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 가문’ 전의이씨 종중, 유물 30점 기증…“조선 사대부 연구에 큰 도움”

김보람 기자 2024. 4. 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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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손(李仁孫, 1477~1543) 출토복식. 실학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문무를 겸비한 실무 관료로 활동하며 청렴한 ‘청백리 집안’으로 알려진 ‘전의이씨’ 가문의 유물 30점이 지난달 31일 실학박물관에 기증됐다.

유물 중 일부가 실학박물관의 2016년도 기획전시 ‘경기청백리-문(文)청(淸)렴(廉)검(儉)신(信)’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지만, 종중이 유물을 모두 기증하면서 조선 중기의 문신 이제신(李濟臣, 1536~1583)을 중심으로 한 가계의 선대·후대의 역사, 16~18세기 조선 경기사대부의 활동을 살필 수 있게 됐다.

유물 기증이 이뤄진 것은 가문의 활동과 정신이 잘 활용되는 게 가장 확실한 보존 방법이라고 판단한 종중의 결정 덕분이었다.

이제신(李濟臣, 1536~1583) 인장. 실학박물관 제공

이제신을 현조로 하는 청강공파화수회의 이상진 회장은 전의이씨의 또 다른 후손인 지범공파화수회와 3개월여의 논의 끝에 전의이씨 가문의 모든 유물을 기증하기로 했다.

이상진 회장은 경기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종중만의 유물이 가문을 더욱 알리고, 도민이 누릴 수 있는 경기도의 보물로 거듭나 매우 기쁘다”며 “긴 세월 가보로 내려온 유물을 수차례 이동시키고, 열고 닫으면서 훼손이 날로 심각해졌다. 기증을 해서 잘 활용하는 게 가장 확실한 보존 방법이라고 판단해 지난 달 열린 종중의 이사회와 총회에서 기증에 만장일치를 얻었다”고 말했다.

앞서 청강공파화수회 등은 약 500년간 은행과 종중 금고 등에 전의이씨의 유물을 보관해왔다. 그러나 항온·항습 시설이 부족한 탓에 복식 등의 유물이 이미 훼손되고, 도난·분실의 가능성도 높아져 박물관 기증을 결정했다.

이제신은 울산군수 등 지방관으로, 이탕개의 난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제신의 둘째 아들 이수준은 강화부사 등을 역임, 임진왜란 때 임금을 호종한 공을 인정받아 호성공신에 책봉되기도 했다.

이덕수(李德壽) 홍패교지(紅牌敎旨)(1792). 실학박물관 제공

이번에 기증된 유물은 이수준과 그의 후손 이덕수, 이산배 등의 영정 4점과 영정함, 인장, 복식류, 교지, 호패, 서책 등이다.

특히 ‘이덕수 초상 관복본’은 제작 연도가 명확해 역사적 가치가 크고, 이제신의 조부 ‘이인손의 복식 6점’은 16세기 사대부의 대표적인 복식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제신이 찬술한 ‘청강선생 후청쇄어’ 역시 16세기 사대부 생활문화의 변천을 살필 수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기증받은 유물에 대한 긴급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유물의 역사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평가할 학술대회를 열고 기획전시도 준비할 계획이다. 또 국가 유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유물 기증으로 ‘전의이씨’ 가문의 활동과 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돼 굉장히 뿌듯하다”며 “일부 가문에서 보관하고 있는 유물이 또 있다면 절차를 거쳐 기증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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