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환 포스텍 명예교수 별세…위상수학 지평 연 세계적 수학자

故 권경환 포스텍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한국 수학의 위상을 높인 세계적인 수학자 권경환 포스텍 명예교수가 향년 95세를 일기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별세했다.

권 교수는 위상다양체 연구를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연구성과를 다수 냈다. 수학 교육과 연구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권 교수는 1952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이학사를 마치고 1958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주립대 수학과 교수,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연구원, 미시간주립대 수학과 교수 및 학과장 등을 역임했다. 1990년 포스텍의 초청으로 귀국해 1999년까지 포스텍 수학과 교수 및 학과장으로 재직하며 연구와 후진 양성에 매진했다. 퇴직하면서 2억원을 기증해 후진 양성을 위한 '권경환 석좌기금'을 출연하기도 했다.

권 교수의 연구 분야는 수학적 공간 구조를 연구하는 위상수학이다. 위상수학은 20세기 이후 현대 수학서 가장 중요한 분야로 꼽히는 학문 중 하나다.

위상수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대상 중 하나는 다양체다. 다양체는 국소적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유클리드 공간'과 같은 모습을 갖는 수학적 공간이다. 다양체는 수학적 언어를 통해 추상적으로 정의하는 대상이라 다른 수학적 대상으로부터 다양체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반대로 이를 분해해 어떤 수학적 대상으로 나눌 수 있는지 규정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권 교수는 이 분야를 연구하며 유클리드 공간이 다양체가 아닌 두 공간의 곱으로 분해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등 위상수학 연구에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권 교수는 2018년 대한민국 정부 지정 과학기술 유공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