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술로 만든 빵, 빵으로 만든 술
빵과 술은 서로 돌고 돈다. 제빵계의 권위자 피터 라인하트는 TED 강연에서 빵은 고체로 된 맥주이고, 맥주는 액체로 된 빵이라고 말했다. 오랜 농담이지만 기본적으로 곡물과 물, 효모라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발효를 거쳐 만든다는 점에서는 그 형태를 달리할 뿐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기원전 약 4000년의 기록을 보면 보리로 빚은 빵을 이용해 맥주를 양조하는 법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도 처음부터 맥주의 효모를 이용하여 천연 발효빵의 발효종을 만들고 빵을 부풀리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곡물의 당분으로 자연 발생하는 효모 하나로 서로 돌고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넘어오면 곡물로 떡을 빚어 막걸리를 빚고, 그 막걸리로 다시 떡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지떡, 증편이라고도 불리는 술떡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술빵이 그것이다. 찧고 쪄서 만드는 밀도 높은 기본적인 떡과 달리 발효를 거쳐서 빵처럼 보송보송하고 가벼운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근원이 된 은은한 막걸리의 향이 감돈다. 일본에서는 술지게미를 넣어서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만주를 만들고, 그 효모를 이용해서 반죽을 발효시켜 바게트를 굽기도 한다.
이처럼 돌고 도는 모습을 보면 무엇으로든 술을 빚는 역사도 어지간하지만, 빵을 굽는 인류의 역사도 어지간하다. 효모가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빵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어서 빵을 만들어보는 것은 당연하다. 쇼츠 콘텐츠에서 상상 가능한 온갖 재료를 반죽보다 많이 넣어서 빵을 굽는 모습을 보면 삼계탕집이나 시골 백숙집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료로 담근 술병이 늘어선 광경이 떠오른다. 빵과 술,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광적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는 존재다.
빵과 술의 공통점은 또 한 가지가 있다. 사람의 마음을 달랜다. 전 세계가 고립됐던 팬데믹 시기, 천연 발효종인 사워도우 빵 만드는 법의 인기가 다시 부활했다. 천연 발효종은 매일 밀가루와 물을 줘서 키우는 살아 있는 효모로, 역사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부풀린 빵’을 만드는 방법이다. 모두가 발효종이 잘 크는지 강박적으로 확인하고, 오븐에서 나온 빵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반복 작업과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오랜 역사에 걸쳐 인류를 먹여 살린 빵을 굽는 행위가 갑자기 집 안에 갇히게 된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선사하며 위로가 되어준 것이다. 술은 마시지 않지만 빵은 매일 먹고 싶은 사람으로서 생각한다. 이 ‘빵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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