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슬럼프’ 오동민 “빌런 모델 지인 있었다. 덕분에 열심히 했다”[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4. 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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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닥터 슬럼프’ 출연 배우 오동민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배우 오동민이 JTBC 드라마 ‘닥터슬럼프’에서 연기한 민경민 역은 악행에 있어 그 강도는 여느 드라마에 덜할지 몰라도 그 실재감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드라마가 방송되면서 그의 모습을 보고는,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겪는 시청자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이유는 오동민의 연기가 너무나 실제와 닮았기 때문이다. 의사인 두 친구가 각각의 시련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닥터슬럼프’에서 오동민은 남하늘 역 박신혜와 여정우 역 박형식에게 시련을 주는 인물로 나온다. 남하늘에게는 ‘가스라이팅’과 ‘이간질’을, 여정우에게는 ‘배신’을 선사한다.

“포털사이트 드라마 실시간 채팅방을 보면 제가 등장할 때마다 욕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웃음) 욕이 있었지만, 마지막 회에 경민의 사연이 등장하면서 연민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어 욕이 좀 줄었죠. 핑계 없는 무덤은 없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시련이 있을 때 하늘과 정우는 이를 극복하는 선택을 했고, 경민은 남을 탓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거죠.”

JTBC 드라마 ‘닥터 슬럼프’ 출연 배우 오동민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극 중 경민은 하늘의 마취과 선배로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논문 저자 자리를 뺏고, 병원 안에서 하늘에 대한 험담을 일삼는다. 결국 이 과정에서 하늘은 ‘번아웃’ 증상을 겪는다. 과외교사와 학생으로 만난 정우에게는 정우의 어머니가 입주과외 도중 경민의 아픈 아버지에게 못 가게 해 임종을 못 봤다는 트라우마로 복수심을 품고 있다. 결국 정우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소송이 걸리는 의료사고를 전가한다. 하지만 마지막 회 결국 교통사고까지 내는 악행 끝에 숨을 거둔다.

“캐릭터로서 서사가 있다는 건 배우로서 매우 감사한 일이죠. 기능적으로 경민의 반전이 중요했어요. 처음에는 좋은 친구이자 형제 느낌이지만 정체가 드러나면 악행의 근원이죠. 악한 모습이 드러나기 전에 애매모호한 모습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고요. 경민의 잘못된 선택으로 하늘과 정우의 박애주의적인 면이 드러났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역시 사람이기에 악역을 배우라는 그릇에 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열등감, 시련을 받아들이는 극단적인 반응, 불안함 등을 주로 떠올렸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했다. 이 지점에서 오동민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JTBC 드라마 ‘닥터슬럼프’에서 민경민 역을 연기한 배우 오동민 출연장면. 사진 JTBC



“어릴 때 한 지인이 떠올랐어요. 사실 저하고는 악연일 수 있지만, 연기적으로는 도움을 줬죠. 어쨌든 실제로 했던 행동이 경민의 모습과 닮았거든요. 간혹 ‘실제 저런 사람이 어딨어’라는 질문을 하신다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스로 최면을 걸었죠. ‘모델이 돼 줘 감사하다. 열심히 더 제대로 표현해봐야겠다’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남 앞에 나서는 일을 좋아했던 오동민은 사춘기가 되면서 연기에 대한 막연한 꿈을 그저 마음에 묻고 살았다. 성균관대 행정학과에 들어갔던 이유도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떨치지 못했다. 연극동아리를 하며 다시 열정을 불살랐다. 다양한 단편, 독립영화에 출연했고 군 문제를 해결했다. 드라마 ‘나쁜 남자’에 출연한 이후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더욱 연기에 매달렸다.

JTBC 드라마 ‘닥터 슬럼프’ 출연 배우 오동민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매체(TV나 영화) 연기를 한다니까 기뻤지만, 연기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갔던 것 같아요. 다 안다고 착각하고, 오만했던 거죠. 독립영화를 100 작품 넘게 한 것 같아요. 최대한 많이 하면서 연기에 대해 배우려고 애쓰고 있어요.”

당연히 그에게도 극 중 인물들처럼 ‘슬럼프’가 있었다. 그에게는 욕심을 덜어내는 부분이 주된 방향이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과 실제 연기가 안 맞을 때 힘든 부분을 어떻게 잘 덜고 가느냐가 중요했다. 역할은 가리지 않는다. 계속 연기만 해나갈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열렬히 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결국에는 희망과 사랑을 작품에서 이야기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전달하기 위해 제가 욕을 먹었다고 생각하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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