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국민연금 위탁자금 받은 가치형 운용사들… 보유 종목 살펴보니

정민하 기자 2024. 4. 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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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저조” 선정 않던 가치형 운용사, 8년 만에 뽑아
베어링, 2월 한섬 지분 1.53%포인트 늘려… PBR 0.33배
트러스톤 가장 많이 담은 한국알콜도 밸류업 수혜株

국민연금이 가치형 국내 주식을 발굴하고자 8년 만에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 그간 국민연금은 수익성을 이유로 가치형 운용사를 뽑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가치주 위탁운용에 나서는 건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에 발을 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위탁운용사들이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민연금의 국내와 해외 주식 수익률 격차가 11%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국내 주식에서 수익률이 마이너스(-) 6%를 찍으면서 지난해 역대 최고 수익률을 냈었던 국민연금의 1월 잠정 수익률은 1.09%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50% 이상을 위탁 투자로 맡기고 있다. 가치형을 비롯해 대형주형, 장기성장형, 액티브퀀트형, 중소형주형, 책임투자형, 배당주형 등 8가지 유형으로 나눠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가 받는 수수료는 0.02%포인트 정도로, 해외주식 운용사의 절반에 못미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세우면서 주요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이에 동참하게 됐다. 가치형 자산운용사 선정이 그 일환이다.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 참여 방식에 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렇게 작동하도록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위탁 투자, 가이드라인, (투자) 유형, 책임투자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3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기관투자자 관계자들이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 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이 지난달 선정한 가치형 운용사는 베어링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총 3곳이다. 이들 운용사가 최근 1년간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를 공시한 내용을 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지않는 등 이른바 밸류업 수혜주(株)를 주로 담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어링자산운용이 가장 많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 패션의류 전문업체 한섬이다. 베어링은 지난해 11월 15일 한섬 지분을 8.20%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 2월 26일 추가 매입해 9.73%로 늘렸다. 한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말 0.33배 수준이다. 주가는 최근 1년 새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어링은 종합장비회사 에스에프에이(SFA)와 제약기업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도 각각 9.13%, 9.10% 보유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지난해 말 기준 PBR은 0.95배, 0.63배로 통상 저평가 종목을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1배보다 낮다. 베어링은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반도체 특수가스 전문업체 원익머트리얼즈 지분 8.30%,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7.05%를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베어링은 의료·산업용 영상 설루션 전문기업 뷰웍스 6.17%,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체 피에스케이 6.02%, 현대백화점 계열 홈쇼핑 회사 현대홈쇼핑 5.03%, 콘택트렌즈 전문 생산업체 인터로조 5.02%, 용접용 관이음쇠 전문 생산업체 성광벤드 5.01%, 절삭공구업체 와이지-원 4.74%, 화장품 제조회사 코스맥스 4.56%, 자동화 설비업체 삼익THK 4.3%, 영상기기 제조업체 코텍 4.1% 등을 보유하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 로고(위쪽)와 트러스트자산운용 로고. /각 사 제공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25일 기준 석유 화학제품 전문업체 한국알콜 지분(9.37%)을 가장 많이 담았다. 소주의 원료인 정제 주정을 생산하는 한국알콜은 시장에서 밸류업 관련 코스닥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PBR은 0.52배이며 꾸준히 배당을 진행 중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메카코리아와 씨앤씨인터내셔널 지분을 각각 8.41%, 4.74% 보유하고 있고 생활문화기업 엘에프(LF)도 7.11% 가지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지난달 전체 수탁고 규모가 17조원을 넘기는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1년 내 공시는 없지만 BYC(8.13%)와 태광산업(5.8%) 등을 대상으로 주주제안을 진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표적인 가치투자 자산운용사로 알려진 신영자산운용의 위탁 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등 가치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면서 “8년 만에 가치형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게 된 데는 당국의 요청이 있었던 걸로 알려졌는데,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이들이 어떤 수익률을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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