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1526억? 무언의 오만에 도전"…美 언론의 태세전환, 천재의 통쾌한 반란

김민경 기자 2024. 4. 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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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중견수 이정후가 오직 실력으로 자기를 향한 편견을 부셔 나가고 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향한 그들의 평가에 얼마나 자신이 있었는지, 또 이정후가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믿었는지 몰라도 이정후는 (이곳은 메이저리그라는) 무언의 오만에 도전해야 했다. 만약 이정후가 시즌 초반 고전했다면, 그 오만은 더 과장되고 확고해진 편견을 동반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는 개막하고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OPS 0.849를 기록하면서 또 한번 조명을 받았다. 안타를 때리지 못한 경기는 지난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이 유일했는데, 그날은 볼넷만 3개를 얻어 부지런히 출루했다. ⓒ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무언의 오만에 도전해야 했다."

미국 언론은 이정후가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26억원) 대형 계약을 했을 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정후가 과연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물음을 던졌다.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 중심적인 사고로 보면 그럴 만했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한 역대 1위 타자지만, 메이저리그 경험은 전무한 새내기였다.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를 향한 이런 시선을 '무언의 오만(unspoken arrogance)'이라고 표현했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는 한국 최고 선수 가운데 하나로 널리 알려진 이정후에게 올겨울 1억1300만 달러를 걸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중견수로 뛸 수 있으면서 공 치는 기술이 타고난 선수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스트라이크존 인지 능력을 지녔기에 리그에 구애받지 않는 특별한 선수로 평가했다. 하지만 여기는 메이저리그다. 챔피언십 이벤트를 월드시리즈라고 부르는 곳'이라고 짚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향한 그들의 평가에 얼마나 자신이 있었는지, 또 이정후가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믿었는지 몰라도 이정후는 (이곳은 메이저리그라는) 무언의 오만에 도전해야 했다. 만약 이정후가 시즌 초반 고전했다면, 그 오만은 더 과장되고 확고해진 편견을 동반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정후는 오직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국 언론의 자기반성이 시작된 시점은 시범경기부터였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에서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OPS 0.911을 기록하면서 천재는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시속 150㎞를 넘어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정후가 가장 잘하는 '공 보고 공 치기'를 하면서 빠르게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 나갔다.

정규시즌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정후는 개막하고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OPS 0.849를 기록하면서 또 한번 조명을 받았다. 안타를 때리지 못한 경기는 지난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이 유일했는데, 그날은 볼넷만 3개를 얻어 부지런히 출루했다. 볼넷을 얻든 안타를 치든 어떻게든 매일 꼬박꼬박 출루에 성공하면서 샌프란시스코가 1번타자로 낙점한 이유를 증명해 나가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는 데뷔전을 마친 뒤 긴장이 되는지, 부담이 되는지 질문을 받았다. 이정후는 머리를 흔들면서 통역이 필요하지 않은 답변을 남겼다. 아마 (이정후를 상대하는) 상대 투수가 더 긴장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가 무서운 건 좀처럼 헛스윙을 하지 않아서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게임노트는 2일 LA 다저스전에 앞서 '이정후는 샌디에이고와 개막 시리즈에서 14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3볼넷, 2삼진을 기록했다. 이정후의 14개 타구 평균 속도는 95.8마일(약 154㎞)이었고, 최고 타구 속도는 108.9마일(약 175㎞)에 이르렀다. 이정후는 개막시리즈에서 모두 공 80개를 봤는데, 헛스윙은 단 2번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치겠다고 마음먹은 공은 어떻게든 치는 콘택트 능력을 지녔고, 또 하드히트를 만드는 능력이 빼어나다는 것을 시즌 초반 충분히 증명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들이었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종전 0.286에서 0.316로 올랐다. ⓒ 연합뉴스/AP통신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시즌 초반 활약상이 심상치 않다. 개막 5경기 연속 출루에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중견수 이정후는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도 호평을 들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 연합뉴스/AP통신

이정후를 시범경기부터 지켜본 메이저리그 베테랑 스카우트들은 그의 성공을 점쳤다. 한 스카우트는 2일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샌프란시스코클로니클'과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해낼 수 있다. 나는 그를 정말 좋아한다. 그는 직구를 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호평했다. 미국 언론은 이정후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이 스카우트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라고 본 것이다.

내셔널리그 경쟁팀의 또 다른 스카우트는 "이정후는 이미 편안해 보인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며칠 있었던 선수가 아닌, 메이저리그에 온 지 몇 년은 된 선수처럼 보인다"며 엄청난 적응 속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를 향한 감탄 행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KBO리그 대선배들은 이정후의 활약을 뿌듯하게 지켜봤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큰돈을 주는데 선수 체크를 안 하고 그 큰돈을 주는 게 말이 안 된다. 충분히 (타율) 3할 이상 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제(지난달 30일) 안타 칠 때 김하성(샌디에이고) 옆으로 빠지는 안타를 칠 때 그 높이에 오는 공을 그렇게 늦은 타이밍에 배트를 빼내기가 어렵다. 그 공을 라인드라이브로 친다는 게. 그정도 높이에 그 정도 궤적에서 맞으면 뜬공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을 몸을 딱 빼면서 누르는데, 그건 미국에서 어느 정도 톱클래스 투수들 공도 충분히 칠 수 있다는 방증이 되는 모습이라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홈런을 안 쳐도 아마 편했을 것이다. 본인은 홈런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타율만 머릿속에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스즈키 이치로도 홈런을 치려고 마음먹은 것은 친다고 하지 않나. 그만큼 본인이 어떤 야구를 해야 할지 알고 야구를 하니까. 그 타이밍만 잘 맞으면 홈런이 나오니까. 홈런도 한 10개 이상은 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정도면 충분히 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힘을 실어줬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를 먼저 경험한 내야수 황재균(kt 위즈)은 "(이)정후는 워낙 잘하는 선수고, 한국에서도 진짜 잘했다. 정후 같은 스타일이 빠른 공을 못 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나는 정후가 미국에 가기 전부터 '너는 진짜 잘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범경기부터 첫 경기에 안타를 치더라. 정후는 진짜 잘할 것 같다. 성격도 진짜 좋고 그러니까. (안 풀려도) 깊게 빠지는 스타일도 아니라 엄청 잘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정후가 좌완과 우완, 직구와 변화구를 가리지 않고 연일 맹타를 휘두르면서 '무언의 오만'에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2일 다저스전을 중계한 'NBC스포츠 베이 에어리어'의 해설진은 이정후가 이날 2안타를 치자 "샌프란시스코는 한국에서 온 선수(이정후)를 위해 몇 년 만에 기록적인 계약을 했는데, 이 안타는 이정후가 고타율을 자랑하는 특급 타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력서"라고 이야기했다. 이정후가 한국에만 국한된 천재 타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한마디였다.

▲ 이정후를 응원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들 ⓒ 연합뉴스/AP통신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LA 다저스를 만나 멀티히트를 생산했다. 안타 2개 모두 좌완에게 뺏었다. ⓒ 연합뉴스/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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