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원 들여 지은 콜로세움, 현 자산가치는 110조[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그는 오늘날 콜로세움을 똑같이 건립한다면 이보다 절반 정도, 10억 달러면 가능할 것으로 계산한다. 현대의 건설 장비를 쓰되 동일한 재료로 콜로세움을 미국 땅에 건설하는 조건으로 건설업 관계자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본 결과다.
추정 건축비가 얼마이든 거의 2000년 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콜로세움을 지은 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110조 원 이상의 자산 가치를 가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역사적으로 로마제국 당시 콜로세움에 들어간 건축비에 대한 기록은 전해 오지 않지만 다행히 콜로세움에 투여된 건축비의 조달 방식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건립한 것이라는 비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네로가 자살한 후 혼란기를 수습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베스파시아누스는 콜로세움을 건설하기 직전인 서기 70년 두 아들 티투스와 도미티아누스와 함께 유대인의 반란을 진압한다. 이때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노예로 쓰일 전쟁포로만 10만 명 정도를 유대에서 로마로 데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예 한 명의 거래가를 1억 원으로 잡으면 1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을 황제에게 가져다줬다고 볼 수 있다.
로마는 전리품과 노예들이 끊임없이 공급돼야 사회가 작동하는 경제구조였다. 결국 정복 전쟁을 계속 벌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결국 한계점에 다다른다. 정복지가 넓어지는 만큼 지켜야 할 국경선이 넓어지면서 제국을 유지하는 비용이 전쟁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은 콜로세움이 세워진 후 거의 400년 가까이 더 유지된다. 이 때문에 콜로세움을 보면서 로마제국의 몰락보다는 당시 경제체제가 전쟁과 노예제를 기반으로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었는지 상상하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콜로세움의 건설비가 어떻게 조달되었는지 살펴보니 콜로세움을 향한 시선이 점점 불편해진다. 그 거대함 속에 자리한 참혹한 정복 전쟁과 약탈의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 섬뜩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비판적으로 보진 말자. 왜냐하면 역사적 유산 중에서 이 같은 비판적 시선에서 자유로운 예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의 문화유산은 각기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경영하여 이뤄낸 최대치로 봐야 한다.
여기서 현대의 건축물 중 2000년 후에도 콜로세움만큼 건재하게 살아남아 감동을 줄 건축물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한 번 던져 보고 싶다. 아쉽게도 현대 건축물 중 이 정도의 시간을 이겨낼 만한 예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콜로세움은 지난 2000년간 버텨 온 것처럼, 앞으로의 2000년도 잘 버틸 것 같다.
끝으로 중세 영국의 수도사가 쓴 시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한다. ‘콜로세움이 서 있는 한, 로마도 서 있을 것이다. 콜로세움이 무너질 때 로마도 무너질 것이다. 로마가 무너질 때 세계도 무너진다.’ 시인의 예견과 달리 로마제국이 무너진 후에도 콜로세움은 건재했고, 이 때문인지 세계가 무너져도 콜로세움은 계속 서 있을 것 같다. 총성만 없을 뿐이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자본주의 경제체계는 앞으로 어떤 문화유산을 남길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콜로세움을 다시 바라본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 “의대 교수도 집단 사직땐 진료유지명령 검토”
- 與 하남갑 ‘尹호위무사’ 이용 승리, 추미애와 대결…이혜훈, 하태경 꺾어
- 민주당 선대위 출범…이재명-이해찬-김부겸 ‘3톱’ 체제
- 與선대위, 한동훈 ‘원톱’에 윤재옥·나경원·원희룡·안철수 공동위원장 체제
- 반미 단체 출신 전지예, 野 비례 후보 자진 사퇴
- 전세사기 피해 1년, 끝나지 않는 고통
-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빙빙~ 도는 것 같아
- 尹, 종교지도자들 만나 “민생-의료개혁에 힘 모아달라”
- MB “광우병은 날 흔들려던 것…못하니 다음 대통령 끌어내려”
- 조국 “22대 국회서 ‘한동훈 특검법’ 발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