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고수하다 IT 뒤처진 日... 90조 쏟아부어 디지털 스타트업 빨아들인다

변희원 기자 2024. 4. 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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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서 ‘디지털 전환’ 총력전
/백형선·Midjourney

2000개가 넘는 스타트업과 60여 개의 벤처 캐피털이 몰려 있는 일본 도쿄 시부야는 ‘일본 스타트업 성지’로 불린다. 구글의 일본 법인 구글재팬이 있는 시부야의 구청은 지난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주식회사를 세웠다. ‘시부야 스타트업 주식회사’는 일본에서 창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비자 취득을 지원하고, 사무 공간도 제공한다.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도 지원 대상이다.

오픈AI가 아시아 거점으로 일본을 선택한 배경에는 최근 일본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내놓은 정보통신 백서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진행도는 48.4%에 머물렀다. 미국(78.6%)이나 독일(80.6%), 중국(88.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다른 선진국보다 뒤처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일본 정부가 정책적 지원과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해외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지자체까지 유치 나서

일본 정부는 해외 기술 기업 중에서도 스타트업 유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스타트업 시장에 10조엔(약 9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외국인 창업 규제도 완화했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선 통상 사무실과 2명 이상의 상근 직원, 500만엔(약 4500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기본 조건으로 갖춰야 했다. 매출액이 적은 스타트업엔 어려운 조건이란 불만이 나오자 이 제도도 바꿨다. 사무실이나 출자금 등의 조건이 없이도 사업 계획이 인정되면 어디서나 2년간 체류할 수 있도록 요건을 낮췄다. 지난해 4월 신설된 특별고도인재 비자는 전문 해외 인재에게 곧바로 5년짜리 비자를 내준다.

일본의 대대적인 정책 변화는 글로벌 IT 산업의 거대한 흐름에 더 이상 뒤처지면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과거 일본의 저조한 IT 투자는 세계적 추세였던 디지털 전환의 시기를 놓치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OECD 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998억달러(약 270조원)였던 일본의 IT 투자액은 20년 후, 오히려 1757억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은 4195억달러에서 7834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과 일본 간 격차는 2000년 약 2.1배에서 2020년에는 약 4.5배까지 확대됐다.

◇일본에 투자하는 빅테크

일본이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 빅테크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IT 인프라 수요를 노리고 최근 일본 투자를 늘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일본 내 데이터센터를 확충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을 밝혔다. MS는 ‘챗GPT’의 정보 처리를 일본 안에서 완결하는 방식의 정부 및 기업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런 서비스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이 세 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지난달 2027년까지 일본에 약 2조3000억엔(약 2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증설과 운영체제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급증하는 일본의 클라우드 수요를 잡고, 생성형 AI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사이버 방어 거점을 개설했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높은 데다가 정부 지원까지 늘어나자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AI 개발의 기반이 되는 기업용 거대언어모델(LLM)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거나이즈는 일본에서 LLM 앱 개발 도구와 LLM 앱들을 판매 중이다. 최근 일본 도쿄도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해외 기업 유치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한국 스타트업 7곳이 뽑혔다. 선발된 18개 기업에는 도쿄도 법인 설립을 위한 제반 비용 등 최대 1억엔(약 9억원)을 지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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