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주 조그만 틈이라도

조영창 기자 2024. 4.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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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흐렸다.

한국 농기자재 수출 가능성을 취재하기 위해 3월4∼8일 찾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첫인상이었다.

특히 미얀마·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브라질 같은 중남미 국가를 상대로 국산 농기자재를 내세워 공략 중이다.

이처럼 농기자재 수출에 대한 전망은 좋지만 업계가 직면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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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흐렸다. 한국 농기자재 수출 가능성을 취재하기 위해 3월4∼8일 찾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첫인상이었다. 희뿌연 스모그가 갑갑하게만 느껴졌다.

하노이 대기만큼 국내 농기자재시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농가인구와 경지면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가격은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진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다 저가형 중국산 제품의 농촌 침투까지 악화일로다.

이런 탓에 농기자재업체와 관련 기관이 해외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아나서고 있다. 특히 미얀마·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브라질 같은 중남미 국가를 상대로 국산 농기자재를 내세워 공략 중이다.

실제로 현지서 인터뷰한 베트남 국립비료검증원 관계자는 “한국의 친환경비료와 미생물 제제는 우수한 품질로 자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농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얀마 농가들 사이에서 일본산보다 한국산 비닐하우스 필름이 저렴하고 최장 5년까지 쓸 수 있어 인기가 좋다”고 했다.

이처럼 농기자재 수출에 대한 전망은 좋지만 업계가 직면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제품의 현지화다. 농기자재는 제품 특성상 현지 토양·기후 등 환경에 예민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그대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맞게 개발해야 해 반드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대다수 업체는 연매출액이 100억원 미만인 중소업체다.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농산업계에서 해외 시장을 목표로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제품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해당 국가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그간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

베트남 스마트팜사업이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스마트팜은 한국처럼 인건비가 높고, 전기 수급이 원활한 국가에 적합하다. 베트남에서 농작업 인부를 하루 7시간 동안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고작 15만동(8160원)에 불과하다. 또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정전이 흔하게 발생한다. 더욱이 고가의 초기 설치 비용은 베트남 농가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다. 투자 예산이 한정적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물론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베트남 스마트팜시장은 절호의 기회다. 한국형 스마트팜기술을 일찍부터 뿌리내려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서다. 해외 시장 공략이 바늘구멍 통과만큼 험난하게 느껴지지만 국내 농기자재업체가 개척해 나가야 할 방향인 것은 자명하다. 아주 조그만 틈이라도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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