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홍길동과 호부호형 [유레카]

서정민 기자 2024. 4. 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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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하이라이트가 7년 만에 '비스트'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비스트 상표권을 가진 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합의해 옛 이름을 다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 소속사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어 비스트란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룹 브레이브걸스도 지난해 소속사를 옮기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브브걸'로 이름을 바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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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하이라이트가 7년 만에 ‘비스트’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비스트 상표권을 가진 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합의해 옛 이름을 다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스트는 2009년 데뷔한 6인조 아이돌 그룹이다. 그룹을 탈퇴한 장현승을 뺀 나머지 5명은 7년 계약이 끝난 뒤 자신들의 회사를 차리고 독립했다. 하지만 전 소속사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어 비스트란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2017년 하이라이트라는 새 이름으로 재데뷔했다.

그룹명 상표권은 보통 기획사가 가진다. 연습생을 뽑고 데뷔시키는 과정에서 기획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획사에 그룹명은 중요한 아이피(IP·지식재산권)다. 최근에는 케이(K)팝 아이피를 활용해 굿즈는 물론 영화·웹툰·웹소설·게임 등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하는 추세다.

문제는 재계약하지 않고 갈라설 때다. 적정한 대가 지급 등으로 합의하면 다행이지만, 불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룹 에이치오티(H.O.T.)는 2018년 재결합 공연 당시 ‘H.O.T.’ 대신 ‘High FIve Of Teenagers’라는 풀네임을 써야만 했다. 해당 상표권을 지닌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출신 연예기획자와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룹 브레이브걸스도 지난해 소속사를 옮기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브브걸’로 이름을 바꿔야 했다. 이를 두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에 빗대기도 한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 사태 때도 상표권 문제가 불거졌다. 멤버들 쪽이 전속계약 문제 제기에 앞서 한글 그룹명 상표권을 대거 등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소속사 어트랙트가 먼저 등록한 영문 상표권에 우선권이 있는데다 멤버 키나가 소속사로 복귀하면서 한글 상표권도 자연스럽게 어트랙트에 주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물론 지오디(god), 젝스키스, 소녀시대, 카라 등 원만한 합의로 그룹명을 이어가는 사례가 더 많다. 인피니트처럼 기획사가 상표권을 무상으로 넘겨준 미담 사례도 있다. 이제는 4인조가 된 하이라이트는 옛 이름을 되찾고도 지금 이름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래도 비스트란 이름은 멤버들과 팬들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호부호형이 허락되지 않는 케이팝의 홍길동이 더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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