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수업에 열정적인 초등교사 “선진국이 다하는 저학년 체육 수업, 우리도 해야한다”

김세훈 기자 2024. 4. 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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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신체활동 장면.



“많은 선진국이 초등학교 1,2학년 때 양질의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우리도 1,2학년 움직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체육수업을 열심히 지도하는 초등학교 A교사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관내 초등학교 A교사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선진국 초등교육과정에는 연령대별로 필요한 주요 신체 활동을 지도하는 체육수업이 비중 있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교사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교육과정을 분석해보면 기본적인 움직임 교육이 유치원부터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며 “초등 1,2학년 체육수업을 소홀히 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덧붙였다. A교사 뜻에 따라 익명으로 보도한다.

-현재 체육수업을 어떻게 하고 있나.

“나는 운동을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도 체육을 너무 좋아한다. 체육수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교사 초기부터 체육수업에 대해 많이 연구했고 수업도 열심히 했다.”

-초등 체육교과서를 평가한다면.

“부실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체육은 글과 사진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몸으로 해야 한다. 승마, 스키 등도 교과서에 있지만 실제로 하지 못하니 현장의 외면을 받는다.”

-1,2학년은 지도해봤나.

“나는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다. 1,2학년 담임을 해보지 않았지만 교사로서, 부모로서 통합교육을 유심히 지켜봤다. 음악, 미술, 체육이 즐거운 생활로 묶여 있고 신체놀이 반, 표현 반으로 구성돼 있다. 실질적인 신체 활동 시간이 너무 적다. 전통적인 신체 활동을 의미하는 신체놀이가 강화돼야 한다.”

-체육 단독교과가 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나.

“1,2학년 통합교과 교과서를 쓴 사람은 체육을 전공하지 않은 교수들이다. 융합, 통합에서는 전문가일지 몰라도 체육교육 흐름은 모른다. 체육교육은 어린이집, 유치원부터 초등, 중등, 고등로 일관성 있게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1,2학년 통합교육과정을 보면 상급 과정과 연계성도, 기본적인 움직임 기술에 대한 교육도 없다. 체육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전공자도 1,2학년 수업과 3,4,5,6학년 수업이 연결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초 없이 상급 과정을 소화해야하는 꼴이다.”

-1,2학년 때 체육수업을 소홀하게 한 게 고학년 때 문제가 되나.

“3,4학년을 지도해보면 기본적인 심폐지구력, 순발력, 민첩성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한다. 특히 사교육에서 체육을 선행 학습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학생 간 편차가 크니까 체육수업을 하는 교사도 애로가 많다. 요즘 엄마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축구, 태권도, 인라인 등을 사교육으로 지도한다. 그게 이미 문화가 됐다. 이걸 공교육에서 해결해야 한다.”

-1,2학년 때 체육을 단독교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른 신체 발달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뇌발달이다. 어릴 때 신체활동은 뇌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체활동을 많이 해야 뇌용량이 커진다. 그런데 지금 1,2학년은 대근육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소근육 활동만 한다. 체육을 초등 10개 교과 중 하나로 봐서는 안 된다. 체육은 지덕체를 모두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이다.”

-1,2학년 체육 교과가 어떻게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근육 운동 중심으로 꾸려져야 한다. 1,2학년에게 ‘스포츠’를 지도하자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움직임 기술을 가르치자는 것이다. 대근육을 이용한 움직임, 균형잡기, 이동하기, 조작 동작 등이다. 그게 지금 3학년 교육과정에 실려 있다. 그걸 1,2학년 때 지도해야 한다. 저학년 때 기본적인 신체 움직임을 배워야 고학년 때 복합적인 움직임을 할 수 있다. 고학년 때도 스포츠가 아니라 ‘스포츠형’ 게임을 지도해야 한다. 야구가 아닌 야구형, 농구가 아닌 농구형 게임을 재미나게 가르쳐야 중학교에 가서 스포츠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 체육교육도 초등 1,2학년과 연계돼야하는 건가.

“기본적인 움직임 기술은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쳐 초등 1,2학년 때 사실상 완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누리 과정과 1,2학년 신체 활동 교육과정이 연계돼야 한다. 기본 움직임 기술과 움직임 요소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 현재 초등학교 체육 수업을 위축하는 다른 원인이 있다는데.

“체육 수업은 신체 활동이 기본이기 때문에 활동을 하다보면 다칠 확률이 높다. 그런데 다친 경우에 학부모가 교사에게 거센 민원을 제기하고, 교사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체육 수업을 활성화 하려면 학생의 안전 사고에 대해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

-체육교과가 1,2학년 단독교과가 되면 현재 교사들이 지도할 수 있나.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스포츠는 중학교 때 배우면 된다. 초등학교 때는 기본적인 신체 움직임 기술을 지도하면서 체육이 재밌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물론 기능이 뛰어난 교사가 있으면 좋겠지만 기능이 다소 부족해도 체육교육에 대한 철학만 있다면 초등 체육수업은 현재 교사들이 할 수 있다. 교육과정만 좋다면 그대로 따라하면 문제가 없다.”

-지금처럼 통합교과를 유지하면서 신체활동을 강화하는 게 맞나. 체육을 단독교과로 만드는 게 맞나.

“초등 교육의 전문성은 융합과 통합에 있는 건 맞다. 나도 국어 수업을 체육과 섞어 운동장에서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단독교과 본질과 핵심에 대한 이해 없이 형태만 통합을 흉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가 따로 구성돼 있더라도 다양한 교과를 재구성해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교사 전문성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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