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삶, 익는 삶] 각양각색 우리술…그 가치와 매력에 빠지다

김보경 기자 2024. 4.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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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취하려고 마시는 거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어쩌면 우리술을 취재해가는 과정도 전통주를 다룬다기보다는, 그 속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한사람 한사람의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의무감에 쓰는 기계적인 글이 아니라 10년 뒤 누군가가 내 글을 찾아보고 그 술과 사람을 그리워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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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삶, 익는 삶] 취할준비
유행·소비심리 변화 등 소개
주류 시장에 ‘전통주 붐’ 기대

지금처럼 우리술에 진심인 시대가 있었던가!

“술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취하려고 마시는 거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입소문 난 술이 출시되는 날이면 오픈런이 벌어지고, 주류업계는 너도나도 앞다퉈 신상 주류를 출시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익숙한 듯 새로운 ‘우리술’이다. 소주나 기껏해야 맥주와 섞어 먹는 ‘소맥’만 떠올렸던 주류문화는 전보다 훨씬 다채롭고 수준 높게 소비되고 있다.

책 ‘취할준비’는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술의 가치와 매력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 박준하는 본지에서 ‘우리술 답사기’를 연재 중인 문화부 기자이자 전통주 소믈리에다. 그는 지난해 한국기자협회에서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는 기획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술 전문 기자이니 ‘술고래’라는 별명을 가졌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그의 주량은 고작 소주 석잔이다. “회사에서 술을 제일 못 마시니 일만 하고 올 것 같다”는 데스크의 말에 시작된 취재지만, 엉겁결에 떠맡은 기획치곤 꽤 본격적이다.

책은 저자가 우리술을 취재하고 즐기며 얻은 최신 정보와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었다.

첫번째 주제 ‘전통주? 우리술? 아무튼 처음 뵙겠습니다!’에선 주량이 약한 저자가 술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겪은 고군분투기와 전통주 소믈리에가 되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또한 외국인도 찾아다니는 ‘진도홍주’부터 순해지는 소주와 독해지는 막걸리까지 변화하는 술의 유행과 소비심리를 알려준다. 두번째 주제 ‘옛날 술을 마시는 요즘 사람들’에선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사랑하는 술의 성지 ‘성수동’, 분리수거함에서 찾아낸 ‘우리술 트렌드’ 등 요즘 사람들이 우리술을 즐기는 방법을 묘사한다. 마지막 주제 ‘나와 세상 사이에 놓인 이 한잔의 술’에선 외국 양조장을 찾아다닌 취재 과정과 그 안에서 발견한 핫한 우리술을 소개한다. 본문 중간마다 등장하는 ‘취하기 전에 알아야 할 15가지 우리술 기본 상식’에선 누구나 궁금했을 우리술의 기초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우리술은 지켜야 할 재산이자 보존할 문화지만, 술 빚는 일은 매우 고돼 그 명맥을 잇기 어렵다. 그 탓에 주인 없이 덩그러니 빈 양조장만 남은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저자가 취재하며 오래된 양조장을 만났을 때, 술빚는 주인이 건강 악화로 더이상 술을 만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낀 초조함과 아쉬운 마음이 우리술에 대한 애정과 함께 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쩌면 우리술을 취재해가는 과정도 전통주를 다룬다기보다는, 그 속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한사람 한사람의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의무감에 쓰는 기계적인 글이 아니라 10년 뒤 누군가가 내 글을 찾아보고 그 술과 사람을 그리워했으면 한다.”

각양각색의 우리술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 마시는 것 아닐까. 전통주 시장은 전체 주류 시장의 1%밖에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책 끝장을 넘길 때쯤 확신이 든다. 전통주 붐은 온다고, 지금 이 순간 우리술에 취할 준비가 됐다고.

박준하/ 위즈덤하우스/ 303쪽/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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