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상담전화 위장해 보험업체 연결...방통위 제재 '정당' 판결

금준경 기자 2024. 4. 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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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컨설팅 전화상담을 빙자해 개인정보를 보험대리점업체에 넘긴 방송사에 대한 시정조치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채널A는 협찬 계약은 특정 업체 보험설계사 출연의 대가일뿐 개인정보 제공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업체 소속 보험전문가가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방송사가 상당액의 협찬료를 받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방송사에 상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방송에 협찬을 한 보험대리점업체의 연락처로 연결돼 해당 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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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상담? 방송사 아닌 콜센터에 연결 후 보험업체로 정보 넘겨
재판부 "정보제공 대가로 협찬료 지급, 부당한 유용에 해당"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채널A 황금나침반 갈무리. 왼쪽 상단의 전화 상담번호는 채널A 상담번호가 아닌 특정 보험대리점 업체의 번호였다.

보험 컨설팅 전화상담을 빙자해 개인정보를 보험대리점업체에 넘긴 방송사에 대한 시정조치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방송 문제와 관련한 첫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최수진 부장판사)가 채널A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조치명령 등 취소 청구를 기각한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채널A '황금나침반'은 보험 컨설팅 명목으로 방송 중 무료상담 전화번호를 자막으로 띄웠다. 시청자는 방송사 상담전화로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론 방송사가 아닌 콜센터 연락처였다. 시청자들은 상담 과정에서 콜센터에 이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게 됐고, 이 콜센터는 보험대리점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겼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2년 보험방송을 내보낸 17개 방송사에 시정조치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채널A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 보험방송

쟁점은 시청자 정보를 부당하게 제공했는지 여부다. 방통위는 채널A를 비롯한 방송사들의 행위가 방송법상 시청자 정보를 부당하게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채널A는 “(콜센터) 상담원이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이지 방송사가 직접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며 방송사가 개인정보를 넘긴 주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채널A가 보험업체가 마케팅을 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데다 '기만성'과 '대가성'이 있어 제재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담원이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방송사가 알고 있었고, 시청자가 전화상담 주체를 보험업체가 아닌 방송사로 오인할 여지가 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보 제공 대가로 상당액의 협찬료까지 지급 받은 만큼 '시청자 관련 정보를 영업활동에 부당하게 유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막을 본 시청자는 전화상담의 주체가 원고(방송사)라고 오인할 여지가 상당하고, 이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했다.

채널A는 협찬 계약은 특정 업체 보험설계사 출연의 대가일뿐 개인정보 제공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업체 소속 보험전문가가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방송사가 상당액의 협찬료를 받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보험대리점 업계에선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 확보를 위해 방송협찬을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보험대리점 업체 내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주력인 방송DB 생산을 위해 신규 채널을 런칭했다”는 등의 표현이 있다. 다른 업체 역시 “방송을 보고 직접 자발적으로 상담 요청을 하는 양질의 DB”라고 홍보한다. 협찬의 목적이 보험설계사 출연이 아닌 개인정보 확보라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각 방송사들이 보험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보험대리점 업체에 유용된 개인정보 건수.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자료 재가공

방송사들은 시청자에게 보험 리모델링·보험 컨설팅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무료 안내상담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방송사에 상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방송에 협찬을 한 보험대리점업체의 연락처로 연결돼 해당 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기게 된다. 방송엔 해당 업체나 제휴 업체의 소속 직원들이 전문가로 출연했다.

미디어오늘이 2020년 EBS '머니톡' 등 보험방송이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기만적인 협찬이라는 사실을 보도했고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윈회와 방통위가 제재 조치를 했다. 방통위가 2022년 같은 문제로 제재를 결정한 방송사는 EBS, MTN, SBS미디어넷, 한국경제TV, 팍스넷경제TV, 내외경제TV, OBS, TBC, KNN, CJB, JIBS, G1, JTV, UBC, TJB, KBC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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