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역설… 暖冬에도 늦게 핀 도쿄, 왜? [방구석 도쿄통신]

김동현 기자 2024. 4.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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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기온 28도, 한여름 날씨… 도쿄의 이상기후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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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4일 일본 후쿠오카 규슈대 학생들이 벚꽃이 핀 거리에서 졸업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마이니치신문

일본인들의 ‘벚꽃(桜·사쿠라)’ 사랑은 한국인 못지않게 유별납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매해 3월 벚꽃 시즌이 오면 도쿄 우에노공원과 오사카 오사카성공원, 시가 히코네성과 홋카이도 아사히가오카공원 등 명소에 행락객 발길이 끊이지 않죠. 일본인뿐 아닌 이 무렵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코스로 꼽힙니다. 일본은 3월이 졸업 시즌이어서 흩날리는 벚꽃 가운데 학사모를 던지는 것이 졸업생들에겐 일종의 의식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일본인들은 벚꽃에 ‘진심’이고, 그만큼 풍경도 유별나게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수도 도쿄에 올해 벚꽃이 대형 지각(遲刻)을 했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 있는 왕벚나무를 표본목(標本木)으로 삼고 이곳에 벚꽃이 5~6송이 이상 피어나면 공식 개화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오후까지도 네 송이만 피어났을 뿐 꽃봉오리의 성장이 눈에 띄게 더디더니, 하루 지난 29일에야 11송이가 확인돼 개화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평년(1991~2020년 평균치·3월 24일)보다 5일, 작년 개화일(3월 14일)보다 15일 늦었습니다. 2012년(3월 31일) 이후 12년 만의 ‘늦은 개화’였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찾은 관광객들이 왕벚나무를 구경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야스쿠니신사에 있는 이 왕벚나무를 표본목(標本木)으로 삼아 벚꽃이 5~6송이 이상 피어나면 도쿄의 벚꽃 개화를 공식적으로 알린다./FNN(후지뉴스네트워크)

앞서 일본기상협회 등 현지 기상 예보 기관들은 연초까지 “올해 벚꽃 개화일은 3월 20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9일이나 벗어났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지난 겨우내 따뜻한 기후가 지속돼 작년 휴면(休眠)에 들어간 벚꽃들이 예년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 꽃을 피울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통상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 이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예년보다 당겨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 도쿄의 지난해 12월 평균 기온은 9.4도로 전년 동기보다 1.9도 높았고, 지난 1월 도쿄 일별 평균 최고기온은 11.7도로 1872년 관측 이래 최고였습니다. 벚꽃 개화 시기는 다양한 기온 데이터와 강수량, 일조량 등을 종합해 가늠하기에 정확한 예측이 쉽지는 않지만, 이처럼 확연한 난동(暖冬)에도 벚꽃이 늦게 피어난 이유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 내 왕벚나무에 벚꽃들이 피어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TV아사히

‘벚꽃의 역설’은 어쩌다 발생했을까요. 전문가들은 “겨울이 따뜻해도 너무 따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나친 이상고온 현상이 오히려 개화에 악영향을 줬다는 거죠. NHK 등은 기상 전문가를 인용해 “벚꽃은 원래 여름이 지나고 휴면에 돌입, 이듬해 1~2월쯤 강추위로 깨어나 3월쯤 따뜻해지면 꽃을 피운다”며 “그런데 이번 시즌은 난동의 영향으로 이 ‘휴면을 깨우는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야 하는데, 음량이 너무 작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사실상 시간이 한참 지나 자연스럽게 깨게 된 꼴입니다.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주오구 하마초 공원에서 현지인들이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해보다 15일가량 늦게 벚꽃이 개화했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일본에서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데 쓰이는 ‘600도의 법칙’도 깨졌습니다. ‘600도의 법칙’이란 매해 2월 1일부터 일별 최고 기온을 더해 그 합계가 600도에 가까워지면 벚꽃이 핀다는 법칙을 말합니다. 지난해 개화일엔 이 합산이 593도였고 재작년엔 627도였죠. 그런데 올해는 지난달 27일까지의 합산만 732도였습니다. 일본 기상 예보 업체 ‘웨더맵’의 모리타 마사미츠 회장은 “1962년(768도) 이후 62년 만의 최고치”라고 했습니다.

벚꽃이 늦잠을 잔 지역은 도쿄뿐만이 아닙니다. 온천으로 유명한 도쿄보다 남부인 규슈(九州) 지방 오이타현에선 지난달 30일 벚꽃 개화가 발표됐는데 이는 평년보다 6일 늦은 것이었습니다.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일본기상협회가 독자적으로 벚꽃 개화를 집계하는 83개 지역 중 38곳에서 개화가 발표됐습니다. 이중 31곳의 개화일이 평년보다 늦었습니다. TV아사히 등 현지 매체들은 “최근 일본 각지의 벚꽃 명소를 찾은 행락객들이 벚꽃이 피어나지 않은 풍경을 보고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고 전했죠.

한편 도쿄에선 31일 기온이 28.1도로까지 치솟아 기상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여름으로 7월 초와 비슷한 날씨였다고 합니다. 같은 날 군마현 다카사키시에선 28도, 지바현 요코시바히카리마치에선 27.7도가 관측되는 등 각지에서 3월 사상 최고 더위라는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4월 3일 서른두 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난동에도 지각한 올 도쿄 ‘벚꽃의 역설’ 현상에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다음 주에도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30~31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일본 졸속黨의 최후… 창당 5년 만에 파산했다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3/20/HQAB5ETDANA5NDBHCW5LNHR4IA/

日 지폐 신권 발행 넉달앞… 새로 실릴 인물들 누구?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3/27/JQMNTL5IVZBU7PURLKQ3JARH6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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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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