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도 법원도 단체협약 아니라는데…“노동부 과잉개입” 비판

김해정 기자 2024. 4. 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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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와 노동조합이 맺은 '정책추진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고용노동부)이 '단체협약'이라 보고 시정명령한 것을 두고, 노사 간의 '자율적 협정'에 행정당국이 과잉 개입했다는 비판이 인다.

법원행정처 및 각급 지방법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지난해 7월 맺은 정책추진서가 노사 간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와 그 내용이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서 노사가 교섭할 수 없도록 정한 '비교섭 대상'에 해당하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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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법원행정처와 노동조합이 맺은 ‘정책추진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고용노동부)이 ‘단체협약’이라 보고 시정명령한 것을 두고, 노사 간의 ‘자율적 협정’에 행정당국이 과잉 개입했다는 비판이 인다.

2일 노동부가 내린 시정명령의 근거가 되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의결서를 보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법원행정처 및 각급 지방법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지난해 7월 맺은 정책추진서가 노사 간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와 그 내용이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서 노사가 교섭할 수 없도록 정한 ‘비교섭 대상’에 해당하는지다.

노동부와 지노위는 노사가 단체협약에 명시하지 못하는 내용을 따로 빼내어 ‘정책추진서’에 담았다는 것을 근거로 ‘이면 단체협약’이라고 판단했지만, 노사 모두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어 “단체협약으로 할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정책추진서의 형식으로 상호 신의로 향후 그 방향으로 추진하고 노력한다는 입장에서 서로 간에 작성한 것”이라며 “단체협약과 효력을 달리하는 문서로서, 단체협약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노동법)는 한겨레에 “단체협약은 법적 구속력을 전제로 하는데, 노사 모두 이 협약을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없고 구속력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 정부가 굳이 개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도 “노사가 ‘서로 잘해보자’고 일종의 협정을 맺은 건데 이조차 막는다는 것은 노조 입을 틀어막겠단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노동부와 지노위가 법원 공무원들의 노동조건과 밀접한 사항들도 ‘비교섭 사항’이라 판단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노조법 시행령은 기관의 정책 결정, 임용권 행사, 예산 편성 및 집행, 기관의 관리운영 등 광범위한 사항에 대해 노사 간 교섭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정하고 있다. 정책추진서 가운데 논란이 된 ‘오후 6시 이후 재판 자제’라는 내용도 노동부와 지노위는 ‘노동조건에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재판 시간’은 노동시간과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조항 문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후 6시 이후 재판이 진행되지 않도록 기일을 지정할 것을 재판장에게 메일링 등 적절한 방법으로 안내한다”는 표현으로 권유에 가깝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한겨레에 “야간 근무 등은 노동조건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므로 노사 논의 사항이라고 봐야 한다”며 “노사가 합의했고, 국민의 권익을 해치지 않는다면 합의를 수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정부가 굳이 시빗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했다.

법원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정부의 시정명령은 노사 간의 자율적 협상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이라며 “노사 관계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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