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누가 정치1번지래?"… 심상찮은 종로 민심 잡아라

정수현 기자 2024. 4. 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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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를 가다] 서울 종로

전국 민심 축소판… 정부지원론 vs 정권심판론 '치열'
'대선주자 출신' 최재형 vs '노무현 사위' 곽상언… 박빙 승부
4·10 총선을 9일 앞둔 지난 2일 서울 종로 지역구를 찾았다. 이날 창신골목시장에는 최 후보의 작은 아들 최진호씨(25·남)가 선거 유세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사진은 최최진호씨(왼쪽)와 곽 후보의 선거사무원들의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4·10 총선을 9일 앞둔 지난 2일 머니S가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지역구를 찾았다. 서울 민심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종로구 판세는 정부 지원론과 정권 심판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경복궁 등이 있는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대통령 3명을 배출한 정치적 상징성이 강한 곳이다. 그만큼 총선 때마다 여·야가 모두 공을 들여 거물급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웠다.

종로는 지난 2000년 이후 치러진 16·17·18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계열이, 19·20·21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내리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퇴한 후 치러진 2022년 3월 보궐선거에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되면서 국민의힘이 다시 종로를 장악했다.

이번 22대 총선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선주자 출신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 등 총 7명이 출사표를 던져 전국 254개 선거구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야를 향한 표심이 비등하게 엇갈렸던 것처럼 이번 22대 총선을 앞둔 지역 민심도 출렁이고 있다.



'대선주자 출신' 최재형 vs '노무현 사위' 곽상언


통인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민심은 다양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종로구 통인시장 입구의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이날 오후 종로구 통인시장에는 외국인들이 줄지어 가게를 방문하는 등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일부 가게는 인적이 드물어 비교적 한적했다.

슈퍼마켓 사장 김모씨(71·여)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가서 상권이 많이 죽었다"며 "상권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현역의원인 동시에 정치 경험이 많은 최 후보를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40년 넘게 통인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64·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을 본 적이 있는데 참 인상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며 "그런데 곽 후보가 사위로서 장인어른과 관련된 일에 잘 모른다는 등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직한 것이 제일 좋다"며 "언론에서 볼 때 다른 정치인에 비해 정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최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통인동 주민 김모씨(77·여)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 만큼 임기까지는 지지해줘야 하는 게 맞다"며 "정부가 정책에 힘쓸 수 있도록 지원할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무현은 노무현이고 곽 후보는 곽 후보"라며 "사위라는 이유로 곽 후보를 지지하기엔 그 이유가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최 후보와 곽 후보 모두 '재개발 공약'을 내세웠다. 사진은 지난 1일 최 후보와 곽 후보의 현수막이 도로 한복판에 걸린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통인동 주민이자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홍모씨(73·남)는 "최 후보가 내세운 고도 제한 완화나 용적률 완화 등 공약이 마음에 든다"며 "사실 시장 상인으로서 이곳에 제일 필요한 건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틀에서 강북구 전체를 개발할 의지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믿고 최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후보는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규제가 심한 종로구 용적률 등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곽 후보 또한 "종로의 가장 큰 문제는 평창동과 창신·숭인동의 주거환경 격차가 크다는 것"이라며 주거환경을 개선해 강북횡단선 경천절을 조기에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인시장에서 가족과 장을 보고 있던 박모씨(55·남)는 "최 후보는 너무 나이가 많지 않냐"라며 "젊고 개혁에 더 선뜻 나설 수 있는 곽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해 현 정권을 심판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박모씨(23·남)도 "얼마 전 병원에 의사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가 사망한 뉴스를 봤다"며 "의료 개혁에 있어서도 이렇게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개혁하기 위해 곽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생이 먼저"… 창신·숭인·부암동, 지역 발전에 한목소리



창신·숭인·부암동에서 만난 시민들은 다양한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민생과 지역 발전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효자 공영주차장 벽에 걸린 선거 벽보. /사진=정수현 기자
부암동으로 이동했다. 시끌벅적한 통인시장과 달리 부암동 골목길은 '기생충' 포토존, 미술관 등을 찾아온 사람이 주를 이루며 조용한 분위기였다.

부암동 한 골목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66·남)는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주민으로서 그동안 이 주변이 크게 바뀐 게 있는지 모르겠다"며 "현역 의원이 들어선 후 체감할 만한 변화는 전구가 LED등으로 바뀐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암동 주민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인구 수가 숭의·창신동보다 적어 이곳에 신경을 쓰는 정치인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이곳에 지하철역이 들어서게 하겠다는 말만 수없이 들었는데 아직도 용산역으로 가는 교통은 마을버스 하나다"며 "좀 더 큰 개혁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선 현 정권의 부패와 카르텔을 부수려 노력하는 민주당 소속인 곽 후보에게 한표를 던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곽 후보와 최 후보는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창신골목시장의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동묘앞역에서 만난 대학생 강모씨(25·남)는 "몇 년 전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의원직) 사임을 선언했을 때 '팽'당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시 한번 민주당에 표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물가·저출생 등 나라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나타나는 요즘"이라며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지 못한다면 청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신골목시장의 상인 송모씨(52·여)는 "누가 당선이 되든 부디 구민을 존중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종로는 정치 1번지'라며 떠들지만 서울 모든 구를 통틀어 이만큼 발전이 더딘 지역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재개발, 교통 인프라 등 여러 문제가 산재했는데 총선 시기에만 반짝 관심을 받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직장인 이모씨(31·남)는 "정치 1번지라는 이유로 당에서 아무나 출마하는 것은 지역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며 "종로가 더이상 정치 1번지라는 상징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치 1번지라는 상징에 민생을 뒷전으로 두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곽 후보가 최 후보를 앞서는 양상을 보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3~24일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4.4%p) 결과 곽 후보 47%, 최 후보 38%, 금 후보 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수현 기자 jy34jy3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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