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행진에 '보릿고개' 무료배식소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주보배 수습기자 2024. 4. 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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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김밥 줄 서려 새벽 5시부터 나와…김포·포천에서도 온다
무료배식단체 "어렵지만 밥 안줄 수 없는 일" 사비로 버티기도
소비자물가동향, 전달 이어 3% 기록…농산물 가격이 견인
"한 번 장보는데 7만 원…생활비 부담 많이 느껴" 소비자 부담
황진환 기자


"물가가 너무 비싸서 장을 보러 오면 힘만 들지"

2일 서대문구 신촌의 한 마트에서 만난 70대 A씨는 치솟은 물가에 살 것이 없다며 혀를 찼다. A씨는 "사과도 이렇게 1만 5천 원까지 가도록 비싼 건 처음"이라며 "혼자 사니까 많이 사지는 못하고 조금씩 산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문한 마트 곳곳에는 '물가안정 긴급대책'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가격이 크게 오른 과일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 아래 가격 할인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장을 보러 온 70대 B씨는 "혼자 사는데 보통 한 번 장을 보러 오면 7만 원 나오고 이걸로 3박 4일 동안 먹는다"며 "채소는 매일 먹는데 제일 비싸다. 생활비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마트. 주보배 수습기자


소비자 뿐 아니라 먹거리를 파는 점원들도 고물가를 체감하고 다. 마트에서 과일을 정리하던 점원 40대 조모씨는 "작년에 7~8천 원이던 사과가 지금은 1.5배 정도씩은 올랐다"며 "가격이 올라가다 보니까 그만큼 덜 팔린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달에 이어 3%대를 기록했다.

사과(88.2%)·배(87.8%)는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했고, 파도 20.0% 이상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에 따라 전달(2월) 20.9%에 이어 지난달에도 20.5% 치솟아 두 달 연속 20%대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고물가의 영향은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했다.

"아침에는 김밥 받으러 80명이 줄을 선다. 새벽 5시가 넘으면 경기 김포에서도 오고 양주, 포천에서도 온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만난 김모(76)씨는 점심 무료배식을 기다리며 말했다. 노인들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무료배식을 받으려 탑골공원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미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던 노인들은 오래 서있기 힘들어 가방이나 모자 등 개인 물품으로 자리를 맡아두고 있었다. 자리를 맡아둘 개인 용품조차 없는 이들은 이름을 적은 폐지로 대신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배식을 기다리는 어르신. 김정록 기자


김씨는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은 다른 배식소를 간다"며 "여기 오는 사람들도 서울역이나 영등포(무료배식소)를 한 바퀴 돌고 온다"고 했다.

이어 "원래는 여기서 도시락도 나눠줬다"며 "200~300명이 도시락을 받아 갔는데, 단체가 망한 건지 도시락은 안 오더라"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이 되자 무료배식 자원봉사자가 길게 늘어선 줄 맨앞에 서서 숫자를 외쳤다. 어르신들은 일찍이 받은 번호표를 보여주며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 자원봉사자는 "오늘 메뉴는 카레덮밥"이라며 "매일 어르신 약 230명이 식당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무료배식을 이용하는 노인들도 계속되는 고물가를 걱정했다. 무료 배식 뿐 아니라 다른 동네보다 비교적 물가가 낮은 인근 음식점 등을 찾는 이들도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80대 이모씨는 "지금 어디 가서 점심을 먹어도 1만 2천 원은 든다"며 "경기도에서 칼국수를 먹어도 1만 5천 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서울에서 모든 것이 여기가 가장 싸다. 뷔페를 가도 1만 원 안쪽이고, 칼국수나 자장면도 4500원이면 된다"며 "그런데 이곳도 오를 판이다. 정부에서 물가를 조정해 주고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료배식 운영단체도 고물가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탑골공원 인근 무료배식 단체 사회복지원각 관계자는 "(물가 인상으로) 소고기 메뉴가 돼지고기로 바뀌는 정도"라며 "어렵지만 밥을 안 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무료배식 운영단체들은 특히 과일 가격 상승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무료배식 단체 관계자는 "평소에도 과일을 많이 드리지는 못하지만 요즘은 너무 비싸서 시장도 제대로 볼 수가 없다"며 "그래도 귤이라도 드렸는데 올해는 귤값도 너무 올랐다. 정말 '보릿고개'다"고 말했다.

고물가는 계속되는데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들자 운영단체들은 사비를 들여 무료배식을 이어가기도 했다.

서울역 등에서 이동 무료배식 봉사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살맛나는공동체 관계자는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식사 양을 줄일 수는 없으니 50% 정도는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시민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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