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푸바오” 그 판다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2024. 4. 2. 13: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자이언트판다 푸바오가 4월 3일 한국을 떠난다. 판다 연구보호센터 중 한 곳인 중국 서부 쓰촨성 워룽 선수핑기지로 향할 예정이다.

‘용인 푸씨’, ‘푸공주’로 불리는 푸바오는 지난 3월 3일 한국에서 관람객을 반기는 일의 마침표를 찍었다. 작별 소식에 2월 19일부터 2주간 약 12만 명의 팬들은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며 6~7시간씩 기다려 푸바오를 찾았다. 대중에게 푸바오는 단순한 ‘판다 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이다.

 
끝나지 않은 푸바오 신드롬

2020년 7월 20일 푸바오는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탄생했다. 이름의 뜻은 ‘행복을 주는 보물’. 이 아기 판다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인 2021년 1월 4일부터 관람객을 맞이해 대중에게 ‘행복’을 주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1155일 동안 약 550만 명이 푸바오를 보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푸바오는 그 자체로 ‘브랜드’가 돼 인형과 머리띠 등 약 400종의 굿즈가 출시됐다. 삼성물산 리조트에 따르면 그간 푸바오 굿즈는 약 300만 개가 팔렸다. 

‘푸바오 신드롬’은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출생 직후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람객들은 푸바오를 만날 수 없었다. 이에 에버랜드에서는 푸바오의 성장기를 유튜브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사육사와의 관계성으로 입소문을 타 2023년 푸바오 영상은 역주행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육사 다리에 푸바오가 매달리는 영상만 조회수 1500만 뷰를 넘기며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순식간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 공식 채널 구독자 수는 131만 명이다. 공식 유튜브와 뿌빠TV에 게시된 푸바오 영상은 누적 조회수 5억 회를 기록했다.

푸바오가 내실에서 중국 갈 채비를 하는 사이에도 관심은 여전했다. ‘바오 샌드위치’, ‘한정판 푸바오 키링’ 등 푸바오 굿즈에 대한 열기가 이어졌다. 해당 상품을 내놓은 삼성웰스토리에 따르면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30분 이상 대기 줄을 서거나 10분 만에 완판되는 등 푸바오 인기는 식지 않았다.

 
귀여움은 기본, ‘위로’는 덤


푸바오의 동그란 얼굴, 똘망똘망한 눈, 짧고 통통한 팔다리, 뒤뚱거리는 뒤태 등은 사람 아기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푸바오가 받는 뜨거운 사랑에 대해 ‘베이비 스키마’ 현상을 들었다. 아기처럼 생긴 판다 곰을 볼 때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베이비 스키마 현상이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단순 ‘귀여운 외모’로 푸바오의 남다른 인기가 전부 설명되지 않는다. 푸바오와 판다 가족들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폴인의 한 리포트에 따르면 푸바오의 가장 많은 연관 검색어 두 가지는 ‘무해함’과 ‘귀여움’이었다. 특히 ‘무해함’ 언급량은 2013년 3만7383건에서 2023년 25만2042건으로 10년간 574.22% 증가했다. 자극적인 콘텐츠와 심한 경쟁사회에서 현대인은 유유자적한 푸바오 가족 일상에 심리적 위안을 받았다고 해석된다.

‘푸바오’ 하면 사육사들과의 관계성을 빼놓을 수 없다. 썸트렌드의 푸바오 연관어 분석을 보면 ‘가족’, ‘강철원’, ‘사육사’, ‘눈물’ 등의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다. 197g의 미숙아였던 푸바오는 사육사들의 극진한 애정과 보살핌 속에서 100kg에 달하는 어른 판다로 자랐다.

그 과정이 ‘의미 있는 관계’에 목말라 있던 현대인들의 갈증을 해소했다고 분석된다. 통계개발원이 지난 2월 발표한 ‘국민 삶의 질2023’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증가한 이후 2023년 33.0%로 낮아졌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7.7%보다 여전히 높은 수치다.

대중들은 푸바오와 사육사들의 교감을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영상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를 각각 ‘강바오·할부지’, ‘송바오·작은 할부지’로 부르고 있다. 마치 사육사들이 ‘진짜’ 판다 가족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별명이다. 이들의 관계성은 코로나19로 사회적 단절과 외로움을 겪은 마음들을 어루만져줬다. 판다 가족과 사육사들의 끈끈한 유대감에 불안의 시대를 겪고 있는 현대인들은 감동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푸바오는 일반 공개를 마친 이후 한달 간 판다월드 내실에서 비공개 상태로 건강·검역 관리를 받았다. 이송 케이지 적응 등 중국으로 이동할 준비도 했다. 출국 당일 푸바오는 ‘특별 우리’에 들어가 진동을 최소화한 무진동 트럭으로 이송된다. 특별 우리는 숨구멍이 뚫려 있는 투명한 강화 아크릴로 제작된다. 푸바오는 인천공항에서 청두솽류공항까지 중국의 전세기를 타고 2400여km를 날아간다. 비행 시간은 약 3시간 반. 강철원 사육사가 동행해 마지막까지 푸바오를 배웅하기로 했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