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편집실에서]

2024. 4.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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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굿윌스토어라는 가게를 취재해 기사를 썼습니다. 서울 송파점에 찾아가 현장을 둘러보고 직원도 인터뷰했습니다. 굿윌스토어는 기업과 개인에게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당시 송파점의 전체 직원 74명 중 51명이 장애인이었습니다. 지적장애인이 35명, 자폐성 장애인이 12명 등이었고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홍진수 주간경향 편집장



7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송파점 직원들은 한 해에 한 번씩 2박 3일간 여행을 가는데 그동안에는 장애인 직원의 부모들이 ‘자원봉사’로 가게를 지켰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부모들은 기꺼이 나섰고, 되레 여행기간이 너무 짧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부모들이 발달장애 자녀를 온전히 남의 손에 맡긴 채 마음 편히 지내는 기간이 1년 중 이때뿐이었다고 했습니다.

주간경향 1572호 표지 이야기에 나오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강화도 우리마을’을 보고 굿윌스토어가 떠올랐습니다. 2000년 대한성공회가 설립한 강화도 우리마을의 콩나물공장에서도 굿윌스토어처럼 발달장애인 50명이 일합니다. 콩나물을 팔아 번 돈으로 장애인 노동자들은 모두 최저시급 이상의 급여를 받습니다.

집 안에 격리되지 않고 밖으로 나와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이나 그 가족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복지제도입니다. 그런데 제가 7년 전 취재를 할 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들의 은퇴입니다.

강화도 우리마을이 개원한 지 24년이 되면서 은퇴자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만 60세를 넘어 은퇴한 장애인이 3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는 한국사회 전체의 숙제인데 장애인의 고령화 속도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빠릅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몸이 아파도 표현을 제대로 못 하니 건강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노동력을 잃는 시기도 더 이르게 다가옵니다. 많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정년을 40~45세로 잡는 이유입니다.

고령화 속도가 다른데도 고령 장애인에 특화된 법률과 제도가 없습니다. 노인과 장애 복지 영역에서 모두 소외되는 복지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단적인 예로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등 주요 고령 장애인 사회서비스 대상자 선정 기준은 모두 비장애인과 같은 만 65세 이상입니다.

장애인은 사회보험서비스를 나이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게 하거나 장애 노인의 기준 나이를 낮추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일례로 일본은 발달장애인이 40~45세만 돼도 노년기 복지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강화도 우리마을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한 장애인 당사자부터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들었습니다. 장애인의 삶과 건강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회역학자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인터뷰했습니다.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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