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뒷산 하얀 나목… 벌거벗긴 ‘산불의 아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4월 11일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강원 강릉시 경포대 뒷산.
인근 주민은 "멀리서 보면 조형물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지난해 산불이 떠올라 경각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해당 나무 주인이) 마을에 작은 집을 짓고 가끔 찾아왔는데, 산불 이후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산불 56%, 3∼5월 발생
68%가 인재… “쓰레기 소각 말아야”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소나무의 주인은 평소 자신이 아끼던 나무가 화재로 고사하자 이를 안타까워하며 썩지 않도록 껍질을 모두 벗기고 화학약품으로 보존 처리했다. 가지가 꺾이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도 설치했다. 한 주민은 “(해당 나무 주인이) 마을에 작은 집을 짓고 가끔 찾아왔는데, 산불 이후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뿌리를 내린 나무의 형태 그대로 보존 처리한 드문 사례”라고 했다. 황원중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벤 나무는 방부 처리를 하면 야외에서도 최소 10년 이상은 보존된다. 다만 (경포대 뒷산) 소나무는 보존 기간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19명의 사상자를 내고 인근 건물 260여 채와 379ha(산림 179ha)를 잿더미로 만든 강릉시 화재가 발생한 지 곧 1년이 된다. 봄은 숲엔 ‘잔인한 계절’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 산불 5668건 중 3192건(56.3%)이 3∼5월 봄철에 일어났다. 건조한 날씨 탓도 있지만, 대다수는 인재(人災)였다. 입산자·담뱃불·성묘객 등 실화가 43%로 가장 많았고, 농산부산물·쓰레기 소각 등이 25%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도 전국에서 73건의 산불이 났다. 지난달 31일 강원 평창군에서 생활 쓰레기를 태우다 번진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고, 같은 달 22일 충남 보령시에서도 축사 쓰레기 소각에서 비롯된 산불을 끄느라 진화 헬기 4대를 투입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매년 4월은 양간지풍 등 국지성 강풍으로 산불이 대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산불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 광진구는 지난달부터 아차산에 드론을 띄워 제트엔진 소음과 맞먹는 최고 130dB(데시벨)의 안내음으로 등산객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경북도는 안동시 맑은누리파크타워에서 산불 모습을 담은 사진 50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절차를 지키지 않고 논·밭이나 쓰레기 등을 태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 “의대 교수도 집단 사직땐 진료유지명령 검토”
- 與 하남갑 ‘尹호위무사’ 이용 승리, 추미애와 대결…이혜훈, 하태경 꺾어
- 민주당 선대위 출범,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톱’ 체제
- 與선대위, 한동훈 ‘원톱’에 윤재옥·나경원·원희룡·안철수 공동위원장 체제
- 반미 단체 출신 전지예, 野 비례 후보 자진 사퇴
- 전세사기 피해 1년, 끝나지 않는 고통
-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빙빙~ 도는 것 같아
- 尹, 종교지도자들 만나 “민생-의료개혁에 힘 모아달라”
- MB “광우병은 날 흔들려던 것…못하니 다음 대통령 끌어내려”
- 조국 “22대 국회서 ‘한동훈 특검법’ 발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