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질주’ 타조가 탈출했던 체험장, 무허가 동물원?

김지숙 기자 2024. 4. 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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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현장조사 카라 “무허가…사육환경 열악” 주장
체험장 쪽 “허가 대상 해당한다고 생각 못했다”
3월26일 경기 성남시의 한 생태체험장을 탈출했던 타조 ‘타돌이’. 탈출 소동 다음날 동물단체의 현장 조사 당시 타돌이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3월26일 경기 성남시의 도로를 1시간가량 뛰어다닌 타조 ‘타돌이’가 탈출했던 생태체험장이 ‘무허가 동물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장 조사에 나섰던 동물단체는 허가 요건을 충족해 즉각 동물원 허가를 받거나 축소·폐업 때까지 전시동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라고 해당 체험장에 촉구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1일 “대부분의 전시동물들은 전시시설에서 탈출하고 나서야 그 존재가 부각된다. 왜 그들이 탈출했는가에 주목하면 공통적으로 열악한 사육 환경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카라는 지난달 27일 해당 체험장을 방문해 현장을 조사한 바 있다. 카라는 “타돌이가 탈출한 체험장 역시 직접 가보니 동물들에게 제공된 전반적인 환경이 열악했다”고 밝혔다.

앞서 타돌이는 지난달 26일 오전 우리의 철제 울타리 틈새를 밀고 나와 탈출했고 이후 성남시 중원구에서 자동차 사이를 뚫고 도로 위를 뛰어다녔다. 이후 타돌이는 경찰과 소방당국에 포획돼 체험장으로 돌아갔다. 수컷인 타돌이는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20년 7월께 또래 암컷인 ‘타순이’와 함께 해당 체험장에 분양됐었는데 한 달 전 ‘타순이’가 갑작스레 숨지면서 홀로 생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카라의 현장 조사 결과, 해당 체험장에서는 가축으로 분류되는 타조와 토끼, 앵무를 비롯해 야생동물인 라쿤, 프레리도그 등 다양한 종의 동물이 전시되고 있었다. 현장 조사 당일 기준 해당 체험장에는 10종 이상의 동물이 50개체 이상 사육되고 있었다는 게 카라의 주장이다.

이처럼 야생동물 또는 가축을 ‘10종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시설’을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운영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부터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면서 동물원과 수족관 설립 절차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되면서부터다.

다만, 기존에 동물원으로 등록했던 시설의 경우 적합한 사육환경 등을 갖추도록 5년 동안 유예 기간을 뒀는데 타돌이가 있는 체험장은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해당 체험장은 개정 동물원수족관법 시행 뒤 즉시 동물원 허가 절차를 밟아야 했음에도 지금껏 그러한 절차도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개정 동물원수족관법과 같은날 시행된 개정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에 따르면 살아있는 야생동물 전시는 동물원과 수족관에서만 허용된다. 다만 기존 시설이 야생동물 보유 현황을 신고하면 4년 동안 ‘전시 금지’ 조항 적용이 유예돼 일부 전시금지종(라쿤, 고슴도치, 다람쥐 등 야생 포유류)에 대한 전시·사육이 2027년 12월까지는 가능하다. 도심의 라쿤·미어캣 카페 같은 ‘야생동물 전시시설’로 등록되어 있는 해당 체험장도 야생동물 보유 현황을 신고하고 ‘전시 금지’ 조항 적용이 유예된 상태다.

유예 기간 동안이라도 야생동물 전시시설에서의 먹이주기, 만지기 체험은 즉각 금지됐지만, 해당 체험장에서는 모든 동물에게 먹이주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인수 카라 활동가는 “유아 입장료에는 먹이 체험 비용이 아예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체험 위주로 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다”며 “만지기 체험 또한 별다른 관리자의 안내 없이 자유롭게 진행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토끼는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뜬장에서 사육 중인 토끼.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라쿤 사육장.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목과 등 부위에 깃털이 손상된 모습이 관찰된 닭과 공작새.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카라는 현장 조사 결과 사육 환경도 열악했다고 주장했다. 카라의 설명을 들어보면, 토끼가 뜬장에 사육되거나 라쿤이 움직임이 제한되는 좁은 케이지에 전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공작새나 닭과 같은 조류는 깃털이 듬성듬성 빠진 모습도 관찰됐다. 돌아온 타돌이는 줄곧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활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3월2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 대원터널 사거리 인근 도로를 생태체험장에서 탈출한 타조 타돌이가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카라는 “타돌이가 뛰쳐나온 생태체험장은 무허가 동물원이며 부족한 동물복지 인식과 관리 공백이 뒤섞인 고통의 현장”이라며 “해당 업체는 반드시 허가 요건을 충족해 동물원 허가를 받거나 축소·폐업 때까지 전시동물들의 복지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허가 동물원’이라는 주장에 대해 해당 체험장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동물원 허가 대상에 해당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야생동물은 현재 라쿤, 다람쥐, 프레리도그 등 3마리를 전시하고 있는데 유예 기간 안에 정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입장은 어떨까. 성남시 관계자는 “시설 안에 건물이 여러 채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탈출 사고 당일 현장 조사에서는 9종 48마리로 조사됐다”며 “동물원 허가에 관한 사항은 경기도청에서 맡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청은 이번 주 안에 해당 시설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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