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요리에 월 90만원 "맛있지만 씁쓸한"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4. 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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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고가 식재료 구매하는 부부
요리하는 습관은 좋지만
식재료 탓에 과소비로 이어져
비싼 재료 쓴다고 좋은 것 아냐

요즘 요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건강에 신경을 쓰는 식문화가 자리 잡은 점, 인터넷에서 손쉽게 고급 레시피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맞물려 이런 트렌드를 낳은 듯하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식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맛'에 신경 쓰는 건 좋지만, 이를 추구하느라 가계부가 부실해지는 건 문제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요리에 푹 빠진 부부의 문제점을 살폈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건 좋은 습관이다. 문제는 여기에도 '과소비의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멈출 줄 모르고 떨어지던 아파트값이 요즘 심상치 않다. "떨어질 대로 떨어져 바닥을 쳤다"는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단 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보합을 기록해 전주(-0.001%)보다 반등했다. 지난해 12월 첫째주 하락세로 접어든 이후 16주 만이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재테크에 한동안 관심을 뗐던 직장인들도 다시 매물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강한솔(가명·37)씨와 양은혜(가명·38)씨 부부도 요즘 이사할 만한 집을 알아보고 있다.

부부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매가 4억원의 59.5㎥(약 18평) 크기의 자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아내 양씨는 대출을 더 받아 평수가 넓은 곳으로 이사하길 원한다. 집값 하락세가 멈춘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남편 강씨도 아내의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보다 약간은 회의적인 태도다. 그도 그럴 게, 부부의 재정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가계부는 매월 마이너스를 찍고 있고, 부부의 노력에도 '적자 구멍'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지금 하는 재테크라곤 예금이 전부였기에, 이대로 가면 부동산 재테크는커녕 노후까지 위태로웠다. 부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와 재테크 솔루션을 신청했다.

1차와 2차 상담 중반까지의 상담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부부의 가계부 상태부터 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630만원이다. 중견기업 다니는 남편이 400만원, 중소기업 소속 아내가 23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490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83만원, 금융성 상품 80만원 등 653만원이다. 매월 23만원씩 적자가 났다.

부부는 각종 지출을 줄여 적자 가계부를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총 65만원을 줄여 적자 23만원을 없애고 42만원씩 여유자금을 만들었다. 부부의 재무목표는 앞서 언급했듯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과 노후를 탄탄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월 42만원으론 부족하기에 나머지 2차 상담시간을 모두 할애해 지출을 더 줄여보기로 했다.

잦은 술자리는 대리기사 호출 등 추가 지출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먼저 교통비·유류비(69만원)를 손봤다. 부부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잦은 편이다. 특히 술모임이 많다. 술을 마시러 갈 때마다 자차 운전을 하는 게 문제였다. 술을 마시는 모임이 아니어도 분위기를 타다 보면 술집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술을 마신 후엔 대리기사를 불렀다. 부부가 자동차 관련 비용으로 70만원 가까이 지출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부부는 교통비·유류비를 69만원에서 59만원으로 10만원 절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모임 횟수를 조금 줄이고, 모임이 있는 날엔 무조건 대중교통을 활용하기로 약속했다. 그 결과, 부부의 모임 회비는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다음은 식비·생활비(135만원)다. 액수가 4인 가구 평균 식비와 맞먹는다. 아내도 "자녀가 없는데도 식비가 100만원이 넘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평소 식습관을 꼼꼼히 되돌아봤다. 배달음식을 주문한 횟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먹는 것에서 왜 이리 지출이 많을까. 답은 아내의 요리 습관에 있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아내는 되도록이면 집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레시피를 연구하는 걸 즐겼고, 그러다 보니 유튜버가 추천하는 식재료와 요리도구를 사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파스타면 하나를 사더라도 대량 생산한 국내 브랜드보단 비행기 타고 건너온 이탈리아산 제품을 쓰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식재료 가격이 다른 가계보다 2~3배는 많았다. 어림잡아 한달에 90만원은 쓴다. 이렇게 부부는 배달음식이나 외식을 즐기는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었다. 식재료 구매량이 2인가구치고 많다는 것도 문제였다. 냉장고는 늘 꽁꽁 얼어있는 식재료로 가득했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식비를 대폭 줄이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 냉장고 식재료를 한번 싹 정리하기로 하고, 먹을 만큼만 소량 구매하기로 했다. 식재료도 지금보다 2~3단계 저렴한 브랜드를 사기로 했다.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지출을 줄일 때였다. 마지막으로 외식 횟수도 약간 줄이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는 식비·생활비를 135만원에서 70만원으로 65만원 줄일 예정이다.

보험료(29만원)는 건너뛰기로 했다. 지난 몇 년간 필자를 찾은 상담자 중 보험료를 손댈 필요가 없었던 건 부부가 처음인 듯하다. 실손보험과 부부가 가입한 보험들의 조화가 나쁘지 않았고, 중복되거나 보장이 과한 보험도 눈에 띄지 않았다.

무엇보다 보험 옵션에 '적립금'이 없다는 게 좋았다. 적립금은 보험 만기 시 되돌려받는다는 점에서 보험에 '재테크' 성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보험에 무이자로 돈을 쌓아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 바엔 수익성이 더 높은 금융상품에 적립금만큼을 투자하는 게 더 낫다.

마지막으로 비정기지출(이하 월평균 79만원)에서 1년에 250만원 쓰는 의류비·미용비를 120만원으로 낮췄다.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보니 비정기지출은 79만원에서 68만원으로 11만원 줄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상담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교통비·유류비 10만원(69만→59만원), 모임회비 10만원(30만→20만원), 식비·생활비 65만원(135만→70만원), 비정기지출 11만원(79만→68만원) 등 총 96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은 42만원에서 138만원으로 늘어났다.

여유자금을 상당히 확보했으니, 이제 부부의 미래를 재설계할 시간이다. 자녀 계획이 없어 양육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부의 케이스는 남들보다 수월한 편에 속한다. 그렇다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선 안 된다.

자신들을 부양해 줄 자녀가 없으므로 노후를 남들보다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부부는 '노후가 기대되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마지막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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