세대별 맞춤형 주거정책도 시행할 방침이다.
기본주택 100만 가구는 주택도시기금, 지방비 등을 활용하고 철도지하화의 경우 민간투자와 상부, 인접지역 개발 이익을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실현가능성 낮은 총선용 정책 비판 나와
다만 여야 모두 공약 실현을 위한 필요 예산 규모나 재원 조성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담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 곳곳에서 차별성이 없고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주요 정당의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결과 "개발, 규제 완화 공약이 양대 정당 간 차별성이 없다"면서 "민주당이 2030년까지 공공임대주택 공급로드맵 법제화하고 기본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미비하고 실패하거나 실적 낮은 정책을 되풀이하는 등 완성도가 낮다"고 언급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공약과 관련해 "민생토론회 정책이 고스란히 국민의힘 공약으로 발표되는 등 정부 부처를 전방위로 동원한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과 규제 완화"라며 "국민의힘 전세사기 관련 공약들은 주거권을 후퇴시킬 수 있고 투기수요 규제 정책이 전무하며, 저소득층 주거복지 등 공약 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임대차 계약 시 불필요한 분쟁과 전세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간주하고 '선보상' 방식의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의힘 공약은 전세사기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고 민주당의 선보상제의 경우도 형평성 문제 등으로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는다. 개발 계획에 전체적인 공약이 집중돼 있고 집값 안정,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를 핑계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를 폐지하는 공약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종 부동산개발, 부자감세 공약이 난무하는데 (전세사기 관련 공약들은 부족해) 특별법 개정, 피해자 지원 확대를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부동산 시장과 산업 자체가 워낙 위축돼 있는 데다, 여야가 규제 강화와 완화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완화 위주이기 때문에 시장 위축 개선 등의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부분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당선 후 공약들이 현실화하면 부동산 시장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혀 일정 부분 가격상승 여력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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