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으로 점찍으며 게임해…앵무새 지능 다섯 살 아이 수준

김지숙 기자 2024. 4. 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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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앵무새에게 태블릿피시에 표시되는 점을 찍는 게임을 연습시켰더니 부리와 혀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관찰됐다. 레베카 클라인버거/노스이스턴대 제공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앵무새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이런 게시물들을 보면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따라 하고 때로는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앵무새가 서로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고 하는 기사를 본 적도 있는데요, 앵무새는 어떻게 이렇게 똑똑한가요?

A. 영리한 앵무새에 대한 연구나 일화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음악에 맞춰 머리를 신나게 흔드는 큰유황앵무 ‘스노볼’의 모습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690만 회에 이를 정도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는 큰유황앵무들이 쓰레기통 뒤지는 법을 익혀, 서로에게 전파하면서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니 보통 영리한 것이 아닙니다.

큰유황앵무가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어젖히고 있다. 이를 모방한 행동이 시드니 전역의 유황앵무로 퍼지고 있다. 노란 뚜껑은 재활용 통이고 붉은 뚜껑은 일반쓰레기용인데 큰유황앵무는 대부분 붉은 뚜껑을 연다. 바버라 클럼프, 막스 플랑크 연구소 제공.

흔히 생각 없이 말을 따라 한다는 뜻으로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요, 아프리카회색앵무 ‘알렉스’가 듣는다면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학자인 아이린 페퍼버그 미국 보스턴대학 교수와 30여 년을 함께한 회색앵무 알렉스는 100여 개의 단어 뜻을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알았으며, 심지어 간단한 계산도 하고 색깔도 7개나 구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31살까지 살았던 알렉스는 죽기 전날 “잘 지내. 사랑해. 내일 보자”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평소에 페퍼버그 교수가 실험실을 떠날 때 알렉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하네요. 물론 알렉스는 ‘조류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릴 정도로 앵무새들 가운데서도 학습능력이나 지능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알렉스뿐 아니라 여러 앵무새를 연구해온 페퍼버그 교수는 앵무새가 돌고래나 유인원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췄고, 인간으로 치면 다섯 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고 2019년 한 인터뷰에서 밝혔어요.

회색앵무 알렉스는 ‘조류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릴 정도로 지능이 뛰어났다. 단어 100개를 구사할 뿐 아니라 해당 단어의 뜻을 알고 사용했다. 위키피디아

죽음 앞둔 앵무새 “잘 지내. 사랑해. 내일봐”

도대체 앵무새들은 어떻게 이렇게 영리한 걸까요. 미국 앨버타대 연구진은 앵무새의 뇌에서 그 비밀을 찾았습니다. 인간의 뇌에서 대뇌피질과 소뇌를 연결하는 교뇌(다리뇌)에는 교뇌핵이라는 신경기관이 있는데, 주로 고차원적인 정보 처리나 정교한 행동을 하는 데 관여합니다. 인간과 영장류는 이 부위가 다른 포유류보다 크기 때문에 지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앵무새의 교뇌핵이 인간에 견줘 매우 작은 반면, 이와 매우 유사한 구조인 내측나선핵(SpM)이 다른 조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연구진이 닭과 물새, 올빼미, 앵무새 등 98종의 조류 뇌 샘플을 비교한 결과, 앵무새의 내측나선핵은 다른 조류보다 2~5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연구진은 앵무새도 사람처럼 영상통화로 친구를 사귀고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레베카 클라인버거/노스이스턴대 제공

크리스천 구티에레스 알바레스 앨버타대학 심리학과 박사는 “앵무새는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대뇌피질과 소뇌를 연결하는 영역이 확대되는 형태로 진화했다”며 “이것은 앵무새와 영장류 사이에 또 다른 수렴진화의 예라고 볼 수 있다”고 2018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수렴진화란, 계통적으로 관련이 없는 생물종이 비슷한 환경이나 생태에 적응하면서 유사한 특성이나 신체 형태, 기관을 갖게 되는 걸 말하는데요, 포유류인 고래나 박쥐가 환경에 적응하며 어류, 조류와 형태적 유사성을 띠게 된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영리한 앵무새들을 위해 최근에는 동물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풍부화(Enrichment)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무리 지어 생활하는 앵무새가 반려동물로 길러질 경우 고립감을 느끼거나 깃털을 뽑는 등 자해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환경을 조성하고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앵무새에게 태블릿피시에 표시되는 점을 찍는 게임을 연습시켰더니 부리와 혀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관찰됐다. 레베카 클라인버거/노스이스턴대 제공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과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진은 동물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요, 특히 앵무새가 태블릿피시를 이용해 영상통화를 하거나 어린이 게임 앱을 활용하는 모습 등을 관찰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과연 앵무새들은 전자기기에서 적응할 수 있었을까요? 사람 손에 길러진 앵무새 18마리에게 영상통화 사용법을 훈련시켰더니, 부리로 화면을 두드려 통화할 상대를 스스로 고르고 ‘친교’를 즐겼다고 합니다. 화면 너머 친구를 향해 노래를 부르거나 서로의 몸짓을 따라하고 치장을 했다고 해요.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연구진은 앵무새도 사람처럼 영상통화로 친구를 사귀고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레베카 클라인버거/노스이스턴대 제공

화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점을 찍는 단순한 게임을 시켜봤더니, 손가락 대신 혀끝을 이용해 열심히 점을 찍으며 게임도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처음엔 즐거워하더니 점차 흥미를 잃었다고 해요. 어때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우리와 비슷하죠?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10.1038/s41598-018-28301-4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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