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혁신 걸림돌 아냐 … 환자 의료접근성 2배 높일 것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4. 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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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 오디시 로슈진단 디지털헬스 총괄 인터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규제는 혁신의 걸림돌이 아니라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기반입니다. 규제가 있어야 환자 중심주의가 실현될 수 있죠. 로슈진단은 믿을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바탕으로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2배 이상 높일 계획입니다."

로슈진단에서 디지털 헬스와 혁신 정책 부문을 맡고 있는 조한 오디시 총괄은 최근 매일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디지털 의료기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적절하지 못한 규제는 제품 혁신을 가로막고 기업의 비용을 높이지만, 좋은 규제는 시장을 활성화하고 품질이 높으면서 안전한 기기가 더 많이 사용되도록 만든다"며 "로슈진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인증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당뇨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마이슈가'를 선보였다. 이처럼 규제기관과 협력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는 디지털 헬스 솔루션을 계속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로슈그룹이 1968년 진단사업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출범한 로슈진단은 의약품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임상 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며 전 세계 진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솔루션으로는 '디지털 병리'를 꼽을 수 있다. 오디시 총괄은 "전통적인 병리 진단은 환자의 조직을 떼어낸 뒤 얇은 절편을 만들고, 이를 유리 슬라이드로 제작해 전문의가 현미경으로 판독하는 방식"이라며 "진단 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되고 슬라이드 보관, 오염, 파손·분실 우려가 크다는 것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병리란 슬라이드를 초고화질 이미지로 만들어 판독에 시공간 제약을 없애고 여기에 드는 시간 역시 42% 이상 단축한 것"이라며 "전문의의 의사결정을 돕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도 추가로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로슈진단에 합류한 오디시 총괄은 앞선 2년여간 영국 의약품·의료제품 규제기관(MHRA)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규제를 만드는 회사에서 규제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으로 적을 옮긴 데 대해 오디시 총괄은 "예상과 달리 업무상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제를 설계하는 기관과 이를 따르는 기업 모두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로슈진단은 각 기관이 규제를 개선하는 데 참고하도록 현장의 피드백 자료를 제공하는 등 파트너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디시 총괄은 올해 처음 열린 '국제 AI 의료 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4)'에 연사로 참석했다. AIRIS 2024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FDA 공동 주관으로 지난 2월 서울에서 개최됐다. 오디시 총괄이 발표한 주제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의료 제품의 기술 동향과 규제 방안'이다. 그는 "대표적 생성형 AI인 '챗GPT' 같은 소프트웨어도 의료기기로 정의할 수 있는지, 챗GPT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원인과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의견을 공유했다"며 "아직 생성형 AI가 의료기기로 승인된 사례는 없으나 향후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규제로 안전성을 담보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슈진단의 목표는 더 많은 의료진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해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디지털 헬스 영역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로슈진단은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 내에서 FDA, MHRA, 식약처 등과 함께 의료기기 AI 규제에 관한 국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워킹그룹(실무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오디시 총괄은 "지난 1년여간 전례 없던 유형의 AI가 등장했듯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지금 규제를 만들어도 1년 후에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연하면서도 민첩한 지침을 만드는 데 기여해 '네비파이 튜머보드'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네비파이 튜머보드는 환자의 데이터와 개인에게 최적화된 글로벌 임상시험, 논문, 가이드라인 등을 하나의 대시보드에 통합해 의료진의 임상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디지털 다학제 솔루션이다. 로슈진단에 따르면 네비파이 튜머보드 도입으로 암 다학제 진료 준비 시간을 평균 30%, 다학제 논의 시간을 27%가량 줄일 수 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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